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논설고문
gjgu7749@ajunews.com
- 아주경제 논설고문
- (전)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 (전) 조선일보 베이징-홍콩 특파원(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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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시진핑의 '집체학습'서 등장한 경제ㆍ군사력 주동권 확보란? 지난해 10월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제20차 당 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 총서기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習近平)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마오쩌둥(毛澤東·1893~1976)과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에 이어 세 번째로 장기집권 태세를 갖춘 시진핑(71)은 1억에 가까운 당원 수를 자랑하는 중국공산당을 어떻게 끌고가려고 하고 있는 것일까. 중국공산당은 다음 달 5일 개최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우리의 정기국회에 해당)를 앞두고 있다. 전인대에서는 행정부인 국무원을 이끌 총리와 각 부 장관 인사가 확정될 전망이다. 중국공산당의 1당 통치가 헌법에 보장된 중국에서 총리는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서열 2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이 선임되는 관례를 갖고 있다. 지난해 10월 치러진 20차 당대회에서 서열 2위의 정치국 상무위원으로는 리창(李强·64) 전 상하이(上海)시 당위원회 서기가 선출됐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 앞으로 중국공산당을 어떻게 끌고강 생각을 하고있는지는 1월 31일에 개최된 중국공산당 정치국 제2차 집체(集體·집단)학습에 나가서 한 연설에서 그 단면을 읽을 수 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집체학습은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뒤 두 번째로 당 총서기에 오른 후진타오(胡錦濤·81)가 2002년에 만든 정치국원 학습 프로그램이다. 후진타오의 후임 시진핑도 꾸준히 집체학습을 이어왔다. 집체학습은 “마르크스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던 덩샤오핑 자신이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잘 모르면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건설하려니 공부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덩샤오핑은 자본주의 국가인 프랑스로 14세 때 유학을 가서 자본주의 사회를 학습하고 왔고, 덩샤오핑의 오른팔이던 당 총서기 자오쯔양(趙紫陽)은 자본주의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에 1989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Milton Friedman)을 중국으로 초청해 자본주의 개인 교습을 받았다. 자오쯔양의 후임 총서기 장쩌민은 1993년 프리드먼을 초청해서 자본주의 공부를 했다. 그런 분위기를 이어받은 장쩌민의 후임 총서기 후진타오는 2002년 16차 당대회 이후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 프로그램을 당의 재교육 기관인 당교(黨校)에 만들어 상설화 하는 작업을 했다. 후진타오는 중앙당교 교장이던 1993년 프리드먼을 초청해서 자본주의 강좌를 들었다. 2002년에 상설화 된 첫 번째 정치국 집단학습의 주제는 “법치사회와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이었다. 샤오캉 사회란 중국이 사회주의 시장경제의 건설에 성공해서 실현할 GDP 중진국 사회의 콘텐츠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이후 중국공산당은 “학습을 중시하고, 학습을 열심히 하며, 학습을 좋아하는 마르크스 주의 정당”이라고 자부해왔다. 시진핑은 2012년 당 총서기로 처음 선출된 뒤 5년 임기 동안 모두 43차례의 집체학습을 실시했고, 2017년 이후의 두 번째 5년 임기 동안에는 모두 31회의 집체학습을 실시했다. 시진핑은 지난해 10월 16일 세 번째 당 총서기로 선출된 이후 10월 25일 제1차 집체학습을 실시했다. 1월 31일 시진핑 총서기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중국공산당 핵심 코어그룹 25명으로 이루어진 정치국의 학습 주제는 “새로운 경제 발전 국면과 발전에 대한 안전적 주동권(主動權) 증강에 대하여”였다. 시진핑이 처음으로 제기한 ‘주동권’이라는 용어가 어떤 개념을 가진 단어인지를 이해하기 위해 이날 정치국원 집체학습에서 시진핑이 강조한 연설내용을 분석해보자. “새로운 경제발전의 국면을 조속히 조성하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수립 후 100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분투해서 달성할 목표들을 실현할 근거를 확보합시다. 경제발전과 군사적 안전을 통괄할 수 있는 전략적 결책을 마련하는 것이 미래 발전의 주동권을 확보하는 전략적 배치가 될 것입니다.” 사회주의는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던가. 시진핑의 말을 풀어서 헤쳐보면 “중국의 꿈의 내용인 경제강국과 군사강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나 안보 어느 쪽에도 치우침이 없는 균형 잡힌 정책들을 만들어나가자”는 정도가 될 것이다. 시진핑이 그 다음에 한 말을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새로운 발전국면을 조성해나가야만 국가경제 발전의 펀더멘털을 충실하게 다질 수 있다. 경제발전의 안정성을 증강해나가야만 예견되는 각종 광풍(狂風)과 폭우(暴雨)와 파도 속에서 국가의 생존력, 경쟁력, 지속성을 증강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달성할 수 있으며, 우리 의사와는 관계없이 지체되거나 중단되지 않게 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전면적인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을 만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시진핑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과학기술 봉쇄정책을 펴고있는 데 대해서도 언급했다. “과학기술의 자립과 자강을 확보하는 걸음을 보다 빨리 하고, ‘외국이 우리의 목을 누르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신형 거국적 체제를 수립해서 과학기술 역량을 강화하는 국가전략을 확립해야 한다.” 