[학현학파vs서강학파]문재인 정부 ‘싱크탱크’로 급부상 학현학파, 그들은 누구이고 무엇을 주장하나?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장빈 기자
입력 2019-02-06 09:4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 따르는 진보ㆍ개혁적 경제학자들, 소득주도 성장의 이론적 토대 제공

  • -서강학파 김광두 후임 학현학파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 임명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신임 부의장과 오찬 간담회를 하기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학현학파(學峴學派)가 급부상하고 있다.

학현학파는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으로 분배경제학을 가르쳤고 성장 일변도의 한국 경제학계에 분배의 중요성을 알린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를 따르는 진보ㆍ개혁적 경제학자들의 모임이다. 학현은 변형윤 교수의 아호다.

변 교수는 지난 1980년 5월 ‘지식인 134인 시국선언’을 주도해 신군부에 의해 해직된 후 서울 광화문에 개인 연구실인 학현연구실을 열었다.

변 교수는 그의 대화록 ‘냉철한 머리, 뜨거운 가슴을 앓다’에서 “우리 연구실(학현연구실)이 지향하는 방향은 ‘인간 중심의 경제학’이었습니다”라며 “주류경제학과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 빈곤하고 소외된 계층에 대해 따뜻한 시선을 가진 연구자들을 육성하고 지원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변 교수는 해직 이전에는 계량경제학자였지만 해직 기간 정치경제학과 마르크스 경제학에도 관심을 쏟았다. 학현연구실은 1984년 9월 변 교수의 복직을 계기로 정식 연구 공간으로 출범했다. 학현연구실은 1993년 ‘서울사회경제연구소’로 확대 개편됐고 학현학파의 요람이 됐다.

학현학파는 1998년 2월 김대중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 정부 정책 결정에 영향력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김대중 정부에선 김태동 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 고 전철환 전 한국은행 총재가, 노무현 정부에선 이정우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김대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요직에 기용됐다.

하지만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학현학파가 지금처럼 주목받지 않았고 취업난과 양극화 심화 등으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당시 한나라당의 이명박 후보가 당선된 이후 9년 동안 보수 정부가 이어지면서 학현학파는 정부는 물론 학계에서도 존재감이 미미했다.

◆‘서울사회경제연구소’가 학현학파의 요람

이명박ㆍ박근혜 보수 정부 기간에도 취업난과 양극화는 심화해 왔고 촛불혁명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학현학파는 정부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학현학파는 현재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1997년 IMF(International Monetary Fund, 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이후 심화하고 있는 양극화로 인해 노동자와 농민 등 국민 다수의 구매력이 약해져 경기침체와 취업난이 굳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고 이는 문재인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이론적 근거가 됐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국민들, 특히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을 늘려 내수를 확대해 경제를 성장시킨다는 것이다. 정부 재정지출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의 소득을 늘리면 이들의 구매력이 높아져 내수가 확대될 것이고 이는 기업들의 소득 증가와 고용 증가로 이어져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구축되리라는 것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주요 내용이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들의 경제 정책은 먼저 경제를 성장시키고 그 과실이 모든 국민들에게 골고루 나눠게 한다는 것이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그 순서를 바꾼 것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인물로 알려진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해 9월 13일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소득주도 성장은 일종의 불평등을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런 정책 패러다임이 그간 우리나라에는 없었다. 그 길을 걸었던 정부가 없었으니까. 주로 수출ㆍ대기업 중심의 성장모델로 가지 않았나”라며 “소위 ‘낙수효과’를 바라고 한 정책들이었다. 박정희 정부 이후로 쭉 그래왔다고 볼 수도 있다. 수출이 잘 되더라도 우리 가계가 좋아졌느냐는 질문에 대답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성장도 해야 하지만 실제로 중요한 건 우리 삶이 나아지는 것 아닌가. 그래서 과거에 가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므로 논란이 이는 건 당연한 일이다. 도중에 암초를 만나면 ‘예전이 더 낫지 않느냐’하는 반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처음 가는 길을 가려니 일부에서는 ‘정책의 실패’라는 비판도 나오는 것이다. 비판은 겸허하게 들을 것이다. 하지만 방향이 옳다면 쉽지 않은 길이지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장관급인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에 이제민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를 임명해 학현학파의 정부 내 위상은 한층 강화됐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학현연구실에 참여한 대표적인 학현학파 인맥으로 균형성장론자다.

전임 부의장은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이었다. 김광두 원장은 학현학파와는 대척점에 있는 성장을 중시하는 ‘서강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이에 따라 보수 진영 등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 기조는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제민 부의장은 취임하자마자 문재인 대통령에게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뒷받침을 위해 확장적 재정운용을 할 것을 촉구했다.

이 부의장은 지난달 30일 청와대에서 있은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정부 출범 이후 2년 동안 재정을 긴축해온 측면이 있다”며 “올해 확장적 재정운용이 필요하다. 우리 공무원들은 재정건전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너무 강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재정 확장의 필요성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이 공공부문 확대에 대해 거부감이 크다. 경찰·소방공무원을 늘린다면 ‘놀고 있는 공무원들이 많은데…’라는 조건반사적 반응을 보인다”며 “그러니 공공부문 확대와 더불어 공공부문 개혁을 함께 가져가야 한다. 옛날처럼 사람 자르는 개혁이 아니라 일을 효율적으로 하겠다는 방향성을 결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확장정 재정운용, 공공부문 확대 등 주장

이런 주장은 국제사회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IMF는 2017년 11월 14일 발표한 ‘2017년 IMF-한국 연례협의 결과 발표문’에서 “재정정책은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과도한 대외 불균형을 감소시키기 위해 더욱 확장적인 기조를 보일 필요가 있다. 이는 가장 취약한 계층에 대한 맞춤 지원, 보육 관련 지출 및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Active Labor Market Policies) 등을 포함한 사회보장 정책 및 구조개혁에 대한 지출 확대를 통해 상당 부분 달성되어야 한다”며 “한국은 채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리스크 없이 단기 및 중기적으로 균형(zero) 구조적 재정수지를 달성할 수 있는 충분한 재정 여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OECD(Organization for Economic Cooperation and Development,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015년 11월 6일(현지시간) 발표한 ‘2015 재정 상황 보고서’에서 “한국은 위기 극복 과정에서 확장적 재정 운용을 했는데도 추가적인 재정 건전화가 필요 없는 수준이다”라며 “한국은 높은 가계 부채와 더딘 임금 상승 탓에 경제 성장이 느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대비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42.5%,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60.4%로 다른 주요국들보다 재정건전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더구나 일반정부 부채 비율은 2016년 43.7%에서 2017년 42.5%로 감소해 전년도보다 처음으로 하락했다.

일반정부 부채에 비금융공기업 부채까지 포괄하는 공공부문 부채 비율은 2015년 이래로 3년 연속 감소했다.

일본은 일반정부 부채 비율이 233.2%, 공공부문 부채 비율이 249.9%였다. 캐나다는 110.3%, 118.3%였고 영국은 92.5%, 93.9%를 기록했다.

학현학파는 확장적 재정운용과 함께 부자증세도 주장하고 있다.

이제민 부의장은 지난해 5월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있은 ‘문재인 정부 출범 1년, 한국경제의 회고와 전망’ 정책 심포지엄에서 “외환위기 이후 노동자의 몫이 줄어드는 대신 기업, 외국인 자본이 거둔 이익이 늘어났다”며 “재벌과 외자에 대해 세금을 더 거두고 노동소득도 고소득이면 지대(새로운 부를 창출하지 않고, 기존의 부를 통해 자신의 몫을 늘리는 것)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으므로 부유층 과세를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