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음악 이론으로 만들어낸 미술 공연" 오민 '연습곡' 아뜰리에 에르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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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9-1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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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7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작가 전시회

  • -4개월간 프랑스서 만든 '연습연' 작품 3점 출품


음악과 미술이 결합하면 어떤 형태의 작품이 나올까? 논리적인 음악 이론 바탕 위에서 자유로운 현대미술을 입힌 작품은 독특한 장르를 탄생시켰고, 자유로움과 우연성을 뛰어넘어 논리적으로 완벽한 조화를 만들어 냈다.
비디오 작품에 나온 배우들의 섬세한 표정 연기는 다섯 개의 채널로 분류돼 분석되고, 이 분석을 바탕으로 모방한 연기를 선보인다. 더욱이 관객들이 참여하면서 한편의 완전한 '미술 공연'이 만들어진다.

[오민 작가가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제17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받은 오민 작가(43)가 수상자에게 주어진 4개월간 파리 레지던시 체류를 마치고 신작으로 구성된 개인전 연습곡(Etude·에튀드)을 서울 강남구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연다.

이번 전시의 작품은 지난 3월부터 4개월간 프랑스 파리에서 제작한 싱글 채널 비디오 '연습연(練習演) A'와 '연습연 C'(각 10분), 5채널 비디오 '연습연 B'로 구성된다.

프랑스어로 '에튀드'(etude)라고 하는 연습곡은 피아노를 처음 배우기 시작할때 배우는 바이엘, 체르니, 하논 등을 말하며, 오민 작가는 작업의 맥락에 따라 '연습곡', '연습연' 등의 명칭을 유연하게 활용했다.

작가가 연습곡이라는 아이디어를 내고 그것을 동작과 표정을 연습하는 '연습연'으로 확장하는 것은 그의 독특한 이력에 따른다.

6세 때부터 피아노 천재로 불리던 작가는 예원, 예고, 서울대 기악과까지 거의 10년 동안 음악연주자로서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그는 기악과 졸업과 동시에 미술로 전향해 시각디자인으로 학사 편입을 거쳐 예일대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 석사 학위를 받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5일 전시장에서 만난 오민 작가는 "음악을 하면서 세상과 좀 동떨어져 있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세상에 대해서 알고 싶고 호기심이 많다. 호기심을 스스로 풀어보고 싶은 생각에서 미술로 전향했다" 며 "처음에는 디자인이 좀 더 세상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했는데, 디자인보다는 미술이 다양한 분야를 포용력 있게 품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야 제 갈 길을 찾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음악에서 미술로 전향했지만 그의 작품에는 음악이 기저에 깔려 있다.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을 거머쥔 것도 다른 미술 전공자와는 다른 독특한 접근 방식이 한몫했을 것이다. 전시 작품도 그런 음악적 기초에서 출발한다.

오 작가는 "어린 시절을 연주자로 자랐으니까 연주자의 공통으로 가지는 마인드가 있는데, 그것은 완벽함에 도달하고 싶은데 도달하기 어렵다는 것, 도달하기 위해서 자신을 밀어붙이는 어떤 그런 습성이 있다. 연습곡이 바로 그런 것을 잘 나타내는 도구이다"고 말했다.

오민 작가는 음악에서 쓰던 연습곡을 무용가들에게 적용하면서 음악과는 다른 '인식의 기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무용가들이 몸을 쓸 때는 현장에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들이 상당히 많다. 이런 것들이 무용수들끼리 인식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무용공연자들의 기술이라는 것이 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 상황에 대응하고 이전에 계획했던 것들하고 연결해서 즉각적인 판단을 내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즉 무용가들이 인식하고 그 결과가 몸으로 나타난다고 생각하게 돼서 '인식의 기술'을 제안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보이는 3개의 작품은 개별적으로 보이지만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연기자가 등장하는 구체적인 영상이지만 언뜻 보기에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아차리기가 쉽지 않다.

