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청년팔이 사양합니다] ①"포퓰리즘 이젠 그만"…2030세대의 이유 있는 냉소

신승훈 기자입력 : 2020-01-23 08:00
"공약 실천 로드맵 제시해야"…"청년 일자리 공약 내놔야"
“청년들을 위한 공약들은 예나 지금이나 항상 표 얻기 위한 수단이죠. 이제는 믿지 않아요.”

2030 청년들이 밀집한 신촌 연세대 앞에서 만난 대학원생 유모씨(27·서울)는 정치권이 진정으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펼칠지 의문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아주경제는 국민의 대표를 뽑는 21대 총선을 불과 87일 앞둔 지난 20일 신촌 대학가를 찾았다. 청년 인재영입·청년 공약을 쏟아내는 여야 정치권에 대한 2030 청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는 앞다퉈 21대 총선의 필승 전략으로 ‘청년’을 내세우고 있다. 이색 경력을 가진 청년 인재들을 영입해 당 이미지를 쇄신하는 한편, 청년들에 공천 가산점을 약속했다.

청년 공약도 빠질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표심을 잡겠다는 구상에서 ‘2020년까지 전국 공공와이파이 5만3000개 구축’을 제1호 공약으로 내세웠다. 정의당은 파격적으로 만 20세 청년에게 ‘300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서울 신촌역. [사진=신승훈 기자]


실제 신촌에서 만난 청년들은 이런 공약을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으로 평가절하했다. 대학교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취업 준비에 한창인 장모씨(26세·서울)는 “청년에 대한 복지혜택이 단순히 ‘퍼주기’ 형태로 이뤄지는 것 같다”며 “결국 세금에서 나가는 것이고 장기적 대책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원생 유씨는 “공약 실현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한다면 그나마 신뢰도가 있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어린애들 표를 얻으려는 수작으로밖에 안 보인다”면서 “현재 청년들이 느끼는 학업, 취업, 결혼 등 삼중고와는 상당히 거리가 있는 공약”이라고 비판했다.

청년 공약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대학생인 육모씨(21·의정부)는 “청년 공약들이 너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게 많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번 총선 공약뿐만 아니라 예컨대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은 전체적인 물가 상승도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근시안적인”이라고 지적했다.

2030 청년들은 취업 최전선에 있는 만큼 ‘청년 일자리’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실효성 있는 ‘청년 일자리 공약’을 내놔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국내 모 중견기업 인사총무팀에 재직 중이라고 밝힌 허모씨(32·전주)는 “청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일자리”라며 “기업에 퍼줘야 한다. 기업이 일자리를 창출하면 정부에서 지원을 해주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일자리를 못 늘리는 이유는 인건비 때문”이라며 “인건비를 커버할 만한 혜택을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K대에 재학 중이라고 밝힌 최모씨(27·대전)는 취업준비로 표정이 어두웠다. 부모님의 짐을 덜어주기 위해 아르바이트와 취업준비를 병행 중이라는 그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입장에서 최저임금 인상했을 때 좋았지만, 주휴수당을 주지 않기 위해 쪼개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면서 “이런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취업지원금 같은 제도는 괜찮다고 본다. 정치권이 기업과 협의해서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030 청년들은 여야 정치권에서 ‘청년 인재 영입전(戰)’을 비판적으로 봤다. 각 당의 청년 인재들의 ‘역할론’에 대해서도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현역 군인인 이모씨(30)는 “너무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이 정치에 참여하는 것 같다”며 “청년들 생각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데 작은 성공을 바탕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것은 부정적”이라고 밝혔다.

취업준비생 최씨는 “2030 투표율이 높아지면서 청년 인재에 대한 구애가 많아지는 것 같다”면서 “딱 선거철에만 구애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약 영입된 청년들을 얼굴마담으로만 쓰면 청년층은 배신감을 느낄 것 같다”면서 “청년층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청년층이 훨씬 많이 국회의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년들의 국회 입성 지름길로 불리는 ‘청년비례대표제’(비례대표 명부 당선권에 청년 할당)에 대해서는 “환영한다”면서도 일부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대학생 이모씨(27·천안)는 “청년들에게 더 많은 의석을 주기 위한 제도이기는 하지만, 소속 정당의 활동 방향에서 크게 벗어나는 행동을 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경우에 따라서는 청년들의 의견을 대변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취업준비생 이씨는 “청년들에게 비례대표 앞 순번을 할당하는 것은 환영할 만 한 일”이라면서도 “당선 후 청년대표로서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는지에 대한 투명한 감사가 꼭 필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최씨는 “당 지도부에서 결정한 대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냐”면서 “청년 국회의원이 클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게 더 급한 일이다. 제도권을 청년 출신 정치인들이 주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신촌 연세로. [사진=신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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