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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웅 칼럼] 코로나 이후, 또 고개드는 '인플레 유령'? [이용웅 글로벌경제재정연구원장] 2021년 인류는 과연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승전보를 올릴 것인가. 아직 섣부른 판단은 이를 수도 있지만 백신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이 되어 결국 전 인류의 집단면역이 현실화되면 시간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코로나는 결국 극복이 될 것이다. 문제는 그 같은 과정에서 경제는 어떤 영향을 받을 것이냐에 있다. 수년간 세계경제에 영향력 있는 경제권은 디플레이션 압박에 시달려왔다. 이런 상황에서 인플레 경고가 나오면 어쩐지 어색할 수도 있다. 기묘한 일이지만 그런 경고는 여러 차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다. 비안코리서치 설립자 짐 비안코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한 세대 동안 인플레이션을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플레가 어떤 것인지 잊어버렸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물가상승률이 미 중앙은행(Fed)의 목표치인 2%를 0.5%포인트 정도 웃돌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상승폭이 크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근원물가상승률 2.5%는 사실상 지난 28년 동안 보지 못했던 최고치”라고 강조했다. 런던 정경대 교수 찰스 굿하트는 신간 <인구구조의 대역전>에서 1989년 이래 인플레이션의 추세적 하락을 가져온 중국과 동구의 개방과 세계화의 물결은 이제 끝이 났다고 주장했다. 그 대신 앞으로는 인구고령화와 저성장으로 부채의 부담이 커지면서 세계가 40년 만에 다시 인플레이션 시대로 접어든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찰스 굿하트는 장기적인 전망만 내세운 것이 아니다. 당장 올해부터 적어도 5%, 최대 10% 정도 물가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IMF는 올해 미국 소비자물가가 2.8%까지 갈 것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영국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2.3%로 예상했다. 김용범 기재부 차관은 찰스 굿하트의 주장을 100% 동의하지는 않지만 “인구구조의 변화와 역세계화 현상은 장기적으로 물가를 포함한 거시경제와 자산시장에 커다란 지각변동을 가져올 핵심요인이다”는 점은 인정했다. ◇역세계화 리쇼어링, 제품 가격 높이는 효과 , 미·중 갈등도 완화될 기미없어 때마침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적으로 생산기지를 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 열풍이 거세게 전개되고 있다. 일본은 리쇼어링 기업에 2220억엔(약 2조5500억원)을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미국도 복귀 기업에 세제 감면과 이전 비용 지원 등의 혜택을 주고 있다. 이와 관련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공급 체인은 인플레를 억제하고 개인의 구매력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하지만 리쇼어링은 고비용 국내 생산 기반으로의 회귀를 뜻하며 결국은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개발도상국에서 생산된 상품보다 선진국에서 만들어진 상품 가격이 더 오를 것은 굳이 따질 것도 없이 당연한 결과이다. 게다가 트럼프가 떠나도 바이든 미 행정부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거두어들일 기미가 없기도 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신년전망에서 “미·중 무역합의는 없다”고 단언했다. 파이낸셜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022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 공화당의 지지가 팽팽히 맞서는 스윙 스테이트의 지지를 잃을까봐 중국에 저자세로 비칠 만한 선택을 취할 여유가 없고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미 독자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방침을 표명했다. 세계가 2개의 분단된 시스템으로 나아가는 경향은 앞으로 계속 확대되어 갈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흐름은 결국 물가를 끌어올리는 결과로 이어질 게 뻔하다. 코스피는 3200도 돌파하는 등 파죽지세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아파트 등 주택 가격은 경기와 무관하게 계속 오르고 있어 주식시장과 함께 버블논란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일각에서는 디플레 걱정하지만 부동산 증시 등 자산시장은 폭발직전 하지만 아직 우리는 인플레에 익숙하지 않다. 통계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는 105.42(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5% 상승했다. 전년 0.4%에 이어 2년 연속으로 0%대를 기록한 것으로,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65년 이후 처음이다. 때문에 통계당국은 인플레는 고사하고 “아직은 디플레를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우리나라에도 찾아온다’는 비관론자들을 달래려고 애쓰고 있는 형국이다. 소비자물가만 가지고 인플레와 디플레를 논하는 것은 사실 일반 소비자들에게 큰 의미는 없다. 집값 등 자산시장이 문제이다. KB국민은행리브온이 발표한 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1년 전에 비해 8.35% 올랐다. 이는 지난 2006년(11.60%) 이후 14년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뿐만 아니라 올해도 집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직방에서 애플리케이션 이용자 3230명을 대상으로 ‘2021년 주택 매매가격을 어떻게 예상하는지’에 대해 물어본 결과 전체 응답자 중 59%가 ‘상승’할 것으로 응답했다. 29%는 ‘하락’, 12%는 ‘보합’을 예상했다. 