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교수
scpark@snu.ac.kr
-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 (전) 삼성종합기술원 웰에이징연구센터 센터장
- (전)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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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100세 시대, '저비용장수사회'로 가는 길 막상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개인의 장수가 마냥 기쁘기만 한 일이 아니라 미래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어 간다. 격변하는 사회에서 핵가족화하면서 가족 간 유대의식도 약해질 뿐 아니라 노인 인구가 급증하면서 생산력 감소와 사회적 혼란이 초래되어 결과적으로 복지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한 고비용장수사회(高費用長壽社會)가 초래될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인층이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이고 의존적인 계층이 아니라 생산적이고 자립적이며 사회 기여 계층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한 전제 조건은 노인층 개인의 적극적 참여 의지와 사회적 주체로서 책임의식의 회복이다. 살아 있다는 것은 변화에 대한 도전이다. 나이듦이란 변화된 환경에서 보다 능동적인 노력을 통하여 새로운 삶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의미를 적용하는 사회적 규범 체계를 만드는 일이 장수문화의 목표다. 장수문화의 핵심은 받는 자가 아닌 주는 자로,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로, 피동적 객체가 아닌 능동적 주체로서 노년 위상을 확립함에 있다. 그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고령인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실천적 측면에서 달라져야 한다. 심리학자 에릭슨 부부(Erik & Joan Erikson)가 처음에는 인간심리 발달 과정을 8단계로 구분하고 마지막을 65세 이후 자아 확립과 실망의 단계라고 규정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스웨덴 사회학자 라르스 토른스탐(Lars Tornstam)이 제안한 노년초월(Gerotranscendence)이라는 개념을 수용하여 80세 이후 삶에 퇴행적·소비적 이미지가 아닌 보다 포용적이고 이타적이며 우주에 순응하는 9단계를 추가하였다. 정신과 의사인 마크 아그로닌(Mark Agronin)은 저서 <노인은 없다(The End of Old Age)>에서 노년의 의미를 학자, 현자, 관리자, 창조자, 예지자로 정의하였다. 노년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개념이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장수인(長壽人)이라는 용어를 단순한 연령적·시간적 개념에서 인식할 것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새로운 계층의 출현으로 인식하여야 할 시점이 되었다. 이러한 장수인에 대한 새로운 인식에서 장수문화의 실천적 방향을 생각해 본다. 장수인은 스스로 살아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삶은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이라는 생물학적 당위의 산물이다. 노화라는 생물학적 현상도 죽음에 이르는 전 단계 과정이 아니라 생명체가 환경에 적응해 나가는 단계의 일환이며, 죽음에 대한 저항적 속성을 가지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생체 내 모든 조직들은 사용하지 않으면 위축되고 퇴행해 버리는 악순환에 빠져든다는 점을 인지하고 나이가 들수록 보다 활발하게 움직여야 한다. 아무리 나이가 들었다고 해도 삶의 주체는 나일 수밖에 없다. 남이 나를 대신 살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수인은 창조적 활동에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세계적 문호, 작곡가, 예술가, 과학자들이 팔구 십 세가 넘어서도 젊은이 못지않은 창조력을 발휘하고 있다. 심리학자 진 코헨(Gene Cohen)은 저서 <창의적인 노년(The Creative Age)>에서 노년의 창의성을 아인슈타인의 방정식과 유사하게 C=me²으로 표현하였다. 창의력(C)은 삶의 경험 질량함수(m)와 내면의 정서적 경험과 외면의 사회적 경험(e²)을 곱한 값과 같다고 하였다. 지적 능력, 인지능력, 창조적 활동은 노력과 경험에 의하여 연령에 상관없이 증진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다만 노화의 특징이 외부 자극에 대한 반응성 저하에 있기 때문에 새로움을 찾기 위해서는 젊은이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함을 인정하여야 한다. 장수인들은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에 참여하여야 한다. 