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직무유기 처벌…유치원장 횡령 적용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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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훈 기자
입력 2018-10-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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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조계, 비리 사립유치원 사법 처리 기준

'토론회 반대' 사립유치원 관계자들과 이야기하는 박용진 (서울=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5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 주최로 열린 '유치원 비리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사립 유치원 회계부정 사례를 중심으로'에서 박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반대하는 사립유치원총연합회 회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사립유치원이 국가 지원금과 교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법조계가 보는 관련자 사법처리 기준은 명쾌하다.  현행법상 사립유치원에 대한 감사를 시행하고도 고발조치를 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에 대해선 직무유기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사립유치원에 대해선 ‘지원금’ 형태를 ‘보조금’으로 개정하면 ‘업무상 횡령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봤다.

15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3~2017년 전국 2058개 유치원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감사결과 1879개 유치원에서 5951건의 비위가 적발됐고 비위 금액만 269억원에 달했다.

부정사용 내역을 보면 명품가방 등 백화점 쇼핑과 노래방‧미용실 등에서 사용한 금액이 약5000만원에 달했다. 원장 아파트 관리비, 차량 유지비, 숙박업소, 술집 등에서 사용한 내용도 적발됐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의 비리 행위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이들에게 ‘횡령죄’를 묻기를 어려운 현실이다. 국가나 지자체가 사립유치원에 지급하는 ‘지원금’은 목적과 용도가 한정돼 있지 않아 원장이 제멋대로 사용해도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 것이다. 

유재원 법무법인 메이데이 대표변호사는 “‘지원금’을 ‘보조금’으로 바꾸면 목적과 용도가 한정된 돈이 되기 때문에 사용 목적을 벗어나 사용하면 업무상 횡령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원장에게 지급되는 돈의 성격을 바꾸면 비리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사립유치원 비리를 바로잡고자 15일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유아교육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실에 제출했다. 개정안에는 △지원금→보조금 △회계프로그램 기입 의무화 △비리 적발 시 일정 기간 개원 금지 △적발유치원과 유치원 원장 실명 공시 등이 담겼다.

아울러 사립유치원 비리를 수년째 감사하고도 적절한 고발조치를 취하지 않은 시‧도교육청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은 상황이다. 즉 사립유치원 비리가 만연한 것을 알고도 눈감아줬다는 지적이다.

현재 시‧도교육청은 유치원 비리가 발생하면 비자금 사용 등 현행법 위반 가능성이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 수사 의뢰를 하고, 국세청에 탈세 의혹이 있는 관련 자료를 제공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 짓는다.

홍성훈 법률사무소 다한 대표변호사는 "공무원이 직무상 범죄를 발견하면 고발해야하는 것은 의무규정이지만 해당 공무원이 처벌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면 고발하지 않아도 되는 재량권이 있다"면서도 "처벌가능성이 있음에도 사립 유치원 원장을 고발하지 않은 공무원에게 직무유기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유 변호사는 “공무원들은 공공기관이 돈을 함부로 쓰는 것에 대해선 엄격하게 감사를 하고 고발을 하면서 왜 민간인들이 비리를 저지르는 것에 대해선 고발을 하지 않는지 알 수 없다”며 “사립유치원이 세금을 함부로 쓴 것 자체가 문제인데 이를 보고도 가만히 있던 공무원들에게는 직무유기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형사소송법을 보면 ‘공무원은 불법 비위 범죄를 발견할 때 고발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며 “공무원들은 세금을 지킬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의무가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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