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투자 앞둔 삼성전자···배당 줄이며 자금 마련 안간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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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23-03-1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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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글로벌 경기 위축 시기에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면서 재무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1년 이후 20여년 만에 보유 현금이 가장 적은 수준이라 주주들에 대한 배당을 크게 줄이고 계열사로부터 차입금을 빌리는 등 자금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투자 부담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은 지난 15일 발표된 윤석열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향후 10년 동안 충청·경상·호남 등에 위치한 주요 사업장을 중심으로 제조업 핵심 분야에 총 60조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같은 날 정부도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기도 용인 등 수도권에 삼성전자 등의 민간 투자를 300조원 규모로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투자 계획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얼마나 될지 정확히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삼성그룹 내부에서 혹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의 위상을 감안할 때 상당한 비용을 투자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최근까지 경상적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집행해오고 있었다.

실제 지난해 삼성전자의 투자 규모는 연구·개발과 생산설비 투자를 합쳐 50조원이 넘어서는 수준으로 집계된다. 삼성전자는 올해도 글로벌 경기 위축에 불구하고 50조원 이상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밝혀왔다. 이번에 정부 정책에 발맞춘 것까지 감안하면 올해뿐 아니라 향후 10~20년 동안 대규모 투자를 쉬지 않고 지속해야 하는 상태에 놓인 셈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현금성 자산이 매우 없어 대규모 투자 리스크에 취약해져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 규모는 3조9217억원으로 지난 2001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인 2007~2008년에도 7조원 안팎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현금이 동난 것에 가깝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2021년 말 18조9194억원으로 상당한 규모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해 현금성 자산으로 분류되는 만기 1년 이하 단기금융상품을 15조원 이상 매각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하반기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가전·반도체 제품 수요가 줄어든 결과 단기금융상품을 매각해 회사의 운영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금성 자산이 크게 줄어들면서 삼성전자는 최근 자금 마련에 노력을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기준 배당총액을 9조8094억원으로 2021년과 동일한 규모로 책정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당기순이익이 2021년 39조2438억원에서 지난해 54조73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15조원 이상을 사내 유보금 등으로 전환하게 된 셈이다. 삼성전자의 배당성향은 2021년 25%에서 지난해 17.9%로 크게 낮아졌다.

지난달 삼성전자가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20조원에 달하는 장기차입금을 빌린 것도 눈에 띈다. 그동안 차입금을 크게 늘리지 않았던 삼성전자가 자회사로부터 운영자금을 대여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재계에서는 스스로 벌어들인 수익을 재원으로 투자해왔던 삼성전자의 투자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늘려야 하는 형국이라 삼성전자마저도 자금 조달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내년까지 계속 경기가 좋지 않다면 삼성전자라 하더라도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해외법인의 현금을 가져오거나 회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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