오민 작가는 "클래식 음악 하면 어렵고 지루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도 멜로디는 기억하기도 하고 멜로디를 알면 음악을 아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며 "음악의 안에 엄청난 구조들이 밑단에 깔려 있지만 꼭 그것을 모르더라도 즐길 수 있듯이 꼭 이해를 하지 않고 소통하는 길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된 오민 작가의 '연습연A']


▶2개의 스크린 5개의 모니터링 그리고 7개의 의자

전시장에 들어서면 2개의 커다란 스크린과 5개의 작은 스크린이 각각 나란히 있고, 스크린 주위에 관람객이 앉을 수 있는 정육면체 상자가 7개 놓여 있다.

'연습연A' 작품에서는 실제 자연 속에서 한 연기자가 벽을 보거나 나무를 보거나 나무 사이에 들어온 햇빛을 인식하고, 인식이 그 사람의 표정에서 읽히게 된다.

작품에서 연기자는 인식을 연습하는 것이다. 공연하는 도중에 연기자들이 수행하는 것은 행위나 시선 처리를 통해서 관람객들이나 공연을 같이하는 연기자들끼리 어떤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감정을 공유한다. 그 상황에서 무언가를 인식하고 인식을 했다는 것을 표정으로 드러내는 것이 이번 작품이다.

일종의 인식하는 기술을 연습하는 에튀드를 만든 것이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된 오민 작가의 '연습연B']


'연습연B'는 '연습연A'에 관한 스코어(score) 이다.
음악에서 스코어는 연주에 관한 모든 파트를 종합해서 기록한 보표를 말한다. 현대무용에서는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것도 스코어이고 아티스트 노트도 스코어이다.

스코어는 관객들에게 작품을 읽은 가이드 역할도 하고 어쩔때는 작품 일부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스코어가 읽기 편하게 돼 있는 것은 아니다.

'연습연B'는 다섯 개의 화면으로 구성됐다. 2개의 화면은 '연습연A'를 설명하는 텍스트가 나오고, 2개의 화면은 알 수 없는 도형이 나열돼있다. 마지막 화면에는 '연습연A'에서 주변 환경적인 요소를 다 빼고 인물의 특징적인 행위만 끄집어내서 연기자가 연기를 하는 모습이다.

오민 작가는 "악보라는 것이 약속된 기호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알 수 있는 방식이듯 누군가는 도형을 보고 저 사람이 무엇을 한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된 오민 작가의 '연습연C']


'연습연C'는 '연습연B'를 바탕으로 연기자가 그것을 다시 머릿속에 떠올리면서 새롭게 '인식'하는 연습을 하는 장면이다.

'연습연A'에서 연기자가 현재 눈앞에 있는 나무를 관찰해서 에튀드를 실행하는 사람이라면 '연습연C'에서는 이미 실행했던 에튀드를 기록한 스코어를 보고 다시 머릿속에 떠 올리는 것이다.

악보(스코어)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행위를 머릿속에 떠 올리는 것을 연습하거나, 혹은 악보를 보면서 어떻게 행위를 할 것인가를 구상하는 것을 연습하는 것이 작품의 내용이다.

[아뜰리에 에르메스에 전시된 오민 작가의 관람객을 위한 의자]


'연습연A','연습연B','연습연C'작품 앞에는 각각 정육면체 모양의 의자가 놓여 있다. 작가는 관객까지 인식의 범위에 넣었다.

"인식의 기술이라는 것에서 보는 행위가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아마도 지금 연습하는 공연자를 보고 있는 관객의 상태 자체가 제가 지금 말하고 있는 주제와 맞닿아 있어서 관객을 작품 안에 초대를 하는 의미에서 의자를 놓고 영상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위치에서 조명이 들어갔다."

오민 작가는 미술에 접근하는 방식이 처음부터 음악에 많은 것들을 기대고 있다. 이런 것들이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방식이기 때문에 미술 분야에 새로운 영감들 환기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던져 주고 있다.

근의 공식으로 방정식을 풀 듯이 정교하게 구조를 만들고 자기의 형식들을 새롭게 창안하는 오민 작가의 작업을 통해서 미술이 다변화되는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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