주식시장 역시 3000시대를 활짝 열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자산시장은 이미 과도한 인플레가 진행 중이고 때문에 사람들은 돈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올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로 예상했다. 지난해 0.5%의 2배다. 국제유가 상승과 더불어 국내 경기가 개선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커질 것으로 한은은 전망하고 있다.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5%로 내다보았다. 원자재 시장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눈여겨봐야 한다. 원자재 시장을 가장 대표적으로 대변하는 구리 가격은 t당 8000달러를 넘기기도 하는데 이는 8년 만에 찾아온 가격대이다. 금융시장에서 인플레 우려가 커지자 큰손들은 가상화폐에 몰려들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4만 달러까지 터치하면서 비트코인의 시총도 7000억 달러를 크게 웃돌기도 했다. 비트코인 시총은 테슬라 시총인 7044억 달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스페인독감 등 전염병은 역사적으로 인플레를 가져왔다. 이쯤 해서 코로나의 선배격인 스페인독감과 인플레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도 있다. 1차 세계대전과 스페인독감으로 야기된 인플레이션은 서구 경제를 강타했다. 다우존스는 1919년 100을 넘어선 후 무려 다섯 배까지 치솟다가 10년 후인 1929년 9월 386까지 올라선다. 보호무역으로 국제무역은 크게 위축되었지만 주가와 부동산값이 폭등하면서 세계공황을 잉태하고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지난 3일 전미경제학회(AEA)에서 전문가들은 지난 1918~1920년 스페인독감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뒤에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했던 점에 주목했다. 전염병은 사실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하게 전개된다. 장기간 봉쇄 경제가 이어지면서 억눌렸던 수요는 곧 폭발할 것이지만 생산 차질이 금방 회복되지 못하고 여기에다 무제한 돈 풀기가 겹쳐져 상대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거짓말처럼 똑같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거시경제학자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와 증권투자회사 도지앤콕스의 호세 우르수아 이코노미스트 등은 2021 AEA 연례 총회에서 “팬데믹은 경제활동 감소와 인플레이션 상승을 초래했다”며 스페인독감으로 3년간 인플레이션율은 최대 20%포인트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우르수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을 그때와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지만 스페인독감이 인플레이션 측면에 영향을 줬다”며 “결과만 보면 높은 인플레이션 때문에 주식과 국채의 실질 수익률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인플레 우려 기우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물론 인플레이션 우려가 과도하다는 의견도 만만치는 않다. 미국의 투자회사 오펜하이머는 최근 발표한 시장 전략 보고서에서 “현 상황은 당신의 아버지 세대가 경험했던 인플레이션 환경과 같지 않다”면서 “코로나19 이후 회복과정에서의 리플레이션(물가가 적정한 수준으로 상승하는 것)은 1970년대 후반부터 나타났던 우려스러운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는 전미경제학회 포럼에서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2%가 아니라 2.5%로 올려 잡아도 문제없다"면서 "평균물가상률이 2%에 도달하려면 수년이 걸릴 것이다"고 단언했다. 박재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워낙 장기간 저물가를 경험했기에 물가가 조금만 올라도 인플레 걱정이 나오는 것은 이해하지만 과거와 같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일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경기회복 지지부진해도 각국 정부 금리대응 쉽지 않아 자산가격 거품은 이어질듯 무엇보다 자산 시장의 급팽창이 화폐가치를 크게 훼손시킨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경기회복이 뒤따르지 않으면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아예 스태그플레이션이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코로나가 절정으로 치달은 지난 여름 로젠버그 리서치의 데이비드 로젠버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나타나는 인플레이션은 큰 의문을 동반한다"며 "수요 급증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좋지만,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비용이 이끄는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인데, 이는 약한 경제 성장에서 발생한다"고 일찌감치 경고했었다. 대규모 경기부양으로 엄청난 현금이 새해 들어 더욱 크게 뿌려질 것은 불문가지이다. 문제는 물가가 오른다고 해서 금융당국이 바로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데 있다. 이미 연준에서는 물가 목표치를 더욱 높일 생각도 하고 있다. 앞서 인용했듯이 연준은 물가목표치가 2%가 아닌 2.5%가 되어도 문제가 없다고 연기를 피우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 돈값이 떨어지고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혜택을 보는 경제주체는 바로 천문학적으로 돈을 뿌리고 있는 정부이다. 인플레는 정부 부채 비율을 줄여준다. 인플레는 자연스럽게 세수증대로 이어진다. 때문에 부채를 눈덩이처럼 키워가고 있는 각국 정부 입장에서는 물가상승률을 3%까지도 용인할지 모른다. 