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규정·무관심…대한변협회장 선거 무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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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01-16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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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명이상 출마땐 투표자 3분의 1이상 최다 득표자 당선

  • 단일후보는 선거권자 2만1529명 중 7177표 얻어야

  • 세차례 치러진 직접선거 중 7000표 넘은 당선자 없어

서울 역삼동 대한변호사협회 회관 전경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전국 2만여 변호사들의 대표다. 그 대표를 뽑는 선거가 오는 21일 치러지는데 자칫 선거 자체가 무효가 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후보가 1인일 때와 2명 이상일 때 완전히 다른 이상한 선거 규칙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는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출신인 이찬희 변호사가 단독으로 출마했다. 이에 따라 선거는 2013년 직선제 도입 이후 최초로 찬반 투표로 진행돼 결과에 2만 변호사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변협 회장 선거가 21일 전국 56개 투표소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변협 회장은 전국 2만여 변호사 이익을 대변하고, 변호사의 사회적 역할을 진두지휘하는 자리다.

지난 2013년 1월 21일 변협이 직선제를 도입한 뒤 네 번째 치러지는 이번 회장 선거는 출마자가 단 1명뿐이어서 찬반 결정을 통해 당선이 가려진다. 단독 출마자인 이찬희 후보가 당선되면 오는 2021년 2월까지 2년간 변협을 이끌게 된다.

하지만 변호사업계에선 이번 선거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단독 출마의 경우 당선 요건이 다수 후보일 때보다 훨씬 까다롭기 때문이다.

변협 회칙 하위규정인 ‘협회장·대의원 선거규칙’을 보면 회장 선거 후보가 1인일 경우 선거권자 총수 3분의 1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당선이 인정된다. 변협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전체 선거권자는 2만1529명이다. 따라서 적어도 찬성 7177표를 얻어야 이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  지금까지 세 차례 치러진 직접선거(복수 후보)에서 7000표 이상을 거둬 당선된 변협회장은 한 명도 없다.

반면 후보자가 여러 명이면 유효투표수 가운데 3분의 1 이상을 얻은 후보 중 다수 득표자를 당선자로 정한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가 과거와 비교해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3년과 2015년, 2017년에 치러진 역대 변협 회장 선거 참여율은 50~60%대였다. 현재 변협을 이끌고 있는 김현 회장(49대)은 총 유효투표수 1만160표 가운데 6017표(59.22%)를, 하창우 전 회장(48대)은 총 유효투표수 8992표 중 3216표(35.77%)를 얻어 당선이 결정됐다.

첫 직선제로 선출된 47대 협회장인 위철환 전 회장의 경우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6873표의 유효표 가운데 2786표(40.53%)를 얻어 당선됐다.

이 후보는 역대 회장선거 최다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그러나 올해는 변협과 서울변회 선거를 같은 날 치르기로 한 계획이 무산되면서 협회장 선거 참여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란 부정적 전망이 나온다.

투표 방식도 발목을 잡는 요소다. 올해 투표는 조기투표일인 18일과 오는 21일 두 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서울회 9곳과 경기북부회 3곳, 인천회 2곳, 경기중앙회 6곳을 비롯해 전국 56개 투표소에서 동시에 실시되는데, 투표권을 가진 변호사가 직접 투표장에 가서 한 표를 행사해야 한다. 대한의사협회 등 다른 전문가 단체와 달리 온라인 투표가 불가능한 것이다.
 

제50대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선거에 단독 출마한 이찬희 후보 [사진=후보 제공]



변호사업계는 투표 무산에 따른 파장도 염려한다. 재선거로 불가피하게 발생할 막대한 인력과 비용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아서다. 변협 규정에 따르면 회장 선거가 무효로 처리될 경우 신임 회장이 뽑힐 때까지 무제한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다. 이 기간 현 수장인 김현 회장은 본의 아니게 임기가 연장된다.

A변호사는 “후보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투표 참여도 올라가겠지만 단독 후보가 나오면 선거 자체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투표에 참여한 모든 변호사가 찬성표를 던지기도 쉽지 않겠지만 과연 70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직접 투표하러 나올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B변호사는 “재선거를 치르더라도 반드시 당선자가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면서 “이미 시간을 쪼개 투표에 참여한 변호사들이 재선거를 한다고 한 번 더 시간을 내서 투표에 참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할 수도 있다. C변호사는 “오는 9월 변호사들의 올림픽인 세계변호사협회(IBA) 서울총회가 열리는 등 회장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회장을 뽑지 못하면 정말 큰 문제”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현행 규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IT 전문 30대 D변호사는 “4차 산업혁명을 이야기하는 시기인 만큼 변협 회장 선거도 모바일 투표체계를 도입해야 한다”면서 “모바일 투표가 도입되면 참여율도 올라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변협 관계자는 이에 대해 “후보자 수에 연연하지 않고 변호사가 선거에 참여해 직접 의사 표현을 하는 게 진정한 직선제”라며 변호사들에게 선거에 대한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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