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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의원 연찬회] 김병준 '고장난 자동차론'에 親朴 "운전수 문제"

과천(경기)=손인해 기자입력 : 2018-08-20 20:16수정 : 2018-08-20 20:16
의원 연찬회에서 金 vs 親朴 '정면충돌'…계파갈등 재점화 조짐

20일 오전 경기도 과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2018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과 김성태 원내대표가 각각 참석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당의 새로운 가치·좌표를 재정립하자고 모인 자유한국당 의원 연찬회 자리에서 해묵은 '계파 갈등'이 재점화했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이 한국당을 '고장 난 자동차'에 비유하며 인적 청산보다 미래비전 정립이 우선해야 한다고 언급하자 김진태 의원 등 일부 친박계는 "운전사가 문제"라며 현 지도부를 겨냥했다. 

김 위원장은 20일 경기도 과천시 공무원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의원 연찬회에서 '선(先) 가치정립·후(後) 인적청산'이란 기존 입장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그는 "지난 한 달 동안 비대위원장을 하면서 가장 괴롭혔던 문제가 있다"며 "제 나름대로 일정이나 계획과 관계없이 저에게 오는 가장 큰 압박이 인적 청산"이라고 운을 뗐다.

김 위원장은 "그런데 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지금 우리는 어떻게 보면 고장 난 자동차"라며 "자동차를 고치지 않고 아무리 좋은 운전사를 데려온다고 해서 운전할 수 있나. 차를 고친 다음에 새로운 운전사를 모셔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고장 난 지점에 대해 "한국당이 무엇을 추구하는지 얘기할 때 떠오르는 가치가 없다"며 "반공·안보·친기업·기득권 옹호·수구·부패에 연루돼있고 이런 이미지만 있다. 그게 아니라 정말 새로운 목표와 미래비전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김 위원장의 쇄신안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다. 당이 위기에 빠진 근본 원인은 가치가 아닌 리더십의 문제라는 것이다. 

대표적 친박계인 김진태 의원이 먼저 나섰다. 김 의원은 "기본적인 접근 방식에서부터 (김 위원장과) 다른 의견을 드리겠다"며 "운전사 문제가 아니고 차가 고장 났다고 하는 데 동의하기 어렵다. 차는 고장 난 게 없는데 운전사가 문제였다"고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그 근거로 "오늘 나온 주제를 보면 소득주도 성장이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은 없을 거다. 북한산 석탄이나 허익범 특검에도 우리 당에 노선 차이 있을 게 없다"며 "그런데 자꾸 우리 이념·가치 문제부터 접근해가는 데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또 "우리가 2년 반 전인 20대 총선 전에는 잘나갔다. 그때는 우리가 가진 이념과 가치가 문제가 있었는데 잘나갔나"고 반문하며 "길게 얘기할 것 없이 탄핵과 대선, 지방선거 참패 등 사건마다 우리 당을 이끌었던 리더십이 굉장히 문제였다"며 전·현직 당 지도부를 정면 겨냥했다.

범(凡)친박으로 분류되는 박완수 의원도 "운전자에게도 책임 크다는 말에 공감한다"며 "김 위원장이 오셔서 당 가치를 정립하자는 데 공감하지만 과거 비대위에서도 그런 일이 많이 있었다. 그런데 당 지도자가 바뀌니까 아무 소용 없었다"고 회고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보수 이념과 가치보다 중요한 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건전한 상식을 가진 리더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당"이라고 덧붙였다.

'김병준 리더십'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정용기 의원은 "김 위원장이 홍준표 전 대표에 비해서 상당히 변하고 있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당이 이러한 위기에 처한 근본 원인은 민주적 리더십이 아니라 폐쇄적이고 반민주적인 리더십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표현이 결례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일관됐다"며 "대법관 버전이냐, 구중궁궐 버전이냐, 기업 CEO 버전이냐, 조폭 잡던 검사 버전이냐, 노동운동 버전이냐, 교수님 버전이냐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비꼬았다.

각각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홍준표 전 대표, 김성태 원내대표,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가리키며 이들이 출신 이력만 차이가 있을 뿐 '나를 따르라'는 독선적 리더십에는 차이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정 의원은 이어 "김 비대위원장도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 이 가치에 동의 안 하는 사람은 같이 갈 수 없다. 시스템으로 걸러내겠다'고 했다"며 "이것도 똑같이 '나를 따르라'는 리더십이다. '뭐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와 무슨 차이가 있겠나"고 했다.

과거 홍준표 전 대표 체제에서 홍 전 대표는 정우택 의원의 당 지도부에 대한 '백의종군(白衣從軍)' 요구에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일축한 바 있다.

앞서 김성태 원내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에서 "통합 보수야당 건설을 위한 야권 리모델링을 심도깊게 고려하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도 "내부 정리가 우선"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태흠 의원은 "원내대표께서 모두발언에서 '보수 대통합'이라는 화두를 던졌다. 저는 보수 대통합에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시기적인 측면에서 신중하게 언급했으면 좋겠다. 일단 내부 정리가 우선이다"고 했다.

친박계로 분류되는 한 중진의원도 이날 기자와 만나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대해 "안에서부터 통합이 돼야지 누구랑 연대를 하나. 한국당이 복당파 위주로 가면 안 된다. 내부적으로 통합에 관한 논의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필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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