블룸버그는 대부분 중앙은행이 경기 회복세를 지지할 것이라며 심지어 인플레이션이 시작되더라도 못 본 척 넘어갈 수 있다고 추측했다. 그러니까 각국 정부가 금리완화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인플레가 찾아올 수 있지만 각국 정부의 기대대로 경기회복이 지지부진하다면 불황 속에 물가만 오르고 특히 자산시장에 거품까지 끼는 기이한 스태그플레이션이 찾아올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2021-01-15 02:5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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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경제적인 시선] '빚투'하는 정부, 무작정 혼낼 순 없다 지난주 한국은행 국감 현장에서 작은 소동이 하나 있었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어느 때보다 적극적 재정정책이 중요하다”면서도 “재정 건전성 저하가 우려스럽기 때문에 위기가 극복되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고 이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심지어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너나 잘하세요'라는 유행어가 생각난다”고 말해 이게 일부 기사에 헤드라인으로 뽑히기도 했다. 사실 재정건전성 문제는 이 정부에 들어서 새삼 등장한 이슈는 아니고 박근혜 정권 때도 언제나 골치 아픈 화두였다. 물론 당시에는 재정 건전성에 대한 공수가 지금과는 완전히 뒤바뀐 상황에서 똑같이 반복되기도 했었다. 2015년 9월에 있었던 일이다. 당시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재정 건전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으나, 우리 스스로 너무 지나치게 부정적인 시각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밝힌 적이 있다. 최 부총리는 당시 제14차 재정전략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고 “그동안 위기극복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재정투입으로 우리 경제회복을 견인해 왔다”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을 ‘AA-’로 상향조정한 점을 언급했다. 주어를 현 정부 사람 이름으로 바꾸면 바로 요즘 일어나는 일로 착각할 수도 있는 내용이다. 흔히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면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국가가 아니면 대외신인도에 영향을 주어 국가신용등급이 떨어지고 외국자본 유출이 본격화되어 제2의 외환위기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재정건전론자들의 반복되는 주장이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S&P는 좀처럼 우리나라 재정 건전성을 문제삼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 S&P는 지난 15일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의 신용평가'를 주제로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 자리에서 현 단계 한국의 재정 문제가 신용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세미나에서 국가 채무 비율이 국가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냐는 질문에 킴엥 탄 S&P 글로벌 신용평가 아태지역 국가 신용평가팀 상무는 "국가채무비율이 60%에 도달한다면 한국에 대한 국가 등급이 조금 악화될 수 있지만, 국가신용등급 평가는 재정 요소뿐 아니라 한국경제 전반과 대외수지 등 고려하는 요소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코로나19 상황에 잘 대응해 왔기에 경제 피해가 기타 다른 국가에 비해 덜했다"고 평가하며 "재정적 유연성도 가지고 있어 현재 '더블에이(AA·안정적)' 등급이 적정하다"고 말했다. 킴엥 상무도 지적을 했지만 재정 건전성은 현 단계의 숫자만 가지고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취하고 있는 재정전략이 미래 성장률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주어 GDP가 성장한다면 현 단계의 재정악화가 그대로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지금 이 순간 우리나라 재정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다. 지난 12일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월간 재정동향 10월호’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통합재정수지는 70조9000억원 적자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22조3000억원에 비하면 크게 늘어났다. 기재부는 최근 재정준칙 도입방안을 발표하면서 2025년부터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과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각각 60%, -3% 내에서 관리하겠다고 했는데, 올해 8월까지 재정상황을 이에 대입해보면 이미 GDP(지난해 기준) 대비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7%라는 숫자가 나온다. 걱정할 만도 하다. 재정적자 문제는 결국 빚 갚을 능력이 성공 여부 결정··· 무조건 죄악시할 필요 없다 그렇다면 도대체 재정 건전성이란 무엇인가. 복잡하게 이야기할 것 없이 아주 간단하게 정의를 내리면 '빚을 갚을 능력', 즉 '채무상환능력'을 판단하는 기준과 다름없다. 개인이고 기업이고 국가이고 간에 빚을 내는 이유는 새로운 수입처를 개척하거나 기존의 빚을 갚기 위한 것인데, 결국 최종적으로 부채를 갚아갈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유승경 정치경제연구소 대안 부소장은 “모든 경제에 일반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재정 건전성, 즉 정부 부채의 적정 수준이란 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재정 건전성의 핵심인 채무상환능력은 빚을 낼 때 사전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빚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사후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유승경 부소장은 “명목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명목 금리보다 높으면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이 시간이 지나면서 줄어들게 된다. 