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례로 보는 세상] 난민신청자에게도 변호인접견권이 인정될까?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유인호 변호사
입력 2018-10-14 09: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헌법재판소 2018. 5. 31.자 2014헌마346 결정

1. 한반도 평화시대의 도래와 난민문제

지난달 19일 오전 '9월 평양공동선언'이 있었다. 아직 비핵화와 북미회담, 종전선언 등의 중요한 일정이 남아있지만, 꺼질 듯 했던 한반도 평화시대를 다시 기대해볼 수 있는 역사적 합의라 할 것이다. 이러한 한반도 평화시대에 있어서도 국내외 난민(refugee) 문제는 현재진행형의 국제적 난제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대규모 예맨 난민(신청자)의 제주도 유입문제는, 유럽의 정치질서를 흔드는 난민문제가 결코 나라 밖의 문제가 아님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었다. 난민을 신청하였다고 모두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다.

난민인지 여부에 대한 확인은 단순한 사실 확인행위로서의 의미를 넘어, 난민법에 의하여 특수한 지위가 부여되는 공권적 판단작용으로 보아야 한다. 문제는 난민신청자의 지위에서 난민여부가 결정되는 시점까지 절차적 권리를 보장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데, 최근에는 난민심사기간이 장기화되면서 이러한 잠정적·임시적 지위 자체마저도 경제적 이익추구의 대상이 되어 이를 남용하는 현상이 발견된다는 점이다. 난민인정절차의 과부하가 되면 될수록 난민신청자의 지위는 장기화되고, 경제적 이익추구의 효용성은 극대화되는 악순환이 펼쳐지는 것이다.

2.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에 수용된 난민신청자의 변호인접견권

헌법재판소 2014헌마346 헌법소원사건의 청구인(M. S. I. Abdalla)은 수단 국적의 외국인이다. 청구인은 2013. 11. 18. 수단의 카르툼 공항에서 출국하였고, 홍콩을 경유하여 2013. 11. 20.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였다. 청구인은 입국시에 수단 주재 한국대사관이 발급한 단기 상용 목적의 사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여 입국 심사 과정에서 난민신청의사를 밝히고 난민법 제6조에 따른 출입국항에서의 난민인정신청을 하였다.

인천국제공항 출입국관리공무원은 2013. 11. 20. 청구인에 대하여 입국목적이 사증에 부합함을 증명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입국불허결정을 하였다. 피청구인은 2013. 11. 20. 청구인이 타고 온 비행기의 운수업자인 중국남방항공(China Southern Airlines)에 대하여 청구인을 국외로 송환하라는 내용의 송환지시서를 발부하였다. 다만 송환지시서에 “항공사 및 출국대기실에 난민심사를 위해 대기하여야 함을 고지함”이라고 부기하여 즉각적인 집행을 보류하였다.

청구인은 2013. 11. 20.부터 인천국제공항 환승구역 내에 설치된 송환대기실에 수용되었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은 2013. 11. 26. 청구인에 대하여 난민인정심사불회부 결정을 하였고, 청구인은 그 이후에도 계속 송환대기실에 수용되었다.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은 입국이 불허된 외국인들이 국외송환에 앞서 임시로 머무르는 곳인데, 당시 이곳은 전용면적 약 330㎡에 공중전화기, 의자, 텔레비전, 음료수대, 샤워실, 화장실을 갖추고 있었으나 정상적인 침대나 침구는 없었다.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는 청구인에게 치킨버거와 콜라 등을 제공하였다.

그러나 청구인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대기실 밖으로 나갈 수 없었고, 공중전화 외에는 외부와의 소통 수단이 없었다. 송환대기실은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고, 철문으로 막혀 있다. 송환대기실의 관리·운영 체계는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과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에 의해 공동으로 결정되었는데,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이 송환대기실의 임차료를 부담한다.

