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미래 없는 예산안…장기침체 앞에선 한국
올해까지는 유망 기술이던 게 내년에는 사양 기술이 될 수 있는가? 올해까지 기술력을 쌓아오던 유망 기술 분야 연구원 중 일부가 내년에는 짐 싸서 집에 가야 한다. 가다가 중지해도 좋은 일이 있지만 R&D는 절대 가다가 중지하면 아니 감만 못한 법이다. 한국의 총 R&D 예산은 공공 R&D 예산이 25% 지급될 때 민간 R&D 예산은 75% 대응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다. 공공 R&D 예산이 줄어들면 그 3배에 달하는 민간 R&D 예산이 줄어든다. 즉, 2024년 공공 R&D 예산이 5조2000억원 감액되면 민간 R&D 자금 또한 15조6000억원가량 감액될 수 있음을 뜻한다. 미래 있는 한국에 대한 구상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뒤처져서는 안 된다.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그림 그리고, 변화를 선도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진흥하고 산업을 재편해 나가야 한다. 앞서 독일 사례를 들었으니 자동차 산업을 예로 들어 보겠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뒤처지면 현대차와 기아차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내연기관차에 필요한 부품이 2만~3만개에 달하고 전기차는 1만5000~1만8000개로 구성된다.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자동차 기업 하나만 휘청이는 것이 아니라 수천 개 중소 자동차 부품회사들이 함께 쓰러짐을 의미한다. 장기 침체에 진입하지 않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유망 산업에 대한 도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미래지향적 예산을 계획할 필요가 있다. 미래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안 된다. 가계는 오늘내일을 고민할 수 있다. 기업도 그럴 수 있다고 치자. 정부는 아니다. 정부는 중장기적인 미래를 고민하는 일을 멈춰서는 안 된다. 오늘과 내일의 경제가 혹독하게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정부는 중장기적인 미래를 그려나가야 한다. 교육과 R&D 같은 미래지향적인 부문에 대한 예산을 확충하고 가계와 기업이 역동적인 미래를 그림 그릴 수 있도록 안내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성장판 닫힌 중국경제, '잃어버린 30년' 오는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중국경제가 당면한 위험요인이 한국경제에 전이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중국경제는 상당한 수준으로 꼬꾸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고, 당분간 빠져나올 출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실물경기가 부진한데, 재정건전성도 악화된 상태이기 때문에 그 위험은 상당 부분 은행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정부는 은행의 ‘공적 역할(national service)’에 대한 요구를 높일 것이고, 은행은 지역경제와 금융안정을 위해 대출 상환기간을 연장하거나 정책금융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통해 한국경제에 위험을 전이시키는 연결통로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한국의 경제주체들이 그 위험을 떠안지 않도록 경고음을 울려야 한다. “중국으로부터 공장을 다른 나라로 이전해야 하는가?” 기업인을 만날 때 가장 자주 받는 질문 중 하나다. 산업 유형과 재정 상황 등에 따라 다르므로, 일률적으로 대응전략을 제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만 꼭 주지해야 할 것은 탈중국 현상이 트렌드인 것이지 그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동종업계의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면 떠날수록 남아있는 기업에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에 공장을 둔 이유가 ‘생산’에만 국한된다면 더 값싸고 풍부한 노동력이 있는 국가로 이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고, ‘생산’뿐만 아니라 ‘시장’으로서의 의미가 강하다면 굳이 단기간 안에 서둘러 중국을 떠날 필요가 없겠다. 중국의 성장판이 닫히더라도 여전히 4~5%의 성장 속도를 가진 나라임에는 틀림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현실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구상해야 한다. 리쇼어링이 가능한 산업을 선별해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완화된 규제환경과 기술교류 등을 목적으로 해외에 공장을 이전한 기업들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다. 경제자유구역, 자유무역지역, 규제프리존과 같은 정책수단이 있고, 규제샌드박스나 규제자유특구 등의 장치를 활용해야 한다. 해외 현지법인이나, 해외 주요 기업들이 오고자 하는, 한국만이 할 수 있는 특화된 유인책이 필요하다. 한국은 5G 선도국가고, 고도화된 스마트 시티 인프라를 활용해 R&D, 시범 운용, 서비스 개발을 시도하는 산업군을 집적시킬 능력이 있다. 주요 산업 클러스터를 요충지로 하여, IT 기반의 고부가가치 산업에 특화된 리쇼어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
[김광석의 경제 읽어주는 남자] 내 곁의 '로봇'