시진핑의 말에서 주목해야 할 용어는 ‘외국이 우리의 목덜미를 누르는(卡脖子) 문제’라는 말이었다. 여기서 말하는 ‘외국’이란 미국을 가리키는 말이었고, ‘목덜미를 누르는 문제’란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분야 기술의 발전을 차단하기 위해 네덜란드 ASML에게 중국에 노광기 수출을 못하도록 국제적 압박을 가하는 문제 같은 행동을 가리키는 것이었다. 25명의 정치국원들과 진행한 집체학습에서는 지난 당대회에서 지방의 중요지역 당서기로 지명된 인리(尹力) 베이징(北京)시 당서기, 류궈중(劉國中) 산시(陝西)성 당서기, 허리펑(何立峰)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장궈칭(張國淸) 랴오닝(遼寧)성 당서기, 천지닝(陳吉寧) 상하이(上海)시 당서기, 황쿤밍(黃坤明) 광둥(廣東)성 당서기 등의 정치국원들이 자신의 전문분야와 지방의 현황 등에 대해 의견을 발표하고 의견교환을 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앞으로 베이징, 상하이, 광둥성 등 중국 경제발전의 핵심축을 이루는 성(省)과 특별시의 책임자들이 곧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지방행정의 중심인물들이 될 것이라는 예고를 한 셈이다. 시진핑은 코로나19에 대한 제로방역의 피로감 때문에 발생한 공산당과 자신에 대한 인민들의 거부감 표시 이후 당에 대한 장악력이 느슨해지는 것을 우려한 듯 2월 1일 공개된 당 이론지 구시(求是) 기고문을 통해서는 “당의 자아혁명(自我革命)”을 강조하고 나섰다. 그는 이 기고문을 통해 당의 중앙집중적 영도 견지, 전면적인 종엄치당(縱嚴治黨) 견지, 당의 정치 건설 견지, 당의 기조 견지, 당의 작풍(作風) 건설 견지, 반부패 노선 견지, 부정부패와 손 끊기 견지, 중요한 소수 당원에 의한 솔선수범 견지, 국가 감독제도 견지 등 ‘아홉 가지의 견지’를 제시했다. 시진핑은 지난 가을의 당대회 직후 여섯명의 정치국 상무위원들을 이끌고 옌안(延安)의 중국공산당 혁명 유적들을 돌아보며 정치국 상무위원들에게 현재의 중국공산당이 마오쩌둥 시절 초기 공산당의 초심을 잃지 않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상무위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이번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에서는 경제발전과 군사력 확보가 중국의 꿈을 실현하는 수레의 두 바퀴임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달 5일 개최되는 전국인민대표 대회를 앞두고 지난 겨울 동안 많이 흔들린 중국공산당에 대한 자신의 장악력과 중국공산당의 국내정치 장악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한 정신점검을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원들에 대한 집체학습은 개혁개방 초기의 덩샤오핑 시대에는 사회주의에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모임이었으나, 시진핑 시대에 와서는 거꾸로 당의 국내정치 장악력과 자신의 3연임 체제 굳히기를 위한 학습이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으로 변질되는 아이러니를 만들어냈다. <미니 박스> 시진핑 집권과 덩샤오핑 개혁개방 정책의 운명 시진핑은 1월 31일 정치국 집체학습을 통해 1980년대부터 덩샤오핑이 주도한 개혁개방 정책의 운명에 대해서는 학습의 말미에 다음과 같이 언급했다. “개혁개방을 진일보 심화시키고, 국내와 국외 쌍순환의 동력과 활력을 증강하자. 시장화 개혁을 심화시키고, 높은 수준의 시장시스템을 건설하며, 전국 통일 대시장을 구성하자. 지적 재산권 보호정책을 완비하고, 공평한 경쟁과 시장경제 기초제도를 확립하고, 독점과 부정당한 경쟁을 지양하자. 자본의 건강한 발전과 경영주체들의 창업을 보장하기 위해 양호한 투자환경을 보호하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추진한다.” 이번 집체학습에서도 경제발전과 안보를 병행하는 ‘주동권’ 확보가 우선 강조되고, 개혁개방에 대한 강조가 후순위로 밀린 점이 주목된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2023-02-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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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2023년의 중국 : 조심스러운 시진핑, 파이팅 넘치는 외교팀 2022년 12월 31일 발표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2023년 신년사는 조심스러운 것이었다. 어렵다는 뜻인 ‘난(難)’이라는 글자가 9개나 들어갔다. “기업들의 어려움을 풀어주기 위해(紓難解困)···” “인민들의 급한 어려움과 근심을 해결해주기 위해(急難愁盼)···” “전에 없던 곤란(困難)과 도전을 이겨내기 위해···” “자연재해와 안전사고는 견디기 어려워서(令人難過)···” “보기 드문 곤란(困難)···” “내가 늘 말하던 간난신고(艱難辛苦)는···”. 시진핑은 내일의 중국을 말하면서도 북송의 시인 소식(蘇軾·蘇東坡)의 시구(詩句)를 인용했다. “어려움과 마주하는 것은 멀리 가기 위함이요(犯其至難而 圖其至遠)···” “길이 아무리 멀고 일이 아무리 어렵더라도(路雖遠 事雖難)···”. 시진핑은 10년 전인 2012년 가을 중국공산당 총서기로 당선된 이후 벌써 10번이나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올해처럼 조심스러운 표현에 조심스러운 표정을 보여준 일은 없었다. 지난해 신년사만 해도 ‘난(難)’이라는 글자는 2개에 불과했다. 올해 신년사에는 지난가을 20차 당대회에서 채택한 ‘두 개의 옹호(兩個維護·시진핑 총서기를 당의 핵심으로 옹호하고, 당 중앙의 권위와 통일적 리더십을 옹호)’라든가,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았다. 공동부유는 1978년에 시작된 개혁·개방 시대에 덩샤오핑(鄧小平)이 제시한 선부론(先富論·누구든 부자가 되면 경제 발전을 선도한다는 이론)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강화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었다.