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변의 로·컨테이너] 강제철거, 여전한 저항과 갈등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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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변호사·기자
입력 2018-10-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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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 이상 폭력과 불법 없어야

[사진=장승주 변호사·기자]


지난 12일 아현2구역 인도집행 현장을 찾았다.

도시정비법에 따라 시행되는 재개발·재건축사업은 주택과 상가에 대한 인도집행을 동반한다. 재개발·재건축은 사업구역 내 모든 주택과 상가를 철거하고 아파트 등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사업에 참여할 수 없는 세입자 등은 철거에 앞서 이주를 해야 한다. 이주절차가 원만히 진행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인도집행으로 이어진다. ‘인도집행’이란 사업시행자의 요구에 세입자 등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사업시행자가 공권력을 통해 세입자를 강제퇴거 시키는 절차다.

이번 아현2구역 인도집행 현장에는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 변호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서울시·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지난해 4월 인권침해를 줄이고자 철거현장 인권지킴이단을 발족해 인도집행 현장에서의 인권침해 및 위법 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있다.

현장에는 집행대상자 3명, 사업시행자 측 경비원 50명, 집행관(집행보조자 20명 포함) 등이 있었다. 인권지킴이단 변호사는 경비원이나 집행관의 경비업법, 민사집행법, 집행관규칙 등 법 준수여부를 감시한다.

이날 현장에선 이름표를 부착하지 않거나 복장을 통일하지 않은 일부 경비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위법사항이다. 경비업법에 따라 경비원은 복장을 통일하며 명찰을 패용해야 한다.

현장에서 경비원의 역할은 단순한 질서유지에 국한된다. 인도집행에는 개입할 수 없다. 인도집행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의 경비원이 보이자, 서울시 직원이 즉각 지적을 했다. 그러면서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노무자 등 관리지침에 따르면 집행관을 보조하는 기술자·노무자 등 집행보조자들도 식별가능한 상의를 착용해야 한다. 대부분은 규정을 준수했지만 일부는 식별이 가능하지 않은 상의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집행개시 후 시간이 지나면서 물리적 폭력사건도 발생했다. 질서유지를 위해 현장을 지키려는 경비원과 인도집행 현장으로 진입하려는 전국철거민연합 회원 사이에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전국철거민연합(이하 ‘전철연’)은 1994년 만들어진 급진파 철거민 생존권 투쟁조직이다. 이들은 철거민 주택 마련, 철거기간 중 임시수용단지 조성, 완공 후 10년간 무상임대 등을 조건으로 제시하며, 폭력시위를 통해 협상달성을 유도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날도 전철연 회원들이 인도집행 현장으로 진입하려다 경비원들과 대치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서로 충돌하면서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출동하기는 했지만 서로 뒤엉켜 있던 상황에서 발생한 폭력이라 경찰관들도 당사자를 특정하기가 어려운 듯해 보였다.

오전 9시 30분 시작된 인도집행은 11시가 조금 넘어서 끝났다. 세입자 1명은 퇴거를 했고, 나머지 현금청산자 2명에 대한 인도집행은 불발로 끝났다.

우리는 2009년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인도집행 현장에 더 이상 인권지킴이단이 필요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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