즉, 이자를 갚고도 원금을 줄여갈 수 있기 때문에 그 나라는 부채를 장기적으로 줄여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해 지금 빚을 내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면 결국 재정은 다시 건전한 수준으로 얼마든지 회귀하게 된다는 결론이다. 비유하기가 뭣하지만 저금리 시대에 '빚투'를 해서 자산을 불리는 부동산 투자자 또는 증권투자자들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지금은 역사적으로도 아주 기록적인 저금리 시대이다. 인플레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디플레를 걱정해야 한다는 것은 전 정권 때 이미 최경환 당시 부총리가 논란에 불을 지폈고 물가 목표치 운운했던 당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에게 역시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라는 압박을 넣었었다. 현재 한국의 10년 국고채 금리는 1.43%에 불과하다. 2008년 이전에는 5%를 상회했지만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 따라서 성장 전망이 현재의 국채 금리보다 높다면 적자 재정을 통해서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무너지고 있는 배에 앉아서 식량이 부족하니 아껴야 한다면 얼마나 웃기는 일이 되겠는가. 빨리 배불리 먹고 기운을 차려 배를 보수해야 지속 가능한 항해를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확장적 재정정책 금리부담 줄이는 양적완화 정책의 도움 절실 재정적자 문제는 양적완화 등 통화정책과 병행해야지, 통화정책이 재정정책과 엇갈리는 ‘2인3각’이 되어서는 국가경제는 뒤뚱거리기 마련이다. 미국, 일본, 유로존 등도 모두 양적완화를 통해 금리가 현저히 떨어져 재정적자로 인한 금리 부담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했다. 물론 문제는 남는다. 2008년 이후 중앙은행들의 자산 매입으로, 다시 말해 ‘부채의 화폐화’로 경제가 좋아지기는 하지만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 가격만 상승시켜 결국 거품을 일으키는 부작용을 겪은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도 동일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고 오히려 규모가 2008년보다 훨씬 크다. 실물경제와 상관없이 자산시장만 상승하는 뉴노멀이 일상화되는 역작용을 경계하는 것은 맞는다. 해서 이주열 한은 총재도 국감장에서 "수요와 공급이 불일치하면서 일시적으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경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채 매입을 할 계획이지만 정부의 지출을 그대로 뒷받침하는 '부채의 화폐화'에 나설 계획은 없다"고 말한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는 있다. 문제는 한은의 이 같은 입장 때문에 앞으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이 일정 부분 충돌하는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기에 조심스러운 정책조합이 절실하다. 코로나 위기 속 한국경제 선방에 재정의 역할 인정해야 지난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리투아니아를 제외한 36개 OECD 회원국에 중국·러시아를 추가한 38개국의 올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을 조사한 결과, 한국(-3.2%)은 러시아와 함께 공동 2위를 차지해 중국(11.5%)에 이어 둘째로 높았다고 한다. 또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소폭 상향 조정했다고 밝히면서, IMF는 위기 지속 시 재정준칙이 있는 경우 적용을 한시적으로 유예하고 추후 긴축을 통해 준수로 회귀하는 등 필요한 정책지원을 다하라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일단 한국이 경제성장률을 어느 정도 방어한 것은 코로나에 대한 성공적인 방역도 기여를 했지만 선제적인 재정정책이 상당부분 기여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1] 물론 이 같은 장밋빛 전망에도 걱정은 남는다. 실질 경제성장률이 정부 기대치에 못 미치면 심각한 세수 부족에 시달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한은에 더 많은 국채 매입, 즉 ‘부채와 화폐화’를 요구하는 등 여러 충돌이 일어날 수도 있다. 어쨌든 확장적 재정정책은 현재의 전대미문의 위기를 극복하고 예측 가능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에는 부인할 수 없다. 다만 양적완화 등 적극적인 통화정책과의 조율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점도 또한 분명하다. 지난 정권에서도 양적완화 문제는 이미 화두에 올랐었다. 당시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대위원장은 ‘한국판 양적완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울 정도였다. 기축통화국이 아닌 한국에서 ‘양적완화’는 금기시되었는데, 이런 금기는 이미 박근혜 정권 때부터 깨진 것이다. 그만큼 한국경제가 커지고 건강해진 것이다. 이처럼 불황기에 대비하는 재정정책 그리고 양적완화 이슈는 정권의 변화에 상관없이 언제나 우리 경제의 화두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권이 바뀌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항상 정쟁의 수단으로 변질된 것 또한 사실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문제는 이제 더 이상 진영대립의 이슈는 아니라는 점이다. 2020-10-21 03: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