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건설한다”든가 “중국식 현대화 추진으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라는 위대한 청사진을 구현한다”는 말은 들어갔지만 마르크스(馬克斯)라는 이름은 인용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난해 11월 20일부터 12월 18일까지 카타르에서 열린 월드컵 축구 때문에 눈이 띈 14억 중국 인민들이 상하이(上海)를 비롯한 전국 도시 곳곳에서 “공산당 물러가라(共産黨下臺)" "시진핑 물러가라(習近平下臺)”고 외치는 소리를 또렷이 담은 동영상을 시 주석이 보기라도 한 것일까. 비록 견디기 힘들기는 하지만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중국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잘 알기 때문에 시 주석의 ‘둥타이칭링(動態淸零·제로 방역)’을 따르다가 TV 중계로 본 카타르 월드컵에서 선수도 관중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열광하는 모습을 보고 “우리 중국만 왜?”라는 깨우침을 얻게 돼 A4 흰 종이 한 장씩 들고 인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소리치는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은 것일까. 시 주석 신년사에는 “중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서로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요구를 하고, 한 가지 일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견해를 갖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는 보기 드문 내용도 포함됐다. 방역의 방법론에 대해서 시 주석은 “현재 방역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으며 비록 힘들기는 하지만 모두 견인불발(堅忍不拔)의 노력을 하면 앞날에 서광이 비칠 것”이라고 말해 지난 3년간 유지해오던 “적극적인 제로 방역 견지(堅持動態淸零)”라는 말도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시진핑 주석은 대만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지난해 신년사에서 언급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의 실현이 양안(兩岸) 동포들의 공통된 마음”이라는 표현을 대폭 누그러뜨려서 “해협 양안은 서로 한 집안 친척(一家親)이니 함께 손을 잡고 중화민족의 복을 창조하자”고 표현했다. 시 주석은 중국 경제 현황에 대해서도 “세계 2위 경제 규모의 지위는 계속 유지하고 있으며, 경제는 온건한 발전을 지속하고 있고, 전 세계가 식량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우리의 식량 현황은 19년째 풍년을 실현해서 중국인 밥그릇이 점점 단단해져 가는 중”이라는 판단을 제시했다. 시 주석 신년사에서 특이한 점은 지난해 11월 30일 세상을 떠난 장쩌민(江澤民) 전 당 총서기의 죽음을 언급한 부분이다. 시진핑은 “2022년 장쩌민 동지가 우리 곁을 떠났다, 우리는 그의 공적과 그가 남긴 보귀한 정신적 재산을 귀하게 여겨 그의 유지를 계승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덩샤오핑이 이끈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가 이끈 빠른 경제성장을 넘어서 공동부유의 세상으로 가겠다고 당 총서기와 국가주석 3연임을 추구하던 기개는 잠깐 내려놓은 것일까. 그는 “역사는 파란만장한 것이어서 한 세대, 한 세대의 사람들이 분투한 노력이 오늘의 중국을 창조했다”고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볼 수 없었던 조심스러운 신년사를 발표한 것과는 달리 연말 12월 30일에 단행한 외교팀 구성에서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20차 당대회 과정에서 1950년생으로 72세가 된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정치국원을 퇴진시키고 1953년생인 왕이(王毅) 중앙위원 겸 외교부장을 정치국원으로 끌어올려 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을 맡겼다. 외교부장에는 주미 대사를 지낸 전랑(戰狼) 외교의 상징 친강(秦剛)을 중앙위원으로 끌어올리고 12월 30일 외교부장으로 발탁했다. 1966년생인 친강은 1988년 외교부에 입부했기 때문에 1986년 외교부에 들어온 러위청(樂玉成·1963년생) 전 부부장과 1987년 외교부원이 된 마자오쉬(馬朝旭·1963년생) 전 부부장을 제치고 발탁됐다. 2005년 외교부 대변인, 2018년 외교부 부부장을 거쳐 2021~2022년 주미 대사를 지낸 친강은 스스로를 “전랑(戰狼·늑대) 외교의 상징”으로 자처하는가 하면 “내가 전랑 외교의 상징이라면 유럽과 미국 외교관들은 악랑(惡狼·나쁜 늑대) 외교를 하고 있는 셈”이라고 서슴지 않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친강은 지난해 1월 미국 NPR 라디오와 인터뷰하면서 “미국과 유럽이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중국이 인종학살(genocide)을 하고 있다는 주장은 조작된 거짓말이며 가짜뉴스”라고 담대하게 말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외교부 대변인 시절에는 중국이 지식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자 “그렇다면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종이와 화약, 나침반, 인쇄술 등 고대 중국의 4대 발명품에 대한 지식재산권을 지불해야 할 것”이라는 황당한 답변을 해서 미국과 유럽 기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친강보다 외교부 선임으로 러시아통이던 러위청은 지난해 2월 14일 푸틴이 동계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하면서 “중국과 러시아가 한계없는(no limit) 협조체제를 만들자”는 합의 문구를 공동성명에 포함시킨 장본인이다. 러위청은 이 때문에 외교부 부부장에서 중국 라디오TV 총국 부국장으로 좌천된 기록을 남겼다. 중국 외교부 서열 3위이던 친강은 지난해 12월 6일 워싱턴에서 열린 중국과 미국 무역위원회 송년 파티에 참석해 “그동안 나를 전랑 외교의 상징이라고 평가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는 코멘트를 해서 자신이 외교부장으로 발탁될 것임을 과시한 것으로 홍콩 신문들에 보도됐다. 주일 대사를 지낸 왕이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판공실 주임과 주미 대사를 지내고 중앙위원으로 승격된 친강이 올해부터 보여줄 중국 외교의 인상은 전랑(늑대)의 모습이 될 전망이다. 