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법원, 지역 도시가스사업자 '장기 계약 갑질' 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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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호·한지연 기자
입력 2018-06-2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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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법원 “협의 없는 도시가스 장기간계약 효력 없다”

  • 도시가스업체 약관설명 안했다면 개별적 협상 아냐

법원이 가스공급업체가 수급업체와 별다른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장기간 계약 기간을 설정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사진=아이클릭아트] 


지역 도시가스 독점공급업체가 수급업체와 별다른 협의를 거치지 않고 임의로 계약 기간을 장기로 설정하는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서산지원 제1민사부(문봉길 부장판사)는 충남 서산지역 도시가스사업자 A사가 관내 도시가스 수급업체 B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지난 21일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즉, 도시가스 공급업자 A사가 소송에서 패한 것이다. 

B사는 2009년 1월 A사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도시가스를 공급받고 있었다. 계약 기간은 오는 2028년 12월까지 20년이었다. 그러다 B사는 A사의 도시가스보다 타사의 액화천연가스(LNG)를 사용하면 생산성이 좋고 비용이 줄어든다는 의견을 밝힌 뒤 A사 측에 2017년 7월부터 도시가스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A사는 B사가 계약을 위반했다며 2014~2016년 평균 연간 순이익에 해당하는 2억6000여만원에 남은 계약기간에 해당하는 11년을 곱한 28억7320만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B사는 A사가 약관 규제법(설명의무 등)과 민법 103조(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법률행위) 등을 위반해 도시가스 공급 계약은 무효이고, 가격변동 등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사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계약 기간을 20년으로 정한 도시가스 공급계약은 장기간의 전속적 계약이고, 계약기간 부분은 약관에 해당한다”면서 “(이 부분에 대해) 분명한 방식으로 약관설명 의무를 이행해야 함에도 이를 하지 않았고, 개별적인 협의도 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약관설명 의무란 약관이 정한 중요한 내용을 고객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하는 사업자의 의무를 말한다.

또한 A사가 B사와 개별적인 협상을 거쳤다고 주장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사는 대부분의 계약 내용이 포함된, 미리 인쇄된 계약서를 제시했고, 수기로 기재한 부분은 계약서 말미에 있는 작성일·주소·상호·대표자명에 불과하다”면서 “계약 체결 당시 계약기간과 관련해 별도 협상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계약이 됐다고 할 수 있다”며 “B사의 도시가스 사용폐지 신청은 해당 도시가스 공급규정에 근거한 것으로 적법하다”고 덧붙였다.

B사를 대리한 문성준 한유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계약 기간을 20년으로 정하고 별도 계약해지권을 인정하지 않는 도시가스 공급계약은 그 자체로 고객에게 부당하고 불리한 계약에 해당한다”고 지적하고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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