노인들을 일괄해서 사회적으로 차단하고 차별화하는 것은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장수인은 과거는 덮어버리고 새로운 날을 대비하는 기다림의 열정을 되살려야 한다. 인간이 추억에만 의지하고 살 수는 없다. 살아온 나날이 많았지만 앞으로 살아갈 날도 상당히 남아 있음을 묵과해서는 안 된다. 지역사회는 바로 이러한 고령인들의 사회 참여를 원활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를 강구하여야 하며, 필요하면 구제도를 혁파하고 정년이 없는 사회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장수문화를 성공적으로 이룬 사례로 일본 도쿠시마현 가미가쓰(上勝) 마을이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 비율이 50%를 넘고 인구 2000명에 불과한 벽촌 산간 마을에 원예지도사로 들어간 청년 요코이시 도모지(橫石知二)는 무력해져 있는 마을 노인들을 보고 나이가 들어도 할 수 있는 일을 찾고자 하였다. 그러다 요리 장식에 필요한 야생화와 나뭇잎을 채취하여 상업화하기로 하였다. 무관심과 야유를 받으며 겨우 4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주민 200여 명이 참여하는 이로도리 마을회사로 크게 발전하여 가구당 연간 수익이 2억원 넘는 대표적인 부촌을 이루었다. 효율을 높이기 위하여 과감하게 고령인 상호 경쟁을 유도하고 인터넷 체제를 도입하여 칠팔 십대 노인들이 자유자재로 컴퓨터를 통하여 거래하게 하여 세계 최고령 인터넷 마을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마을 기금이 400억원을 넘고 고령인 의료비 지출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발전한 마을이 되었으며 이제는 젊은이들이 역회귀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대응은 사회적·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의료보험 수요를 저감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사례는 고령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기만 하면 얼마든지 경제적 여유를 가지고 건강과 행복이 높은 삶의 질을 구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고령사회의 장수문화란 연령적 노인문화라는 개념이 아니고 연령을 초월하여 구성원인 남녀노소 모두 함께 어우러져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살고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관념 및 규범 체계로 새롭게 정의되어아 한다. 노인을 포함하여 누구나 건강 장수를 추구하며, 존재 가치를 인정받고, 능동적 생활을 영위하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고령자들이 당당하고 보람 있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목표로 하여야 한다. 이와 같은 장수문화의 확립은 수혜 복지 우선인 고비용 장수사회가 아니라 주민의 적극적 참여에 의한 자강·자립·공생의 저비용 장수사회(低費用長壽社會)를 이루는 데 근간이 되어 미래 장수사회에 한줄기 밝은 희망을 줄 수 있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 연구석좌교수 2023-01-19 21: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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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백세장수시대… 자립적 공생의 삶 실천해야 누구나 새해가 되면 밝고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기를 기원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건강과 행복의 추구가 최우선인데, 인구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난관에 봉착하리라는 두려움이 앞서고 있다. 인류의 평균수명은 수십만년 동안 30대 정도였다가, 18세기부터 증가하기 시작하여 19세기 말에는 평균수명 50살이 되었고 20세기 말에는 30살이 더 늘어난 평균수명 80대에 이르는 수명연장의 기적을 이루었다. 21세기 말에는 인간의 수명이 어느 정도까지 연장될 수 있을까? 과학기술의 발전은 지금까지는 생명 현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기능을 보조하거나 보완하는 수준에 머물러왔으나, 앞으로는 생명 현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에 다다르면서 수명 연장의 한계를 부정할 것이라는 극단적 주장까지도 나오고 있다. 저명 시사잡지인 타임지는 21세기 말에는 평균수명이 20세기 말보다 60살이나 늘어난 140살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기사를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다. 지금까지 인정되어 왔던 인간의 최대수명 120살 한계를 미래사회가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예측이 점점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장수는 인류의 가장 큰 소망이었으며 이를 위한 간절한 노력들이 수천년 이어져 왔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수명 연장에 따른 백세장수시대의 도래가 분명해지면서 새로운 문제점이 부상하고 있다. 