6대 서비스 로봇, 어디까지 와 있나? 첫째, 물류로봇(Transportation & Logistics)은 서비스 로봇의 가장 범용화된 영역이다. 물류창고는 이미 로봇에 점령된 지 오래다. 온라인 쇼핑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물류로봇을 채택하는 물류센터가 늘어나고 있다. SSG닷컴은 GTP(Goods To Person) 시스템을 도입했다. 직원이 물건을 가지러 가는 것이 아니라 물건이 직원을 찾아오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주문이 들어오면 직원이 넓은 물류센터를 헤매면서 제품을 찾아야 했다. 이제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배송 물품을 확인하면 물건이 담긴 바구니가 자동으로 직원 앞으로 온다. 둘째, 서빙로봇(Hospitality)은 사람이 가장 친숙하게 만나는 로봇 중 하나다. 환대, 접객, 주문, 요리 등 일을 하므로 소비자를 직접 대면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AI 로봇커피로 유명한 비트코포레이션이 가장 대표적인 예다. 최근 무인 매장 운영 시스템 ‘아이매드’를 상용화하고, 솔루션을 구독서비스로 제시하는 RaaS(서비스형 로봇) 비즈니스로 확대하고 있다. KT Enterprise는 다양한 외식업 매장에서 안정적인 서빙이 가능한 AI 서빙로봇을 제공하고 있다. 서빙로봇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서 급속도로 도입되고 있다. ㈜대보유통은 고속도로 휴게소에 라면이나 가락국수 등을 조리하는 로봇과 무인결제시스템 테이블로를 도입할 계획이다. 셋째, 의료로봇(Medical/Healthcare)은 인류를 건강하게 만들 것이다. 특히 수술로봇은 의료로봇 시장에서 약 60%를 차지하는데 다빈치(da vinci) 수술로봇은 독점적으로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무엇보다 정교함이 특징인데 사람 능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최소 절개 수술을 가능케 한다는 점을 주목해 볼 만하다. 대형 절개가 아니라 2.5㎝ 미만만 절개해 통증이 적고 흉터가 거의 없는 정밀 수술이 가능하다. 한편 로봇재활치료도 빠르게 보급되고 있는데 질병이나 사고에 의해 발생한 문제를 회복시켜 주도록 재활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넷째, 청소로봇(Professional Cleaning)은 사람이 가장 꺼리는 일을 대신 해준다. 청소로봇은 주거, 상업, 산업 분야 청소를 목적으로 설계된 로봇이다. 물론 집마다 로봇청소기가 침대 밑이나 소파 밑까지 돌아다니며 깨끗하게 청소해 주며 사람의 일을 대신해 주고 있기도 하지만 가정용 외에도 청소산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영역에서 전문 청소로봇에 집중해 볼 필요가 있다. 호텔, 사무용 빌딩, 도로 등에 걸쳐 청소로봇이 본격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바닥뿐만 아니라 건물 창이나 외벽, 저수조·탱크 청소에 이르기까지 청소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최근에는 태양광이 많이 보급됨에 따라 태양광 패널 경사면이나 수직면 전방위로 움직이며 조류 배설물 등을 청소하는 클라이밍 로봇(climbing)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다섯째, 농업로봇(Agriculture)은 농업을 진화시킨다. 파밍(farming)과 로봇(robot)의 합성어로 팜봇(farmbot)이라고도 한다. 부족한 농촌 일손을 대신하고 생산성을 높인다. 밭 갈고, 씨 뿌리고, 모를 심는 작업을 수행한다. 밭을 가는 자율주행 트랙터, 과수원의 잡초를 제거해 주는 제초로봇, 병충해 방제 로봇 등에 걸쳐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존 디어(John Deere)는 CES 2023에서 자율주행 트랙터로 최우수혁신상을 받았다. 현대로템과 현대자동차도 농업용 웨어러블 로봇 등 농업 분야에 적용하는 로봇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농업로봇은 식량 부족이나 인구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등 농업 관련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이 될 것이다. 여섯째, 점검로봇(Maintenance and inspection)은 사람의 안전을 책임진다. 영하 40도의 극한 지역에 있는 전력시설이나 산간에 있는 고압전선을 점검하는 로봇이 도입되고 있다. 케이블 로봇이 케이블의 코팅 두께를 측정하거나 내부 부식을 진단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터널 등과 같은 지하 공간의 균열을 점검하거나 시설물을 유지·관리하는 데도 로봇이 활용되고 있다. 3차원 센서와 GPS를 기반으로 균열이나 콘크리트의 열화, 녹 등을 검사한다. 그 밖에도 댐 수중검사, 배관검사, 도로 유지·관리, 건물 외벽 진단 등 다양한 영역에 걸쳐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서 점검로봇이 사람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 로봇산업,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첫째, 로봇에 대한 국민의 올바른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로봇은 인간을 짓밟기보다는 돕는 존재임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6대 서비스 로봇의 활용·보급 동향을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사람이 하기 싫어하거나 어려운 일을 대신하거나 사람의 능력을 넘어 물류, 의료, 농업, 청소 등 서비스를 제공한다. 각종 매체에서도 ‘사라질 직업’에 대해서만 집중 조명하지만 로봇이 사람의 삶을 어떻게 윤택하게 만드는지, 사람은 어떤 역량을 갖추어 나가야 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소홀하지 않은지 반성이 필요하다. 특히 고령화와 생산연령인구 감소라는 엄청난 숙제가 주어진 한국 사회는 ‘로봇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둘째, 국가 차원에서 로봇산업에 관한 비전을 선포하고 기술 개발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가 진행될 수 있도록 방향성을 선정해 로봇산업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대학의 원천기술 연구와 정부 출연연구소의 차세대 기술 개발 및 기업의 기술 상용화 등이 어우러질 수 있는 로봇산업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로봇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IT 인프라와 반도체 및 소프트웨어 역량을 갖추고 있다. 다만 각각 독립된 조직 차원에서 구축한 역량을 로봇 생태계 전반에 공용화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한다면 다양한 서비스 영역에서 로봇산업의 성장을 이끄는 데 디딤돌이 될 것이다. 셋째, 로봇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청사진도 마련해 기술 주도권을 확보해야 한다. 로봇에 의해 인간의 노동력이 대체되는 영역도 있지만 부상하는 로봇산업에서 함께 성장할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해외 유망 기업들을 M&A하고, 해외 전문인력과 기술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 차세대 로봇 시스템을 개발할 연구인력을 양성하고, 융·복합적 사고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 분야에서 활용될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를 길러내야 한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