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후 발현된 난청, 업무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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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8-10-0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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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양공무원으로 일하다 퇴직한 A씨, 퇴직후 발견된 소음성 난청

  • 공무원 연금공단 "난청은 노화의 결과"…업무상 재해 인정 불가

  • 법원 "노화로 악화됐더라도 발현 원인은 직무와 연관" 판결

[아주경제 DB]


퇴직 후 한참 뒤에 발견된 질병도 업무상 재해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10년 넘게 해양경비함정에서 근무한 뒤 뒤늦게 난청이 생긴 공무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라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4단독 김정환 판사는 해양경찰청 공무원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A씨 승소 판결을 내렸다.

A씨는 1979년 9월부터 1991년까지 11년간 해양경비함정에서 일하면서 월평균 10일가량 출동 근무를 수행했다. 출동 시에는 24시간을 근무했다. 경비함정 내 소음은 소형함정의 경우 70.2dB∼120.5dB, 중형함정은 65.4dB∼118.0dB으로 일상생활에서 노출되는 평균 소음(75dB)보다 최대 2배 가까이 높다.

A씨는 함정근무 후에는 구난계장, 경비구난과장 등으로 근무하다가 2008년 퇴직했다. A씨가 소음성 난청 진단을 받은 것은 퇴직 후 8년 뒤인 2016년께로 당시 나이 만 66세였다.

A씨는 직무 환경의 심각한 소음 탓에 난청이 생겼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다가 공단에 거부당했다. 공단 측은 A씨가 노인성 난청일 가능성이 크다며,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나 법원은 A씨의 질병이 직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노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청력손실이지만 발병 원인은 경비정에서 장기간 근무하며 1일 소음노출 허용시간(90dB 환경에서 8시간, 100dB 환경에서 2시간)을 어긴데 있다고 봤다.

김 판사는 "소음성 난청은 초기엔 일상에서 거의 필요 없는 고주파수대에서 진행돼 이를 자각할 수 없다가 점점 저주파수대로 진행되면서 뒤늦게 발견될 수 있다"며 "원고가 상당 기간이 지나 진단을 받았다고 해서 공무와의 인과 관계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공무원재해보상법 등에 따르면 공무원이 공무집행과 관련해 질병이 발생하거나 부상 및 사망 등에 이를 경우 공무상 재해로 인정해 보상한다. 질병의 경우 발생 원인이 공무와 직접 연관이 없더라도 직무상 과로 등이 질병의 주된 발생원인과 겹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하면 보상받을 수 있다.

그러나 공무상 재해여부를 판단할 공단과 법원은 질병과 직무의 인과관계 인정에 매우 엄격하다. 실제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공무상재해 중 질환이 재해로 인정받은 비율은 30%대로 수년째 제자리걸음이다. 특히 인과관계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 있어 소송으로 진행되도 승소가 쉽지 않다. 

한 노무전문 변호사는 “직업병의 업무기인성은 장시간 축적되는데다 피해자가 본인의 업무와 질병사이의 인과관계를 직접 증명해야 한다”면서 “특히 스트레스, 과로, 우울증 등 정량화하기 어렵고 막연한 사유에 대해서는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피해자 측의 입증 부담을 경감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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