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홀서 ‘OB 7개‧18타’…신경철, 불명예 뒤집은 ‘골프란 이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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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교 기자
입력 2018-11-01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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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번홀(파4)서 OB 7개‧14오버파 ‘악몽’

  • KPGA 역대 한 홀 최다 OB‧타수 불명예

  • “부끄러웠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신경철. 사진=KPGA 제공]


1일 제주 세인트포 골프 앤 리조트(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A+라이프 효담 제주오픈(총상금 5억원) 1라운드.

신경철이 ‘악몽 같은 하루’를 보낸 날이다. 그러나 신경철은 골프를 대하는 자세와 ‘골프는 이런 것’이라는 멘탈의 중요성을 동료 프로 선수들과 주말 골프를 즐기는 아마추어들에게 선사한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이날 치욕적인 악몽의 시작은 4번 홀(파4) 티샷이었다. 1라운드 첫 조로 나서 1~3번 홀에서 모두 보기를 적어낸 신경철은 4번 홀 티잉 그라운드에 들어섰다. 전장 424야드. 드라이버를 잡은 신경철은 아웃오브바운즈(OB)를 3차례나 기록했다. 그러자 2번 아이언으로 바꿔 티샷을 했는데, 이 마저 2차례나 OB가 났다. 결국 3번 아이언으로 다시 바꿔 겨우 페어웨이에 티샷을 보냈다. 티샷 OB만 5차례.

악몽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3번 아이언으로 친 두 번째 샷도 2차례나 또 OB 지역으로 나갔다. 결국 신경철은 18타를 친 끝에 한 홀에서 14오버파를 기록한 이후에 홀 아웃 했다. 이 홀에서 신경철이 기록한 OB만 7개였다.

신경철은 이날 11년 만에 KPGA 코리안투어 역대 한 홀 최다 OB(7개), 최다 타수(18타) 불명예 기록을 새로 썼다. 2007년 토마토 저축은행 오픈 2라운드 5번 홀에서 나온 김창민의 OB 6개, 17타가 종전 기록이었다.

이미 ‘멘탈’이 무너질 수밖에 없던 신경철에게 또 하나의 압박이 생겼다. 8개의 공을 갖고 시작한 신경철은 4번 홀에서 공을 7개나 잃어버리는 바람에 남은 공은 단 1개밖에 없었다. 같은 상표와 모델의 공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원 볼 룰’(One Ball Rule) 탓에 남은 공 1개로 나머지 14개 홀을 무사히 마쳐야 했다.

이미 4번 홀까지 17타를 잃은 신경철은 남은 14개 홀에서는 단 3타만 잃었다. 후반 10번 홀(파5)에서는 이날 유일한 버디도 잡았다. 물론 공 1개도 마지막까지 잃어버리지 않았다. 20오버파 92타. 신경철은 1라운드를 모두 마친 뒤 기권했으나 경기 도중 포기하지 않는 뚝심을 보여줬다.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날 경기를 마친 뒤 신경철이 남긴 말이다.

그는 “샷이 안되는 게 아니었다. 경기 후반에는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었다”면서 “샷이 아무리 안 되고 성적이 좋지 않더라도 프로로서 경기를 중간에 포기한다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러프에서 다른 공이 있나 찾아봤지만 없었다. 할 수 없이 1개의 공으로 경기했고 이 때문에 경기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90대 타수를 기록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중학교 2학년 때쯤이 마지막이 아니었을까”라고 씁쓸하게 말했다.

2009년 KPGA에 입회한 신경철은 코리안투어에는 올해 데뷔한 늦깎이 신인이다. 시즌 최고 성적은 5월 KB금융 리브챔피언십 공동 13위. 6월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에서는 깜짝 16강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예선에서 탈락할 줄 알고 옷을 두 벌만 준비해 빨아 입으며 대회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신경철은 경기 도중 포기할 수도 있었지만, 그를 붙잡은 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기 싫어서였다. 그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의 주인공이 돼 부끄럽지만, 좋았을 때와 좋지 않았을 때의 성적 모두 내 기록”이라며 “지금은 골프 자체가 너무 좋다. 주변에서 도움 주시는 분들이 많다. 성공해서 반드시 갚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14번 홀(파4)에서 OB 6개를 기록하며 17타(13오버파) 만에 홀 아웃 한 최재혁은 곧바로 기권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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