노화의 퇴행적 측면이 강조된 개념으로는 수명 연장에 대한 가치 부여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오래 살더라도 인간의 가치를 보존하여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 요구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대비하여 학계에서는 일반인들에게 바람직한 메시지를 주기 위해 노력해 왔다. 노인이 되면 신체 기능과 인지 능력이 저하되고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는 현상이 보편화되기 때문에 이에 대응하여 WHO는 건강 유지를 강조하는 건강 노화(Healthy Aging)를 제창하였고, 로와 칸(Rowe JW & Kahn RL)으로 대표되는 학자들은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ing)라는 개념 하에 신체적·인지적·생산적 지위를 유지하고 사회 관계를 온전하게 존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활동성과 생산성을 강조하는 생산적 노화(Productive Aging)가 주창되면서 은퇴한 고령층에게 경고성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러한 메시지들은 어느 정도 능력을 갖춘 이들에 국한하여, 결과로서의 노화에 대한 대응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 늙어가고 있는 계층에게는 심정적으로 수용되기 어렵다. 노화에 대한 대비를 과거 완성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실천적 과정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지닌 메시지가 필요하다. 하버드대학의 조지 베일란트(George Vaillant) 교수는 ‘잘 늙기(Aging Well)’라는 보고서를 발표하여 주목을 받았다. 경제 대공황을 이겨내고 2차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끌었으며 전후 미국의 부흥을 일으킨 위대한 세대(Greatest Generation)를 종적으로 50년 이상 추적한 조사를 수행하였다. 특히 1930년대 태어나 80대에 이른 하버드대 졸업생들의 노후 삶의 질을 평가하여 그 요인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노인이 되어서 삶의 질이 양호하고 행복한 사람들의 공통점으로 여섯 가지 요인을 도출하고 한 가지 플러스 요인을 추가하였다. 무엇보다도 양호한 부부 관계를 주목하였다. 온전한 가정생활의 중요성을 가장 크게 강조하였다. 행복한 노년의 첫째 조건이 바로 건전한 부부생활이었다. 다음으로 개인의 사회적 적응력을 지적하였다. 부모의 재산이나 지적 능력의 우수함보다도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성숙한 사회적 대응력이 중요함을 부각시켰다. 이어서 개인의 일상생활 습관의 중요함을 차례로 강조하였다. 금연, 절주, 규칙적 운동, 적절한 체중 유지와 같이 일상에서 각자가 지켜야 하는 생활 습관이 당사자를 건강하게 나이 들도록 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플러스 요인으로 교육 연한의 효과를 지목하였다. 비슷한 경제적 사회적 환경에 살았더라도 교육 연한의 차이가 삶의 질에 결국 영향을 미친다고 하였다. 더욱이 노후의 건강과 행복에 유전적인 가계의 영향은 중요하지 않았으며, 부모의 재산규모와 같은 사회적 영향도 크지 않았음을 밝혔다. 노후에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당사자의 부단한 노력이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고 결론지었다. 사람이 잘 늙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의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며 그 노력은 지금도 쉼 없이 지속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의 잘 늙기(Aging Well)는 과거의 누적된 결과를 중시하기 보다는 현재의 실천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설득력이 높다. 본인은 이러한 개념을 발전시켜 웰에이징(Well Aging)이라고 명사화하여 기존에 이미 정립되어 있는 웰빙과 웰다잉을 연계하여 웰빙의 삶이 웰에이징을 거쳐 웰다잉에 이른다고 체계화하였다. 따라서 웰에이징의 정의는 “건강하게 그리고 행복하게 오래 살기 위한 노력(Live Long and Live Well)”이다. 오래 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개인마다 건강에 적절한 생활 습관을 유지하는 독립적 태도(Independence)가 중요하며, 행복하게 잘살기 위해서는 사람과의 관계를 견실하게 유지하고 상호 배려의 공동체적 삶(Interdependence)이 중요함을 강조하였다. 그래서 <웰에이징>(2009, 박상철, 생각의 나무)이라는 책을 저술하고 기업과 대학에는 웰에이징연구센터를 각각 설립하여 일반인은 물론 산·학·연도 고령사회를 대비하는 방향으로 웰에이징을 설정하기를 제안하였다. 앞으로 다가오는 백세장수시대의 도래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현실이다. 