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스틱 대신 클럽...동계 올림픽 종목에서 골프로 전향한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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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18-02-09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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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선수를 했었던 박준섭. 사진=KPGA 제공]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9일 개회식을 시작으로 17일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 이후 대한민국에서 30년 만에 개최되는 올림픽이어서 전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계올림픽 종목인 골프를 업(業)으로 삼고 있는 KPGA 코리안투어 선수들도 예외는 아니다. 종목은 다르지만 국내에서 펼쳐지는 세계적 스포츠 행사에 주목하고 있다. 이 중 더욱 적극적으로 관심을 나타낸 선수들이 있다. 바로 골프를 접하기 전에 동계 스포츠를 먼저 시작했던 선수들이다.

▲스틱(Stick)대신 클럽(Club) 잡았다. ‘아이스하키 선수 출신’ 김태훈

KPGA 코리안투어에서 2승을 올린 ‘테리우스’ 김태훈은 초등학교 시절 아이스하키를 먼저 접했다. 12세부터 2년간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며 고향인 전북 전주시에서 유망 선수로 꼽히기도 했지만 중학교 진학 시점에 아이스하키부가 있는 중학교가 인근에 없어 아이스하키를 접을 수밖에 없었다.

김태훈은 “아이스하키에 한창 재미를 붙이던 시기여서 아이스하키를 그만두고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했지만 지금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아이스하키를 그만둔 김태훈에게 그의 큰아버지는 골프를 권했다. 김태훈이 14세 때였다. 김태훈의 큰아버지는 야구선수 출신으로 1980년대 ‘해태 타이거즈(現 KIA 타이거즈)’ 돌풍을 이끌었던 김준환 원광대 감독이다.

그는 “아이스하키를 하면서 기초 체력을 쌓은 덕분에 골프를 배울 때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하키와 골프의 스윙 매커니즘이 굉장히 비슷해서 골프 습득이 빨랐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이스하키는 정말 재미있는 운동이다. 취미로라도 배우고 싶지만 부상 위험 때문에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애정 섞인 말과 함께 “전지훈련을 와있어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직접 가보지는 못하지만 방송을 보면서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전했다.

2015년 ‘카이도골프 LIS 투어챔피언십’ 이후 우승 소식이 없는 김태훈은 베트남에 전지훈련 캠프를 차리고 올 시즌을 위한 담금질에 들어갔다. 김태훈이 시즌 전 해외에서 훈련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남다른 각오로 시즌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쇼트트랙 선수 출신’ 박준섭, 빙판 위를 떠나 초록 필드에서 챔피언 꿈꾼다.

2013년 KPGA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박준섭은 7세 때 쇼트트랙을 먼저 시작했다. 쇼트트랙 서울시 대표 선수로도 활약한 박준섭은 “단거리보다 장거리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뒀다. 집에 메달이 많은 걸로 봐서는 꽤 좋은 선수였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재능을 보이며 유망주로 성장하던 중 13세 때 무릎을 다쳤고 그는 고민 끝에 스케이트를 벗었다. 이후 골프로 전향을 결심했다. 박준섭은 “시작할 때부터 골프가 굉장히 재미있었다. 그래서 보다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쇼트트랙을 통해 균형감과 하체 힘을 키울 수 있어 골프를 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됐다”고 전한 뒤 “어렸을 적 동계 스포츠를 했던 만큼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 더욱 관심이 간다. 힘들게 준비한 선수들이 좋은 성적 거두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올 시즌 목표를 ‘우승’이라고 밝힌 박준섭은 현재 국내에서 체력 훈련과 스윙 교정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그는 “지난 시즌 아쉬운 대회가 많았고 더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꼈다. 2018년에는 부족했던 부분을 갈고 닦아서 훨씬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하고 싶다. 빠른 시일내로 첫 승을 거두고 그에 걸맞는 겸손한 선수가 되고 싶다”라고 전했다.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과 함께 훈련했던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출신’ 김지우의 각오

지난해 KPGA 챌린지투어 상금순위 2위에 오르며 4년 만에 KPGA 코리안투어에 모습을 보이는 김지우는 7세 때부터 스케이트를 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는 매년 전국체전에서 메달을 목에 거는 등 각종 대회에서 우승한 횟수만 30번이 넘는다. 13세 때에는 스피드 스케이팅 주니어 국가대표에 선발될 정도로 미래가 유망한 선수였다.

골프와의 인연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당시는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생명이 짧았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였던 선배가 10만원 짜리 레슨 시장을 전전하는 것을 보고 놀라기도 했고 회의감이 들었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MTB 등 다른 운동을 고민하던 중 아버지의 권유로 골프채를 잡게 됐다”고 골프 선수로의 전향한 배경을 설명했다.

골프가 처음부터 쉬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익사이팅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 절제된 동작과 상대적으로 정적인 골프로 전향한 후 적응하기 힘들었다. 사실 적응한 지도 불과 몇 년 되지 않는다. 하지만 골프가 재미있고 매일 또 다른 매력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올림픽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남다르다. 김지우는 “평창 동계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있는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과 어렸을 때 5~6년 동안 함께 숙소 생활을 했기 때문에 각별한 사이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나 역시 올림픽이 항상 목표였고 꿈이었다. 지금도 나가지 못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골프가 하계올림픽 종목으로 다시 채택된 만큼 꼭 한 번 도전해보고 싶다”며 당찬 포부를 드러냈다.

태국에서 전지훈련 중인 그는 “안정된 경기 운영과 숏게임을 중심으로 훈련중이다. 오랜만에 KPGA 코리안투어에 복귀하는데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싶다. 시드 유지가 목표지만 더 나아가 우승까지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며 힘주어 말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이수민은 ‘스키 선수 출신’

2015년 KPGA 코리안투어 명출상(신인상) 수상자 이수민은 골프 이전에 스키를 먼저 접했다. 강원도 평창이 고향인 이수민의 아버지 이정열씨는 대한스키지도자연맹 이사로 있는 스키 선수 출신이다. 평창에서 스키숍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이수민은 아버지의 권유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스키에서 골프로 전향했다. 골프의 비전을 믿었고 이수민의 재능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에 보답하듯 이수민은 골프에 재능을 보였다. 오랜 기간 국가대표를 지냈고 아마추어 신분으로 2013년 ‘군산CC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프로 대회에서 우승컵을 품에 안은 6번째 아마추어 선수가 됐다. 2015년에는 프로로 ‘군산CC오픈’에서 정상에 올라 아마추어와 프로로 동일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리는 진기록을 써냈다.

이수민은 “아버지께서 체력 훈련을 많이 시키셨다. 특히 하체 트레이닝을 많이 했는데 산도 많이 올랐고 용평 스키장 슬로프도 많이 뛰어 다녔다. 스키도 하체가 중요하듯 골프도 하체가 견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다.

이어 “고향인 평창에서 올림픽이 열리니 감회가 새롭다. 출전 선수들 모두 부상없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대한민국 파이팅!”이라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2016년 유러피언투어 ‘선전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뒤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수민은 15일부터 열리는 ‘NBO 오만오픈’에서 또 한 번 우승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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