청구인의 변호인은 2014. 4. 25. 청구인에 대한 접견을 신청하였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은 2014. 4. 25. 송환대기실 내에 수용된 입국불허자에게 변호인 접견권을 인정할 법적 근거가 없고, 피청구인은 송환대기실의 관리·운영 주체가 아니어서 청구인에 대한 변호인 접견을 허가할 권한이나 의무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청구인의 변호인의 접견신청을 거부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변호인접견불허처분에 관한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고, 헌법재판소는 2018년 5월 31일 2014헌마346 결정으로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이라는 폐쇄된 공간에 수용된 난민신청자에 대하여 헌법상 변호인접견권이 인정되므로,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장의 변호인접견불허처분은 위헌이라고 확인하였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인천국제공항 송환대기실은 출입문이 철문으로 되어 있는 폐쇄된 공간이고, 인천국제공항 항공사운영협의회에 의해 출입이 통제되기 때문에 청구인은 송환대기실 밖 환승구역으로 나갈 수 없었으며, 공중전화 외에는 외부와의 소통 수단이 없었다. 청구인은 이 사건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 당시 약 5개월 째 송환대기실에 수용되어 있었고, 적어도 난민인정심사불회부 결정 취소소송이 종료될 때까지는 임의로 송환대기실 밖으로 나갈 것을 기대할 수 없었고, 이는 헌법 제12조 제4항 본문(“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에 규정된 “구속” 상태였다.

이 사건 변호인 접견신청 거부는 현행법상 아무런 법률상 근거가 없이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제한한 것이므로, 청구인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청구인에게 변호인 접견신청을 허용한다고 하여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에 어떠한 장애가 생긴다고 보기는 어렵고,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접견 장소 등을 제한하는 방법을 취한다면 국가안전보장이나 환승구역의 질서유지 등에 별다른 지장을 주지 않으면서도 청구인의 변호인 접견권을 제대로 보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대한민국의 매우 낮은 난민 인정률(3.5%) 통계자료

국내외 난민통계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것은 유엔난민기구(UNHCR)의 자료이다. 최근 18년간 약 69만명의 난민을 받아들인 독일을 위시하여 다수의 OECD 국가가 평균 24.8% 비율로 난민을 인정하였음에도, 대한민국의 난민 인정률은 3.5%이고 그 숫자도 불과 708명에 불과하다는 통계자료는 인권선진국을 꿈꾸는 우리에게 매우 자극적으로 다가오고 있다.

필자가 참가한 지난 2017년 2월의 터키 이스탄불대학 국제법센터의 난민법 연수과정에서도 대한민국의 난민법 제정과 난민 인정률의 문제는 큰 관심사였다. 시리아 난민 및 아프리카계 이주민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유럽과 달리, 이러한 지정학적 이슈가 뚜렷하지 아니한 유일한 아시아계 연수참가자에 대한 호기심은 당연한 것이었다.

당시 교수님은 “대한민국이야 말로 세계에서 가장 불쌍한 북한의 주민과 그들을 통치하는 폭압적인 정권을 직접 마주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에서 남한으로의 이주는 그 자체로 박해의 경우에 해당하여, 난민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나름의 해석을 제시하였지만, “대한민국 헌법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하지 아니하고, 따라서 북한의 영토도 대한민국의 영토이며, 북한의 주민도 외국인이 아니라 당연히 대한민국의 국민이기 때문에, 북한주민이 대한민국에 정착을 하여도 이것은 ‘외국인’으로서의 ‘난민’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정착’의 문제”라는 설명은, 모든 참석자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하였다.

4. 북한이탈주민을 배제한 난민통계의 치명적 오류

대한민국의 헌법은 북한이탈주민을 『난민법』이 적용되는 ‘외국인’이 아니라, 단지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거주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보고 있기에, 우리는 그 정착을 위하여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을 적용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7년까지 708명의 난민을 인정하는 동안, 비슷한 시기인 1999년부터 2016년까지 29,265명의 북한이탈주민이 입국하였고, (원래부터 대한민국 국민이었으므로) 100%의 인정률로 대한민국 국민으로 정착하였다. 따라서 3.5%의 인정률로 708명의 난민이 인정되었다는 통계는 북한이탈주민의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것이다. 이는 약 61%의 인정률로 정정하여 해석하여야 한다.