전임 양제츠 정치국원 겸 중앙외사공작판공실 주임과 왕이 중앙위원 겸 외교부장으로 구성된 외교 사령탑의 인상은 왕이·친강 카드로 바뀌어 한층 강한 이미지를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 한 해 중국의 표정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조심스러운 표정과 왕이·친강이 보여줄 전랑 외교의 스핑크스의 두 얼굴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회는 새로 외교부장에 발탁된 친강이 유창한 영어로 보여줄 ‘중국식 논리’ 사이에서 다소 혼란스러워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신년사에서 보여준 조심스러운 표정도 시 주석이 인용한 소식의 시구의 본뜻이 “어려움과 마주하는 것은 멀리 가기 위함”이라는 전술적 조심스러움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미니박스] 친강(秦剛) 신임 중국 외교부장 겸 당 중앙위원 프로필 1992~1995년 외교부 서유럽 담당 3등 서기관 1995~1999년 주잉글랜드·아일랜드 서기관 2005~2010년 외교부 대변인 2014~2017년 외교부 의전국장 2017~2018년 외교부 부장조리 2018~2021년 외교부 부부장 2021~2022년 주미 대사 2022년 12월 30일 외교부장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2023-01-0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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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시진핑 3기'의 9갈래 인맥 …'중국식 현대화' 어떻게 이끌까 “중국에서 한 시대가 이제 막 끝났다(An Era Just Ended in China).” 뉴욕 타임스는 지난 10월 26일 미시간 대학의 중국 정치경제학자 위엔 위엔 앙(Yuen yuen ang· 중국어 이름 洪源遠)의 칼럼에 그런 제목을 달아 프런트 페이지(1면)에 소개했다. 이날은 10월 16일 개막한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가 23일 오전 제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를 열어 시진핑(習近平)을 세 번째의 5년 임기 당총서기로 선출한 지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위엔 위엔 앙은 싱가포르 출신 여성 정치경제학자로, 미 스탠퍼드 대학에서 중국 정치경제 연구로 박사를 받았다. 앙의 대표 저작은 ‘중국은 어떻게 가난에서 벗어났나(How China Escaped Poverty)’, ‘중국의 황금시대(China’s Gilded Age)’ 등이 있다. 시진핑의 당총서기 3연임 성공으로 “중국에서 한 시대가 끝났다”고 선언한 위엔 위엔 앙 박사의 칼럼은 이렇게 시작한다. “44년 전 덩샤오핑은 개혁개방의 시대를 시작했고, 가난하고 자급자족 경제의 나라 중국을 떠오르는 글로벌 파워의 국가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지난 주 시진핑 주석은 그 시대를 종결시켰다. 그는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당대회에서 도전받지 않을 권위를 가지고 통제와 안전에 대한 집착을 향해 나아갈 것임을 밝혔다. 그의 그런 계획은 경제를 해치게 될 것이다.…” 위엔 위엔 앙 박사의 결론은 이런 것이었다. “덩샤오핑이 이끈 중국의 위대한 자본주의 혁명은 이제 역사가 되었다. 시진핑이 이끈 첫 10년 동안은 그래도 중도층이나 충성분자가 아닌 관리들에 의한 최소한의 견제와 균형이 있었다. 마오쩌둥이 이끈 중국과 소련은 절대 독재는 중국을 번영하고 강한 나라로 만들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마오와 소련은 나라를 가난에 빠뜨리고, 안전보장에도 실패했다. 시진핑은 앞으로 몇 년 내에 그런 교훈을 또다시 배우게 될 것이다.” 중국어를 원어민처럼 잘 구사하는 호주의 전 총리 케빈 러드(Kevin Rudd · 중국어명 陸克文)는 11월 9일 발행된 미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즈에 “붉은 중국의 귀환 – 시진핑이 마르크시즘을 되살려냈다(The Return of Red China – Xi Jinping Brings Back Marxism)”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글의 앞머리에서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덩샤오핑 시대의 중국 정치에 결정적인 폐쇄 선고를 했으며, 시진핑은 전례 없는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중국공산당 지도부에서 시장을 중시하는 관리들을 제거했다”고 단정했다.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시진핑의 이데올로기 드라이브가 시작될 것이며, 시진핑은 진정한 마르크스 레닌이즘의 신봉자이다.” 지난 1일 스탠퍼드 대학 후버연구소(Hoover Institute)가 간행하는 온라인 계간 중국연구 전문지 ‘차이나 리더십 모니터(China Leadership Monitor)’에는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기자 출신의 우궈광(吳國光)의 소논문이 실렸다. 우궈광은 중국공산당 20차 당대회 결과 이루어진 중국공산당 리더십의 변화를 세밀하게 분석하는 기고문을 실었다. 그의 소논문 제목은 ‘중국공산당의 새로운 지도자들, 새로운 파벌 역학(New Faces of Leaders, New Factional Dynamics)’이었다. 우궈광은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이 3연임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중국공산당에서 “과거의 파벌은 사라지고, 새로운 파벌이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했다. 이번 대회 기간 중에 시진핑의 지시에 따라 대회장에서 강제로 퇴장당한 후진타오(胡錦濤) 전 당총서기를 중심으로 하는 공청단(공산주의 청년단)과, 5일 베이징 시내 서쪽 팔보산(八寶山)에서 화장해서 재로 변한 장쩌민(江澤民) 전 당총서기를 핵심으로 하는 상하이방(上海幇)은 해체되고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을 중심으로 하는 새로운 9개 그룹이 형성됐다고 분석했다. 우궈광은 중국공산당에 새로 형성된 9개 그룹은 ▷푸젠(福建) 그룹 ▷저장(浙江)그룹 ▷신(新) 상하이(上海)그룹 ▷산시(陝西) 그룹 ▷군산(軍産)그룹 ▷칭화(淸華)그룹 ▷공안(公安)그룹 ▷펑리위안(彭麗媛) 그룹 ▷당교(黨校) 그룹이다. 이 그룹들은 시진핑이 1969년 16세 때 문화혁명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산시(陝西)성 옌안(延安) 부근 농촌으로 지식청년(知靑) 하방의 길을 택하면서부터, 칭화(淸華) 대학을 졸업하고, 허베이(河北)성 지방 당간부로 시작해서 2012년 가을 제18차 당대회에서 총서기에 오르기까지 43년간 푸젠-저장-상하이를 전전하며 각급 당간부와 행정부 중요 직위를 거치는 동안 자신이 접촉한 인사들을 결집시켜 형성한 광범위한 인맥을 바탕으로 한 그룹들이다(표1 참조). 