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치생명 걸린 ‘혜경궁 김씨’ 진실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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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미 기자
입력 2018-11-19 1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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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혜경 기소의견 검찰 송치…李지사 “계정 아내와 무관”

  • 법조계 “SNS서 타인명의 사칭 행위 처벌 규정 없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지난 2일 오후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의 소유주 논란과 관련 피고발인 신분 조사를 마친 뒤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 ‘혜경궁 김씨’ 트위터 계정 주인이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부인 김혜경씨라고 결론짓고 1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 측이 ‘사실이 아니다’며 강하게 부인하고 있고, 트위터 본사는 협조를 거부하고 있어 사실 여부를 둘러싼 공방은 더 뜨거워질 전망이다.

◆이재명 지사 부인 기소의견으로 검찰 송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오전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입건된 김혜경씨를 기소의견으로 수원지검에 송치했다.

지난 7개월간 수사를 벌인 경찰은 김씨의 카카오스토리와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이 지사 트위터에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사진이 여러번 올라온 점, 김씨가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아이폰으로 바꾼 시점 등을 근거로 김씨가 혜경궁 김씨 계정주라고 결론 지었다.

김씨는 올해 4월 경기지사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 경선 과정에서 혜경궁 김씨 계정을 통해 ‘전해철 예비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손잡았다’는 등 허위사실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2016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준용씨가 취업과정에서 특혜를 얻었다는 허위사실을 이 트위터 계정으로 올려 문 대통령과 준용씨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전 의원이 지난 4월 혜경궁 김씨 계정이 허위사실을 퍼트리고 있다며 경기도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다. 전 의원이 고발한 사건은 지난달 취하됐지만 지난 6월 판사 출신 이정렬 변호사와 시민 3000여명이 같은 사안으로 고발함에 따라 경찰은 수사를 이어왔다.

그러나 이재명 지사는 혜경궁 김씨 계정주는 자신의 배우자가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이 지사는 19일 오전 경기도청 출근 직전 기자들을 만나 “트위터 계정 주인이나 그 글을 쓴 사람은 제 아내가 아니다”라고 기존 주장을 반복하며 “아니라는 증거가 차고 넘치는데도 비슷한 것만 몇 가지 끌어모아서 제 아내로 단정했다”고 경찰에 날을 세웠다.

앞서 경찰이 김씨를 혜경궁 김씨 계정 소유주로 결론지은 사실이 알려진 지난 17일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권력 행사는 공정해야 하고, 경찰은 정치가 아니라 진실에 접근하는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재명 부부를 수사하는 경찰은 정치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날 올린 또 다른 글에선 "국민이 맡긴 권력을 사익을 위해 불공정하게 행사하는 것이야말로 청산해야 할 적폐 행위"라고 경찰이 망신주기·왜곡수사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경찰 수사 과정과 결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청장은 “수많은 자료를 분석하고 수십차례 압수수색 영장으로 자료를 확보한 뒤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얻은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으로 출근하며 이른바 '혜경궁 김씨(@08__hkkim)' 트위터 계정 소유주는 이 지사의 부인 김혜경 씨라는 수사결과 관련 입장을 밝히기 위해 차에서 내려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찰·이재명 공방 여전…정황증거가 변수

경찰이 수사를 마무리 지으면서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갔다. 김씨가 받는 혐의가 선거 결과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이 지사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경찰 주장대로 김씨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면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3항의 당내경선 관련 허위사실 공표죄에 해당돼 처벌받을 수 있다.

이 조항은 당내 경선과 관련해 특정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상대 후보가 특정인이나 특정단체에서 지지를 받았다 등의 허위사실을 유포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6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또한 경선에서 당선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상대 후보자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이 내려진다.

공직선거법 제251조의 후보자 비방죄가 적용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명예훼손이 사실로 확인되면 형법 제307조 제2항의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죄도 적용할 수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공연히 허위사실을 적시해 사람 명예를 훼손하면 5년 이하의 징역, 10년 이하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는다.

공직선거법을 보면 배우자가 선거 범죄를 저질러 징역형이나 300만원 이상 벌금형 선고를 받으면 후보자 당선이 무효 처리된다. 다만 당선을 위해 사람 매수하거나 정치자금을 부정수수했을 때만 해당돼 이 지사의 당선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찰 판단이 정황(간접) 증거 중심으로 내려진 만큼 검찰이나 법원에서 수사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다.

미국에 있는 트위터 본사가 혜경궁 김씨 계정주를 확인해 주지 않아 경찰은 4만여건에 달하는 이 관련 트위터 게시글을 분석해야 했다. 트위터 본사는 지난 4월 말 수사 협조를 요청한 경찰에 “범죄 성격을 감안할 때 답해줄 수 없다”고 공식 입장을 내놓은 뒤 이를 고수 중이다.

검찰이 계정주가 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라고 결론짓거나, 불기소 처분을 할 경우 경찰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검찰 자료를 보면 경찰 수사 결론이 검찰에서 뒤집히는 사건은 한해 평균 4만6000건에 달한다.

안진우 다우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검찰이 경찰 수사 결과처럼 김씨를 기소하더라도 법원 판단은 또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계정주가 김씨가 아닌 것으로 확인되더라도 이에 대한 법적 처벌은 쉽지 않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다른 사람을 사칭하는 행위에 대한 별도 처벌 규정이 없어서다.

서승원 변호사는 “혜경궁 김씨를 사칭한 사람이 있다면 공직선거법상 처벌은 가능하지만 사칭 자체 행위에 대해서는 처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변호사도 “가해자의 SNS 활동으로 유명인 명예가 훼손됐거나 업무에 방해를 받았다면 사이버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면서도 “타인 명의 사칭 자체를 벌하는 규정이 없어 처벌에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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