그런데 난민(refugee)의 문제를 고립적으로 바라보는 견해가 있다. 법이 정한 난민요건을 충족하였다면 당연히 난민을 인정하여야 하고, 난민 인정률이 매우 낮다면 난민요건에 해당하는 법규정의 해석이 매우 ‘엄격’한 것에 기인하므로, 그 해석을 ‘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난민은 난민 자체의 고립된 문제가 아니다. 난민은 역사적, 지역적, 지정학적, 국제정치적으로 탄생된 개념이고, 그 본질은 ‘외국인의 국외이주’라는 국제이주(international migration) 개념 중 인도주의적 색채가 짙은 영역일 뿐이다.

터키의 난민 인정률이 88.1%에 이르는 점은, ① 터키가 수용한 난민이 대부분 시리아 난민이고, ② 시리아와 이웃한 국가로서 넓은 국토에 비하여 인구가 8천만 명밖에 되지 않으며, ③ 유럽행을 원하는 다수의 시리아 난민을 흡수하여 유럽의 방파제로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EU로부터 대규모 원조를 얻어내고, ④ 2016년 쿠테타 세력을 조기 진압하고 2017년 대통령 권한을 강화하는 개헌안 통과하는 일련의 정치일정에서 에르도안 정부의 정권안정화에 중요한 외교적 협상카드로 사용될 수 있으며, ⑤ 향후 시아파 국가인 시리아의 국내정치에 영향력을 꾀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아니하면, 그 통계의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기 곤란하다.

마찬가지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국가의 통계는 난민최다 배출국인 시리아와 아프리카 대륙 간의 ‘지정학적 연결고리’와 ‘과거 식민지’를 건설하여 인적·물적 자원을 수탈하였고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反민주주의의 ‘독재정권을 용인’하였던 뼈아픈 역사를 고려해야만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당연히 난민개념으로 포섭되어 난민통계에 반영되었어야 할 북한이탈주민의 통계가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배제되었다고 하여, 61%의 실질 인정률을 3.5%의 바늘구멍 인정률로 자학하는 것은 난민에 관한 지정학적 문제와 역사적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것이다.

5. 결어

대상판결(2014헌마346)은 종래 형사절차에서만 인정된다고 보았던 변호인접견권을 행정절차에까지 확장한 의미 있는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난민신청 및 인정절차도 하나의 행정절차로서 기능하고 있고, 적법절차(due process)의 정신에 충실하게 절차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세무조사나 공정위, 금감원의 조사와 같이 행정조사의 경우에도 변호사의 참여를 확대하는 결정과 조치가 잇따르고 있으므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지극히 타당한 결정이다.

난민신청자의 절차적 지위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하여, 난민신청절차를 남용하여 체류를 연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지적을 탄핵시킬 수는 없다. 난민에 대한 최근의 논쟁은 난민법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 없이, “대한민국도 난민의 국가였고, 미국도 이주민이 세운 국가”라거나, “가짜뉴스를 근거로 이슬람출신의 모든 외국인을 혐오”하는 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이러한 논쟁에 중요하게 등장하는 통계가 바로 유엔난민기구의 난민인정률 통계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아니한 부정확한 통계로는 난민문제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한반도 평화시대가 도래하였다고 하여도 북한이탈주민은 계속 발생할 것이고, 북한정권에 의한 인권탄압이 종식되지 않는다면 북한이탈주민의 본질은 실질적으로 박해에 의한 난민일 수밖에 없다. 우리 안의 난민조차 난민으로 인식하지 못하면서 경제적 사유에 의한 이주, 난민심사 절차의 남용 문제까지도 난민(인권)의 문제로 인식하자는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사진=You In Law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