우궈광은 장쩌민과 후진타오 시대의 과거 파벌들은 이번 시진핑의 3연임 성공과 자연적인 수명의 종결로 사라지게 됐으며, 시진핑 주변의 여러 파벌 그룹들도 아직 분명하게 구분이 지어지지는 않았으나 앞으로 시진핑의 3연임 임기 5년 동안 이들 파벌의 구분이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궈광이 분류한 9개 그룹의 대표적인 인물들로는 ▷푸젠 그룹 =정치국 상무위원 차이치(蔡奇), 국가발전개혁위 주임 허리펑(何立峰), 정치국원 황쿤밍(黃坤明) 등이 대표적이고 ▷저장 그룹 = 총리 내정 정치국 상무위원 리창(李强), 중앙군사위 부주석 허웨이둥(何衛東), 충칭시 당서기 천민얼(陳民爾) 등 ▷신 상하이 그룹 =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내정자 왕후닝(王滬寧), 정치국 상무위원 겸 중앙서기처 서기 내정자 딩쉐샹(丁薛祥), 정치국 상무위원 리시(李希) 등 ▷산시 그룹 = 정치국 상무위원 겸 전국인민대표대회 위원장 내정 자오러지(趙樂際),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 장여우샤(張又俠), 정치국원, 산시성 당서기 류궈중(劉國中) 등 ▷군산(軍産)복합 그룹 = 정치국원 마싱루이(馬興瑞), 저장성 당서기 위안자쥔(袁家軍), 랴오닝성 당서기 장궈칭(張國淸) 등 ▷칭화대 그룹=상하이시 당서기 천지닝(陳吉寧), 산둥성 당서기 리간제(李干杰) 등 ▷공안 그룹=중앙서기처 서기 천원칭(陳文淸) 등 ▷펑리위안 그룹= 베이징 당서기 인리(尹力)와 신장위구르 자치구 당서기 마싱루이는 특히 시진핑의 부인과 가까워서 발탁됨 ▷당교 그룹= 중앙서기처 서기 스타이펑(石泰峰), 중앙서기처 서기 리수레이(李書磊) 등이라고 한다. 이들 그룹은 당대회가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파벌을 제대로 형성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연과 혈연, 학연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 정치의 구조 때문에 앞으로 서서히 파벌의 특성을 나타내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 총서기도 그런 점이 걱정이 되어 20차 당대회 개막 다음날인 지난 17일 오전 광시(廣西) 당대표들과 토론회에 나가 “전당과 전국의 각 민족 인민들은 당의 깃발 아래 ‘한 덩어리의 단단한 강철(堅硬的鋼鐵)처럼 단결하라”는 당부를 했다는 것이다. 시진핑은 이번 20차 당대회 개막 당일 정치보고를 통해 자신이 이끄는 중국공산당이 앞으로 중화인민공화국의 두 번째 100년이 시작되는 2049년까지 ‘중국식 현대화’를 이루기 위해 분투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진핑이 이번 당대회에서 가장 뚜렷하게 제시했다고 할 수 있는 ‘중국식 현대화’에 대해 “중국식 현대화란 중국공산당이 리드하는 사회주의 현대화”라고 규정하고, 중국식 현대화한 첫째 인구 규모가 거대한 나라가 이루는 현대화이며, 둘째 전체 인민이 공동부유해지는 현대화이고, 셋째 물질문명과 정신문명이 서로 조화로운 현대화, 넷째 사람과 자연이 화해 공생하는 현대화라고 설명했다. 시진핑이 제시한 중국식 현대화 개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중국공산당이 많은 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아직 이렇다 할 공감을 얻지는 못하고 있다. 시진핑은 이 당 대회 개막 보고를 통해 중국이 “지난 40여 년간 덩샤오핑이 이끄는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 경제 체제의 완비와 개방형 경제 체제의 기본을 형성하기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간단히 언급하기는 했으나 ‘중국식 현대화’란 개념에 가려 제대로 주목을 끌지 못했다. 이번 20차 당 대회로 중국에서 개혁개방의 시대가 끝났다는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의 판단이나 시진핑이 중국에 마르크시즘을 되살려냈다는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의 포린어페어즈 기고가 맞아떨어질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시진핑이 이번에 3연임에 성공하면서 7상8하라는 은퇴연령 폐지나 후계자 지정 방식을 사실상 무력화시킨 점이 중국공산당의 앞날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는 우궈광의 전망은 주목해야 할 듯싶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2022-12-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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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서열 2위' 리창이 이끌 中경제 미리보기 지난달 23일 낮 12시 5분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 금색대청(金色大廳). 오전에 중국 공산당 제20기 중앙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1중전회)에서 선출된 정치국 상무위원 7인이 기다리고 있던 내외신 기자 600여 명 앞으로 걸어나왔다. 시진핑(習近平), 리창(李强), 자오러지(趙樂際), 왕후닝(王滬寧), 차이치(蔡奇), 딩쉐샹(丁薛祥), 리시(李希). 시진핑은 3연임 당 총서기 겸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에 선출됐다. 내년 3월 5일 개최될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3연임 국가주석에도 선출될 예정이다. 리창 상하이시 당위원회 서기는 내년 3월 전인대에서 총리로 선출될 예정이다. 제19기 중앙위에 이어 두 번째로 정치국 상무위원에 오른 자오러지는 내년 전인대에서 상무위원장에 선출되도록 되어 있다. 역시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재선된 왕후닝은 내년 3월 4일 전인대에 앞서 개최되는 전국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에서 주석으로 선출될 예정이다. 차이치 베이징(北京)시 당위원회 서기는 당의 선전 부문과 이념 문제를 관장하는 서기처 서기로 선출됐다. 시진핑의 ‘영원한 비서’ 딩쉐샹 당 중앙판공청 주임은 내년 3월 상무부총리를 맡을 예정이다. 리시 광둥(廣東)성 당위원회 서기는 시진핑을 도와 반부패 드라이브를 담당할 당 기율검사위원회 서기로 선출됐다. 시진핑 바로 뒤에 두 번째로 걸어 나온 리창에 대해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일 “친(親)기업 성향의 현실주의자인가, 시진핑의 충성분자인가(Pro-business pragmatist, or Party Loyalist?)”