장수사회가 되면서 연령 개념이 무너지게 되는 상황에서 과거지향이 아니라 현재진행으로 나이듦을 바라보면서 이를 보다 긍정적으로 대응하여 보다 밝은 미래장수사회를 구축하기 위한 전방위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무리 나이가 들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책임을 지고 건강을 잘 지키고(自彊) 내가 할 일을 끝까지 내가 직접 하는(自立) 독립적인 삶을 누리면서 이웃과는 더불어 함께 사는(共生)의 삶을 누려야 한다. 이와 같이 부단하게 진행하는 실천적인 노화가 바로 웰에이징이다. 필자 박상철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2022-12-25 21:5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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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장수지역의 흥망성쇠, 영원한 불로촌은 없다 불로장생 추구는 인류의 근원적이고 공통적인 속성이다. 그 목적을 달성하려는 일환으로 인류는 불로촌이라는 상상의 공간을 염원하고 추구하여 왔다. 신화나 종교뿐 아니라 문학작품에 불로촌으로 등장하는 에덴, 파라다이스, 딜문, 엘리시온, 아틀라스, 샹그릴라, 요지, 무릉도원, 강린포체, 극락, 비미니, 럭낵, 용화세계 등은 환상의 지역이었으며 현실세계와는 동떨어진 곳들이었다. 불로촌이 구체화되면서 20세기 중반 이후 코카서스의 압하스, 히말라야의 훈자, 안데스의 빌카밤바 지역이 등장하였지만 인구실태조사에서 허상이 드러났다. 이후 체계적 분석에 의하여 공식적으로 등장한 세계 최고 장수지역은 오키나와였다. 오키나와는 '장수(長壽)'지역의 대명사로서 20세기 말까지 '장수 국가' 일본에서 부동의 1위였다. 대표적 장수마을로 알려진 오기미손(大宜味村) 입구에는 “80세는 어린 아이에 불과하다. 90세가 되어 마중 나오면 100세까지 기다리라고 돌려보내라”고 적힌 유명한 장수선언비가 서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2021년 일본 후생노동성 발표에 따르면 47개 광역자치단체 중 오키나와의 평균수명이 남성은 36위로, 여성은 7위로 몰락하였다. 그동안 장수지역으로서 오키나와 전통의 80% 식사법(腹八分目)이며, 생업을 오래 지속하여 백세가 되더라도 자신의 일은 독립적으로 처리한다는 비법들이 무색하게 되어버렸다. 결정적인 원인으로 미군 주둔이 시작되어 오키나와의 전통문화와 생활습관이 사라져버렸다는 점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가장 먼저 미국식 문화가 유입된 결과 2017년 인구 10만명당 패스트푸드 점포 수는 오키나와가 도쿄 다음으로 2위가 되었고, 미군 주둔은 자동차 보급을 일찍 확대시켜 주민들의 생활패턴이 크게 바뀌었다. 결과적으로 2011년 남성 비만율이 42.1%로 일본 내 최고가 되었고 여성 비만율도 34.7%로 전국 평균의 1.7배가 되었다. 오키나와인 당뇨병 사망률은 1970년대 전국 최저 47위였지만 현재는 당뇨병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졌다. 음식과 생활방식이라는 문화적 특성은 주로 젊은 세대에게 민감하게 작동하기 때문에 전쟁 이후 세대인 현재 50대, 60대, 70대의 건강상태가 악화되어 평균수명이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전통 생활습관이 사라지고 특유의 집단 슬로 라이프가 무너지면서 오키나와는 더 이상 장수지역이 아니고 단명지역의 나락에 빠지는 충격을 주었다. 이와 반면 새롭게 나가노현이 최고장수지역으로 부상하였다. 일본 중부 북알프스에 소재한 나가노는 과거 평균수명도 최저이고 주민들 뇌졸중 사망률이 아주 높은 건강위험지역이었다. 그런데 1946년도에 이 지역에 들어선 의사 한 사람의 헌신적인 노력이 특별한 결실을 맺게 되었다. 와카츠키 준이치(若月俊一)박사는 달구지에 의료기구를 싣고 왕진을 다니면서 주민들의 생활습관이 극히 불량함을 발견하고 식생활과 노동습관 개선을 중시하는 예방교육을 주민들에게 실시하여 왔다. 이러한 의료전통이 농촌의학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일으켰고 치료에 앞서서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게 되었다. 이후 나가노현과 지역도시들이 합심하여 주민들의 생활습관 개선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결과 일본의 47현 중에서 남녀 공히 평균수명 1등을 차지하는 장수지역으로 부상하였다. 나가노현의 마쓰모토(松本)시는 후생성으로부터 “Smart Life Project”상을 수상하여 건강수명연신도시 (健康壽命延伸都市)로 불리게 되었다. 식생활개선으로 뇌졸중 원인이 되는 식품염도를 낮추어 소금섭취량을 절감하였고 단백질부족을 해소하기 위하여 곤충을 조리하여 섭취하고 다양한 야채를 포함한 균형있는 영양소를 섭취하도록 권장하였다. 근로활동은 나이가 들어도 가능한 한 최대 지속하도록 하였다. 의료측면에서는 왕진의료를 권장하여 병원 입원율을 크게 낮추었다. 특히 지역의 건강증진프로그램 중에서 큰 빛을 보게 된 성과는 전 주민 걷기 운동이었다. 고령인에게는 신체적 불편과 정서적 불안, 사회적 고독으로 실제 적극적으로 권장할 수 있는 운동프로그램이 많지 않다. 그러나 걷기는 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쉽고 경제적이며 효과가 확실한 대표적인 노인운동프로그램이다. 마쓰모토시는 이러한 걷기운동을 지역의 정책으로 추진하여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시행하였다. 우선 걸어다닐 수 있는 둘레길 코스를 100군데 이상 개발하여 흥미를 돋우었다. 운동 시에는 혼자 걷지 않고 그룹별로 함께 걷게 하였다. 