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총사가 간다-여의도 증권가] ‘무관심’ 대다수 속 분명한 ‘호불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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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은·오수연·윤지은 기자
입력 2018-06-05 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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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부 경제정책에는 우려감 나타내

[사진=연합뉴스]


“잘 모르겠습니다. 지방선거에 관심 없어요.”

3일 오후 점심시간 한국의 맨해튼이라고 불리는 여의도 동쪽 지역, 증권가에서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더위가 시작된 초여름 ‘동여의도’ 사람들의 정치민심은 쌀쌀맞고 매몰찼다. 여의도공원을 건너 서여의도 국회 주변이 지방선거 열기로 가득한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열에 아홉은 “됐다”, “바쁘다”는 대답을 남기고 돌아섰다. 유동인구가 많은 여의도 증권가는 전 세계 주식시장을 누비는 ‘증권맨’들로 가득하다.

속칭 ‘증권가 지라시'(사설 정보지)가 생겨난 곳이기도 하다. 방대한 정보를 다루는 만큼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모른다’라는 답이 많았다.

대부분 관심은 있어 보이지만 쉽게 속내를 꺼내놓지 않는 모습이었다. 한 남성은 “증권사에서 일을 해서 얘기를 못 한다”고 손사래를 쳤다.

여의도 공원 쪽에서 만난 40대 중반의 박모씨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 보면 선거에 크게 관심이 없다”면서 “여당이나 야당이나 누가 되든 똑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여의도역 앞에 서서 커피를 마시던 남성 둘도 “이 지역은 정치 얘기 안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 중 한 남성은 “이 앞 사거리에서 영등포구청장 선거유세를 하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다”면서 “우리끼리도 얘기를 안 한다”고 전했다.

다른 시민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였다. 금융·증권업계의 특성상 굉장히 경계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금융권에 종사한다는 50대 이모씨는 “정치인들은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의도 증권가는 일반 주택가와 달리 일단 대답에 응하는 시민들은 호불호가 확실하다는 특징을 보였다. 애매한 지지와 대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송모씨(37)는 역시 “지방선거에 관심이 없다”면서도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1번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너무 압도적이라 더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송씨는 “김문수 자유한국당 후보나 안철수 바른미래당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한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박모씨도 “누가 당선될 지 대충 그림이 나온다”면서 “박원순 후보가 너무 압도적”이라고 전망했다.

반대로 금융권에 종사하는 조준호씨(52)는 “바른미래당 후보도 나쁘진 않지만, 지금 한국 현실을 보면 좌측으로 치우친 경향이 있기 때문에 우클릭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면서 견제론을 폈다.

조씨는 “우리 사회의 이념적 균형을 맞추기 위해 김문수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서비스유통업계 종사자인 한준기씨(58)는 “서울시장 후보 가운데선 안철수 후보가 눈에 띈다”면서 “당보다는 인물을 봤을 때 정치인인데도 진솔한 면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나름대로의 판세를 분석한 시민들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김모씨는 “안철수 후보는 가운데에 끼여서 두 군데(영남과 호남)를 다 먹겠다는 생각인데, 전에도 호남의 표를 얻으면서도 영남권 표를 같이 먹겠다고 했다”면서 “이제 속셈이 드러나 더 이상 안 통할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김문수 후보에 대해서도 “‘119 도지사 사건’ 등 구시대의 인물이라 안 후보와 단일화해도 어려울 것”이라며 “강남, 서초, 송파 등 기득권 세력들이나 뽑아주지 다른 지역은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은행권에 종사한다는 한 여성은 “문재인 정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워낙 망쳐놓은 대북정책을 복원하고 있다는 측면에선 플러스 점수를 주고 싶다”면서 “당장 서민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만 (문 정부의) 분배 정책을 지금 당장 평가하기에는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다른 한 남성도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도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많이 펴고 있다는 점은 높게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 등 일부 경제정책에 대해선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50대 남성은 “노무현 정부가 경제적으로는 실패하지 않았느냐”면서 “나라가 실질적으로 좋아져야 하는데, 형식적으로만 좋아지게 보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한 남성도 “최저임금 인상 정책은 좀 급진적이 면이 있다”면서 “시도 자체를 좋게 볼 수도 있으나, 간단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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