라는 의문을 던졌다. 리창은 그동안 장강(長江) 하류인 저장(浙江), 장쑤(江蘇), 상하이(上海) 행정수장과 당위원회 서기를 두루 역임하면서 친기업형 현실주의자로서 굵직굵직한 업적들을 남겼다. 그러나 리창의 ‘헬리콥터형’ 출세와 업적이 대부분 시진핑이 2002년 저장성 당위원회 부서기와 성장 대리로 부임해온 이후 이루어진 일들이라는 점에서 시진핑에 대한 충성분자의 범주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다. 리창은 저장성 성장이던 2014년 국제 인터넷 콘퍼런스를 주최해서 서방 기업들에 대한 중국 인터넷의 방화벽(Firewall)을 풀어주었고, 장쑤성 당위원회 서기 시절이던 2016년에는 중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창시자 알리바바의 마윈(馬云)을 만나 투자를 유치하는 실적을 남겼다. 리창은 상하이시 당워원회 서기이던 2019년에는 20억 달러 규모인 최초의 테슬라 해외 공장을 유치하는 업적을 남겼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뒤에는 전통적인 제조 방식을 따르는 중국의 백신 대신 미국과 유럽의 mRNA형 백신 제조를 지지하는 몇 안 되는 중국 지도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시진핑 당 총서기 방침에 따라 상하이시 일원에 대한 제로 방역 도시 봉쇄를 밀어붙여 2500만 상하이 시민들에게 원성을 샀다. 리창이 이번에 서열 2위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것도 시진핑의 뜻에 따른 제로 방역과 도시 봉쇄를 밀어붙인 덕분이었다는 것이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알리바바와 마윈에 대한 리창의 이중적 태도를 꼬집었다. 2014년 시진핑에 대한 충성분자들이 마윈에 대한 찬사를 경쟁적으로 발표할 때 리창도 저장성 성장으로서 국제 인터넷 콘퍼런스에 나와 “더 많은 알리바바와 더 많은 마윈이 나와야 한다”는 연설을 했다. 그러나 2020년 10월 마윈이 상하이에서 “중국의 금융 시스템은 전당포 수준”이라고 비난했다가 당 기율검사위원회에 끌려가 조사를 받은 이후 공개 석상에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실종 상태에 빠진 이후에는 같은 저장성 사람인 마윈에 대해 아무런 구조나 보호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는 것이 파이낸셜타임스의 지적이다. 리창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자세에는 한계가 있으며 시진핑에 대한 충성분자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한다는 평가인 것이다. 전 세계 차이나 타운에서 많은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 홍콩의 중국어 시사주간 ‘아주주간(亞洲週刊)’ 최신호는 리창이 ‘장강 삼각주 지역에 첨단 과학기술 기지 건설을 강력하게 추진한 인물’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리창은 저장·장쑤성·상하이시 당서기와 행정 책임자를 지내면서 양자(量子·Quantum) 컴퓨터 개발, 인공지능(AI), 반도체 집적회로와 바이오 산업,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 연구개발을 선도하는 행정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상하이 당서기 시절 ‘상하이시 경제일체화 계획’을 추진한 경력도 있는 인물이라는 점도 강조됐다. 1959년 7월 저장성 루이안(瑞安)현 출생으로 시진핑보다 여섯 살 아래인 리창은 전기배관공 출신이다. 우리 고교 시절에 해당하는 기간에 루이안 현 농기계 제작 제3공장 직공이었고, 19세 때 저장성 농업대학 닝보(寧波)분교에서 농업의 기계화를 전공했다. 24세 때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에 가입하고 이어서 공산당에 입당하면서 리창은 당 관료로서 인생을 시작했다. 이후 저장성 민정청 농촌구제처 간부가 됐고, 29세 때 처장, 33세에 저장성 민정청 부청장을 거쳐 37세 때 인구 50만명 정도인 융캉(永康)시 당위원회 서기가 됐다. 리창이 파이낸셜타임스에서 표현한 ‘헬리콥터형’ 수직 상승을 시작한 것은 2002년 시진핑이 저장성 당위원회 부서기 겸 성장 대리로 부임하면서부터다. 당원 재교육 기관인 당교에서 간부 육성반을 1년간 다닌 그는 시진핑에게 발탁돼 일약 ‘중국의 유대인’이라는 말을 듣는 원저우(溫州)시 당위원회 서기가 됐다. 원저우는 한국에서 신발 산업을 넘겨받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발을 제조하는 신발왕국이었다. 우한(武漢)에서 발생한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이탈리아 패션 명품 산업을 원저우 사람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영국 BBC 취재로 밝혀지기도 했다. 이후 리창은 시진핑을 보좌하는 저장성 당위원회 비서장을 거쳐 2013년에 저장성 당서기, 2016년에 장쑤성 당서기, 2017년에는 중앙당 정치국원 겸 상하이시 당서기로 날아올랐다. 리창은 이미 2016년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소속 중국 전문가 청 리(Cheng Li)가 쓴 ‘시진핑 시대 중국 정치(Chinese Politics in Xi Jinping Era)’에 시진핑 후계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그러나 리창이 시진핑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아니다’는 답을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0년간 시진핑의 당총서기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평가를 받던 천민얼(陳敏尒) 충칭(重慶)시 당서기가 이번 20차 당대회에서 상무위원으로 선출되지 못하고 정치국원으로 남은 점을 생각해보면 시진핑의 용인술(用人術)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천민얼과 함께 그동안 중국 안팎에 시진핑 후임 당총서기로 거론되던 후춘화(胡春華)는 이번 당대회에서 정치국원에서 중앙위원으로 강등된 사실도 고려해야 한다. 이번 당총서기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은 자신의 후계자로 떠오르는 리우링허우(六零後·1960년대생)들을 내친 것을 보면 1959년생인 리창을 시진핑 후계자로 평가할 수는 없는 형편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2012년 18차 당대회와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두 전임자가 발탁한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이번에 정치국 상무위원 명단에서 빠진 사실은 리창이 정치적으로 시진핑에게서 독립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당대회를 앞두고 지난 8월 중순 리커창 총리가 중국 고위 지도자들의 해변 휴양지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마친 직후 남부 광둥성 선전(深圳)을 방문해 덩샤오핑(鄧小平) 동상에 헌화함으로써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지속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표했지만 상무위원 자리를 지키지 못했다. 