걷기방법으로는 3분 빨리 걷고 3분 천천히 걷는 인터벌워킹을 권장하였다. 언덕을 오르내리는 운동과 유사하게 심폐자극을 주기 때문에 평지만 걷는 운동보다 인터벌워킹은 건강 증진효과가 높다. 걷기운동 참여자들의 건강상태를 지속적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정기적으로 건강 컨설팅하여 참여도와 신뢰도를 모두 높였다. 그 결과 초고령인구가 많은 최장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의료비지출은 일본 47개현 중에서 최저 4위에 불과한 성과를 보여 사회재정 안정에도 크게 기여하였다. 바로 평균수명에 못지않게 건강수명이 크게 연장되는 성과를 가져왔다. 당국자의 인터뷰 내용이 인상 깊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을 걷게 하였다. 걷는 운동은 누구나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이 함께 대화를 나누면서 걷게 하였다(Walk and Talk). 결과적으로 주민공동체의식도 강화되었다.” 주민들이 어우러져 함께 걷게 하고 수많은 주민들에게 건강보조자 교육을 시행하여 생활습관 개선 운동을 확대하고 보편화하기 위한 충분한 자원봉사자 망을 확보하여 효율성과 재정건전성을 크게 높였다. 오키나와와 나가노의 사례에서 장수지역의 흥망성쇠를 볼 수 있다. 전통적 생활습관문화가 무너진 오키나와는 단명지역으로 바뀌고 과학적 방법을 통하여 생활습관을 인위적으로 개선한 나가노는 세계적 장수지역이 되었다. 장수지역이 결코 영원하지 못하며 흥망성쇠가 엄연하게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사람의 장수는 지역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이 하기 때문에 일상생활 습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충분하지 못하다. 인류가 품어왔던 불로촌의 꿈도 결국은 지역주민들의 생활습관 개선을 바탕으로 현실화되리라 기대해 본다. 비록 현재 단명지역일지라도 생활습관을 개선하면 얼마든지 장수지역으로 진입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며, 생활습관 개선이 고령사회를 대응하는 확실한 해법임을 분명하게 알려주고 있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2022-12-08 14: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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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의 100투더퓨처] 웰에이징시대 객관적 노화평가지표 개발이 시급하다 일반인들이 병원에 가서 간단한 검사를 통하여 실제 연대적 연령과 다른 생리적 연령을 통보 받으면서 일희일비한다. 그러나 연령평가 또는 노화평가는 아직도 학계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할 만큼 완벽한 방법이 없다. 호사가 집단의 편법적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 노화평가지표가 혼선을 빚는 이유는 노화의 원인불명과 현상 다양성 및 개인별 노화형(Ageotype) 때문에 포괄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적절한 지표가 아직 미흡하기 때문이다. 오죽했으면 남가주대 핀치(Caleb Finch)박사는 사망률배가시간(mortality doubling time)이라는 지표를 제안하여 인간과 동물 집단의 노화속도 척도로 이용할 것을 제안하였을까. 그의 연구에 따르면 사망률배가시간이 사람의 경우 8년, 쥐는 3개월, 초파리는 열흘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유골조사를 통하여 오늘날보다 사망률이 150배는 높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기시대 원시인의 사망률배가시간도 역시 8년으로 평가된다는 점이다. 인류가 수명 30세시대 50세시대를 거쳐 현재는 수명 80세 시대를 맞고 있지만 수명 30세시대의 서른살인 사람과 수명 80세시대의 서른살인 사람의 노화패턴은 사실상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비록 수천년 동안 인간은 수명을 연장할 수 있을 만큼 환경생태를 개선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자기 신체의 노화속도를 개선하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하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오랜 세월 연금술사들이 불로장생 방법을 찾았다고 주장하여 왔지만 결국 모두 사기적 수법으로 폄하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 생명공학의 발달은 회춘유도 가능성을 제시하며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유수한 바이오기업들이 노화제어 방안을 개발하였다는 보도가 우후죽순처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들은 공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임의의 척도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장수시대 웰에이징을 위한 방안을 연구개발하기 위해서는 노화상태와 속도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지표 개발이 가장 시급하다. 