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난민구조 NGO-밀수업자 '짬짜미'"…伊검찰 발표 파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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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25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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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터무니없는 주장에 분개"…伊야당 "난민 '택시' 전락한 NGO, 철저히 수사해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더 나은 삶을 찾아 유럽으로 밀려들고 있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목숨을 지중해에서 구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는 일부 비정부기구(NGO)가 난민 밀수업자들과 공모한 증거가 있다고 이탈리아 검찰이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23일 이탈리아 일간 라 스탐파에 따르면 이탈리아 카타니아 검찰청의 카르멜로 주카로 수석검사는 "일부 NGO와 리비아의 난민 밀수꾼들 사이에 직접적인 접촉이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며 "이 증거를 법정에서 사용할지, 만약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공개할지 등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난민 밀수부터 불법 난민 착취, 난민 센터 운영에 관련된 불법 행위에 이르기까지 난민 관련 범죄를 수사하고 있는 시칠리아 검찰 조직의 수장인 주카로 검사는 "일부 NGO는 리비아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있으며, 몇몇 NGO는 아마도 리비아 영해로 넘어가는 것을 은폐할 목적으로 무선 송신기를 꺼두기도 한다"며 "이는 모두 확인된 사실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의혹은 국경없는의사회(MSF)나 세이브 더 칠드런과 같은 대형 NGO에는 해당 사항이 없으며, 몰타의 MOAS나 독일의 소규모 NGO등에 국한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주카로 검사의 이번 발언은 시칠리아 검찰이 현재 지중해에서 난민 구조 작업에 참여하고 있는 일부 신생 NGO가 리비아 난민 밀수조직이나 밀수업자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지 않는지에 대해 들여다 보고 있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탈리아 검찰은 난민들을 이탈리아에 더 손쉽게 실어 나르려는 밀수업자들의 이해 관계와 한 명이라도 더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려는 NGO의 명분이 맞아 떨어지며 일부 NGO가 불법 난민 밀수업자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사하고 있다.

난민 구조 NGO는 이런 의혹에 대해 "인도적 책임을 다하지 않은 채 난민들을 바다에 수장시키고 있는 무책임한 유럽 각국 정부를 대신해 난민들의 목숨을 구하고 있을 뿐"이라며 "NGO들이 구조 작업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모략"이라고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프랑스 난민 구조 NGO인 SOS 메디테라네는 AFP통신에 "결코, 그리고 단 한번도 불법 밀수업자들을 통해 난민선과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독일의 NGO인 라이프보트 역시 "리비아 난민밀수업자나 밀수 조직과 결단코 따로 연락을 취한 일이 없다"며 "우리 구조선의 위성전화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이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NGO와 불법난민 밀수업자들의 짬짜미 의혹은 지난 2월 유럽국경 통제 기관인 프론텍스에 의해 처음 제기된 바 있다.

프론텍스는 당시 일부 NGO가 리비아 해상 쪽으로 깊숙이 들어가 활동하며 사실상 아프리카 난민을 유럽으로 실어나르는 '택시' 역할을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프론텍스는 사고 시 리비아 영해로 들어가 적극적으로 구조활동을 펼치는 NGO는 리비아 현지의 난민 밀수업자들이 조악한 고무보트나 목선에 난민들을 콩나물시루처럼 빽빽이 태운 채 무모한 항해를 감행하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의도치 않게 범죄 조직의 목표 달성을 도와주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이탈리아 야당 역시 이런 의혹에 대해 철저히 파헤칠 것을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탈리아 정당 중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제1야당 오성운동의 하원 부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 의원은 지난 21일 "일부 NGO의 구조선은 이탈리아로 난민들을 실어나르는 '택시'로 전락했다"며 "이들이 과연 어떤 돈으로 지중해 난민들을 구조하고 있는지에 대한 철저하고 근본적인 수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년 간 지중해를 통해 난민 50만 명이 쏟아져 들어온 이탈리아에는 올해 들어서도 현재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44% 증가한 3만7천

명의 난민이 유입돼 난민 문제로 인한 사회적·정치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디 마이오의 이런 발언이 알려지자 반(反)마피아 책 '고모라'로 유명한 이탈리아 인기 작가 로베르토 사비아노는 "난민들이 더 많이 죽던 말던 표만 많이 얻으면 된다는 발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하지만, 디 마이오 의원은 이런 비판에 대해 "지금까지 '난민 사업'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일종의 금기였지만 의혹이 제기되는 만큼 투명하게 짚고 넘어가자는 것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NGO와 난민 밀수꾼의 관계를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자 지중해 난민 구조에 앞장서는 민간 단체로 꼽히는 국경없는의사회(MSF)는 24일 "지중해에서의 NGO의 역할에 대해 몇몇 정치인들이 제기하는 냉소적인 비난과 허위 의혹 제기에 분개한다"며 "우리의 일과 이미지, 신뢰성을 지키기 위한 대응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ykhyun14@yna.co.kr

(끝)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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