그런 점에서 리창 총리 내정자는 리커창 총리 수준의 독립성을 확보하기에도 어려운 처지이며 따라서 중국 경제의 큰 흐름은 개혁·개방과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대는 종결되고 시진핑의 공동부유론과 중국식 현대화의 길로 좌회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 2022-11-08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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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준의 지피지기] 中은 앞날은? …7중전회 '公報'에 힌트 있다 중국공산당 제19기 중앙위원회 7차 전체회의(7중전회) 공보(公報)가 12일 오후 8시 발표됐다. 중앙위원회는 중국공산당의 중심 조직이다. 지난 9일 개회해서 12일까지 나흘간 열린 이번 7중전회에는 정위원 119명, 후보위원 159명 등 모두 278명의 중앙위원들이 참석했다. 중앙위원들의 임기는 5년이며 이번 7중전회에 참석한 중앙위원들은 지난 2017년 10월에 개최된 제19차 당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 선출된 중앙위원들이다. 중앙위원들은 5년 임기 동안 대체로 7차례의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중전회)를 개최한다. 이번 19기 7중전회에 참석한 중앙위원들은 이번이 마지막인 회의에서 오는 16일 개최될 20차 당대회의 기조(基調)를 정해주고 임기를 마치게 된다. 19기 중앙위원들은 20차 당대회의 기본 흐름을 담은 ‘공보(公報)’를 발표하고 중국공산당 운영의 바통을 오는 16일 개최되는 20차 당대회에서 선출될 300명 안팎의 20기 중앙위원들에게 넘겨주게 된다. 중국공산당의 회의 방식은 회의가 개최되면 토론을 벌여 결론을 도출하는 우리의 정치문화와는 사뭇 다르다. 회의 개최 이전에 물밑 회의와 모임을 통해 결론을 만들어놓고, 결론이 만들어져야 회의를 개최하는 형식이다. 이른바 ‘민주집중제’에 따른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따라서 19기 7중전회의 회의 결론을 담은 7중전회 공보에는 오는 16일 개막될 20차 당대회의 흐름을 미리 읽어볼 수 있는 내용이 대부분 담겼다고 볼 수 있다. 12일 오후 8시(중국시간 오후 7시) 중국관영 신화통신과 중앙TV를 통해 발표된 7중전회 공보는 중국공산당이 16일 개막되는 20차 당대회에서 내릴 두 가지 중요한 결정의 내용을 미리 짚어볼 수 있는 내용이 담겨 있다. 첫째는 시진핑(習近平) 당총서기의 3연임이 이루어질 것인가에 대해서는 “대체로 그럴 것이다”는 결론을 시사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둘째는 중국이 지난 40년 동안 유지해온 덩샤오핑(鄧小平)식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이 유지될 것인가 하는 데 대해서도 “대체로 그럴 것이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시진핑이 지난 5년간 시도해온 중국경제의 ‘좌향좌(左向左)’, 즉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사회주의로 복귀시키는 흐름은 어느 정도 멈출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선 시진핑의 당총서기 3연임이 이루어질 것인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고 할 수 있는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과 “두 개의 옹호(兩個維護)”가 명시돼있기 때문이다. 7중전회 공보는 “당은 시진핑 동지를 당 중앙의 핵심이자, 전체 당의 핵심이라는 지위라는 방침을 확립해야 하며, 시진핑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의 영도적 지위를 확립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혀놓았다. “전체 당원들은 ‘두 개의 확립’의 결정적 의의를 심각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촉구하는 표현도 붙여놓았다. ‘두 개의 옹호’에 대해서는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중앙 주위로 보다 긴밀하게 단결하고, 시진핑 신시대 중국특색 사회주의를 전면적으로 관철해서,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전면적으로 건설하고,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과 단결분투를 전면적으로 추진하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 개의 확립’과 ‘두 개의 옹호’는 지난해 11월에 개최된 제9기 6차 중앙위 전체회의(6중전회)에서 채택된 ‘역사 결의’를 통해 채택된 방침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7중전회 공보는 시진핑이 당총서기와 함께 현재 보유하고 있는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세 개의 자리에도 모두 3연임을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시사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이에 대해 뉴욕 타임스는 7중전회가 개막한 다음날인 10일 “시진핑은 마오쩌둥이 두 번째로 온 것(Xi Jinping is the second coming of Mao Zedong)”이라는 제목의 기고를 오피니온 페이지에 커다랗게 실었다. 이 기고에서 중국경제 전문가인 피터 코이(Peter Coy)는 “시진핑은 16일 개막되는 20차 당대회에서 당총서기직 3연임을 달성하고, 나머지 두 자리인 국가주석과 중앙군사위 주석 자리를 모두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당대회를 통해 결정되는 것은 당총서기와 당 중앙군사위 주석직 3연임일 뿐, 국가원수에 해당하는 국가주석과 행정부의 군 통수권을 쥐고 있는 국가중앙군사위 주석 자리의 3연임은 내년 3 월5일에 열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가서야 확정되는 것이 중화인민공화국의 최고지도자 선출 방식이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미지수로 남겨둘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번 당 대회에서 시진핑의 당 총서기 3연임이 확정된 이후 중국의 경제시스템은 시진핑이 지난 5년간 해온 것처럼 민간부문보다 국영 부문을 계속 강화해나가게 될까. 