바람직한 노화지표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노화현상을 세포수준에서부터 개체수준까지 통합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단위세포에서 개체까지 공통적으로 진행되는 노화과정을 전반적으로 모순되지 않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평가방법이 간단하여야 한다. 간단할수록 오류가 적으며, 오류가 적어야 비교분석이 명확해진다. 또한 비용이 낮아야 한다. 고가의 막대한 장비가 소요되는 방법이라면 보편화될 수 없다. 그리고 노화지표의 활용범위에는 질병위험도와 개인의 수명예측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를 포괄할 수 있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 또한 인구고령화 시대에 들어서 노화지표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생하는 문제는 인구 Dataset들이 대부분 연령80대까지를 대상으로 하여 왔기 때문에 수명 백세시대에 지금까지의 지표를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이다. 80대까지 연령증가에 따라 일정하게 증가되거나 감소되는 지표들이 90대 넘어서는 반대의 경향을 보이는 사례가 많다. 자료의 단순한 외삽적(extrapolation)인 해석은 큰 오류를 빚게 된다. 또한 노화지표 확정을 어렵게 하는 큰 요인인 노화의 다양성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개체마다 다르며, 장기나 조직마다 다르기 때문에 이를 통합한 지표개발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의료 현장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고전적 노화속도 측정방법에는 신체적 계측과 생리적 지표 및 혈액지표가 있다. 신체 계측지표는 신장, 체중, 허리둘레, 체질량지수, 근육량, 골밀도 등이며, 생리적 지표로는 운동부하 여부에 따른 심폐기능변화와 보행속도, 보폭, 균형도, 악력 등이 이용되고 있다. 노인의 경우에는 기능저하에 집중하여 노쇠지표, 생활독립 정도 평가를 위한 일상생활능력과 도구적 일상생활능력지표, 심리적 노화정도 측정을 위해 간이정신상태검사나 전반적 우울증평가를 활용하여 치매나 우울 정도를 평가하는 방법들이 추가되고 있다. 반면 임상검사에서는 혈액을 활용하여 다른 질병들과 비교분석이 가능한 혈액적 패턴과 생화학적 지표 및 염증인자와 사이토카인 패턴, 노화연관분비형질 및 영양소, 대사물질과 내분비물질의 프로파일 등을 노화지표로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지표들은 마치 이발하고 목욕하고 단장하면 젊어져 보이듯 생활패턴변화나 외부적 환경변화에 의해 변하는 일시적인 외형적 변화를 평가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신체의 고유한 본질적 노화상태를 평가하기에는 크게 미흡하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하기 위하여 최근 오믹스(omics)방법과 AI와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혁신적 노화지표들이 차례로 개발되어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유전자시계라고 알려진 텔로미어 길이 변화나 유전자수선 기능척도와 염색체 상태와 같은 생명의 본체인 유전적 패턴에 주목하고 있다. 나아가서 유전전사체 전량조사에 의한 노화에 따른 유전체 네트워크 변화와 DNA의 CpG 부위의 메틸화로 일어나는 후생유전적 변화 및 혈장단백질체 패턴이 질환과 생리상태 및 연령에 따라 특정하게 변화됨이 밝혀지면서 보다 포괄적이고 본질적인 노화지표 개발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또한 영상처리기법의 발달은 얼굴 또는 피부 이미지를 활용하는 노화평가방법에 덧붙여서 영상이미지를 활용하여 생체의 경구조물인 골, 관절, 근육을 표적으로 AI와 딥러닝 방법을 통하여 노화를 예측하는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이와 같은 유전체를 직접 모니터링하고 신체의 경구조를 분석하는 방법이 추가 되면서 노화현상의 근원적이고 통합적인 네트워크가 차차 규명되어 보다 융합적이며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노화지표 개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랫동안 적절한 노화지표의 결여는 노화연구의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객관적인 노화지표 개발은 노화제어 또는 역노화유도 연구를 보다 빠르게 신뢰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이끄는 데 가장 중요한 선행조건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새로운 기법을 활용하여 개발되고 있는 포괄적인 네트워크적 노화지표에 대한 기대가 크다. 신뢰할 수 있는 노화평가지표의 등장은 노화와 건강장수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개발하여 미래 초고령사회를 밝게 하는 데 강력한 동력을 제공하리라 믿는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2022-10-31 10:15: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