덩샤오핑과 그의 후계자들인 장쩌민(江澤民)과 후진타오(胡錦濤) 두 명의 전임 당 총서기가 지난 1989년부터 2012년까지 30여 년간 구축해놓은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버리고 국영 부문을 강화해서 사회주의 시스템으로 되돌아가는 좌향좌를 하게 될까. 7중전회 공보를 보면 그에 대한 대답은 ‘아닌 듯하다’는 쪽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7중전회 공보가 시진핑이 이끌어온 지난 5년간을 회고하면서 “19차 당 대회 이후 지난 5년간은 극히 심상(尋常)치 않은 5년이었으며, 극히 불평범한 5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위대한 기치를 높이 들고,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쩌둥 사상, 덩샤오핑 이론, 장쩌민의 중요사상인 ‘3개 대표이론’과 후진타오 총서기의 과학발전관을 견지하는 가운데 시진핑의 신시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사상을 전면적으로 관철해나가자”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을 전면적으로 추진해나가자”고 요구했다. 특히 “샤오캉(小康) 사회의 건설”은 1980년대에 덩샤오핑이 제시하고, 장쩌민과 후진타오 두 총서기가 지속적으로 추진해온 전략적 정책 목표였다. 이 흐름은 시진핑이 지난 1년간 강조해온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구호가 이번 7중전회 공보에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이 당 총서기 3연임 달성이라는 정치적 목표지점에는 도달 가능하지만, 지난 40년간 추진되어온 사회주의에 자본주의를 결합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넘어 ‘공동부유’라는 사회주의적 구호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가던 발걸음은 멈추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7중전회 공보에서는 지난 2020년 1월 이래 중국에 확산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시진핑 특유의 방역 정책인 ‘제로 방역(動態淸零)’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의 방역정책에 대한 반대 주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인정하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이번 7중전회 공보는 특히 대외정책 면에서 그동안 시진핑이 주장해오던 ‘인류 운명 공동체’ 같은 구호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가 하면, 그동안 중국 관영 미디어들이 통용어로 만들어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군사행동’이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충돌’이라는 표현 대신 “우크라이나 위기가 가져온 위험과 도전”이라는 표현을 채택했다. 대외 전략적인 측면에서 미국과의 대결을 전제로 하는 “중국 특색의 대국 외교를 적극 추진한다”는 표현은 들어갔지만, 미국이라는 국명은 어디에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중국의 대미 외교의 방향을 잘 지켜보아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진핑의 3연임이 이뤄지더라도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중국 권력구조에서 리더십의 변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본인은 3연임을 하지만 중국공산당 권력 구조의 상층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인과 정치국원 25명의 물갈이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해야 중국 인민들에게 변화의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특히 공동부유를 언급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40여 년간 추진해온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강조한 7중전회의 공보는 시진핑 체제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 유지의 보루로 여겨져오던 리커창(李克强) 총리의 정치적 운명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주목하게 하는 흐름을 담고 있다. 1955년생으로 올해 67세라 덩샤오핑 시대 중국공산당 내의 내부 합의이던 ‘칠상팔하(七上八下)’에 저촉이 되지 않는 리커창 총리가 상무위원직을 유지하면서 중국공산당 내 권력 서열 3위로 평가되는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경우 중국 정치에서 시진핑과 리커창이 주도하는 시리(習李)의 갈등구조는 앞으로 5년간 연장이 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럴 경우 다음의 총리로 리창(李强) 상하이 당 위원회 서기로 대표되는 시진핑 인맥이 선택될 것인지, 아니면 시진핑의 전임자 후진타오 계열의 후춘화(胡春華)나 현재 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왕양(汪洋)이 선택될지도 당 대회 이후 지켜보아야 할 대목이다. [미니박스] 중국공산당 당 규약 개정 중국공산당이 중심인 중국 정치는 헌법보다 당규약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 20차 당 대회 기간에 이뤄질 당규약 개정의 주요 내용은 시진핑 3연임을 넘어 이후까지도 보장할 ‘두 개의 확립(兩個確立)’과 ‘두 개의 옹호(兩個維護)’에 대한 당규약 삽입이 주요 내용이 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중국공산당원들의 진급 아니면 퇴임이던 인사 원칙을 바꾸어 직급과 직위 강등도 가능하게 할 ‘능상능하(能上能下)’가 당규약에 삽입될 것인지도 관찰 포인트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 현 최종현 학술원 자문위원 ▲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 호서대 초빙교수 2022-10-14 06: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