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스페셜 칼럼] 진짜 현금없는 사회 온다 ...2022년 디지털 화폐 전환 분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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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입력 2021-10-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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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화폐 개념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아날로그 경제에서 지폐나 동전이 가장 유용했던 결제수단이었다면, 디지털 경제에서 가장 유용한 화폐가 등장할 시점이다. 2022년은 전통적인 화폐가 교환의 수단으로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로의 전환이 성큼성큼 이루어지는 임계점이 될 전망이다. 2021년에 이미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디지털 화폐(CBDC : 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화폐 전쟁은 내년 2월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베이징 동계 올림픽, 디지털 위안화(DCEP) 본격화의 기점

중국은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공식 도입할 계획이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이 5G를 선보였고, 이후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던 것처럼, 올림픽을 통해 디지털 위안화를 대외에 알리고 통용화폐로서의 기반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외국인 선수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확대할 계획이고, 올림픽 경기장과 선수촌의 식당, 슈퍼마켓, 무인판매점 등에서 디지털 위안화 결제를 지원할 것이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의 공식 명칭으로 DCEP(Digital Currency Electronic Payment)라는 용어를 채택했다. DCEP는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와 전자 지급(Electronic Payment)의 합성어다. 즉,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화폐(CBDC)이면서 전자결제 기능을 결합한 모델이다. 중국인민은행은 2014년 세계 최초로 중앙은행 디지털 통화 연구팀을 구성해 연구에 착수했고, 2017년에는 디지털 화폐 연구소를 설립했다.

2020년 중국인민은행은 광둥성 선전, 장쑤성 쑤저우, 허베이성 슝안 신구, 쓰촨성 청두 등의 도시에 걸쳐 디지털 위안화 시범 사업에 착수했고, 2021년 6월까지 총 11개 도시와 성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2020년 5월부터 공무원 급여 지급이나, 교통 보조금, 식음료·유통업 등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 활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공공요금 지불, 상점에서의 구매, 현금자동인출기(ATM) 입출금이 가능하다. 2021년 8월부터 베이징에서는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고, 포스기에 QR코드를 스캔하면 결제가 이루어진다.

 

 



디지털 위안화 거래액이 2021년 6월 말 기준 345억 위안(약 6조800억 원)을 초과했다. 중국 전역에서 7075만건 이상의 거래가 이루어졌고, 2080만명 이상이 디지털 위안화용 가상지갑을 개설했다. DCEP는 위안화 국제화의 도구이기도 하다. 중국은 디지털 위안화 취급 은행을 민간은행으로 넓히고 사용 범위도 전국으로 확대했다. 선전시에서 홍콩과 '역외거래 테스트'를 마쳤다. 역외결제 기능을 추가해 국제 무역결제나 해외 송금 등 사용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이 중국 정부의 시나리오다. 디지털 화폐로 국경을 넘나드는 유통 구조를 만들고, 기축 통화국으로서의 지위를 확보하며, 세계 경제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취지다. 특히,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 블록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디지털 위안화로 대출을 해주면서 사용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디지털 화폐 전쟁의 서막

중국뿐만 아니다. 선진국이냐 신흥국이냐 할 것 없이 디지털 화폐 전쟁에 많은 국가가 참전하는 모습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은 2020년 조사결과 전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디지털 화폐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으며, 60%는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2021년 7월에는 세계 3대 금융기관인 국제통화기금(IMF), 국제결제은행(BIS), 세계은행(WB)이 G20에 역외거래(cross-boarder payments)를 위한 CBDC를 제안했다. 국제 송금, 수출입 대금 결제 등을 효율화하고, 자금세탁방지(AML)나 테러자금조달(CFT) 방지 등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세계 최초로 CBDC를 상용화한 나라는 바하마다. 바하마 중앙은행은 2020년 10월 공식 디지털 화폐인 ‘샌드달러(Sand Dollar)를 출시했다. 싱가포르는 2016년부터 ’프로젝트 우빈(Project Ubin)‘을 진행했고,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과 미국 JP모건이 개발에 참여했다. 스웨덴도 2016년부터 법정화폐인 크로나화(SEK)를 디지털화한 e-크로나(Krona) 시범 사업을 진행해왔다. 홍콩도 디지털 홍콩달러(e-HKD) 도입을 위한 기술과 규제 이슈들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유럽연합(EU)은 2022년까지 디지털 유로화 출시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러시아는 2023년 디지털 루블화를 발행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그 밖에도 일본, 호주, 스페인, 포르투갈 등의 국가들이 CBDC 연구에 착수했고, 캐나다, 프랑스, UAE,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국가들이 실증(Pilot) 단계에 들어갔다. 터키, 태국, 브라질 등의 국가들은 개발에 착수했고 시행을 앞두고 있다.

미국이 지켜만 볼 수 없다. 2020년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CBDC 도입에 소극적이고, 다소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중국이 DCEP 개발을 가속하는 과정에서 태세가 반전되기 시작했다. 보스턴 연방준비은행과 MIT는 2020년 8월 CBDC 공동연구 계획(Project Hamilton)을 착수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22년 CBDC 시대가 도래할 것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21년 6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CBDC 도입 필요성이 더욱 커질 수 있는 만큼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한국은행은 국내 증권결제 환경에 부합하는 분산원장 기반의 증권대금동시결제 테스트 모형을 설계하고 실제 결제내역을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수행(2019.12월~2020.4월)했다. CBDC 도입의 모의실험에도 들어갔다. 2021년 7월 한국은행이 발주한「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모의실험 연구」의 용역 사업자로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선정되었다. 그라운드X는 CBDC 모의실험을 2021년 8월 착수해 2022년 6월까지 진행할 계획이다.

디지털 화폐 도입 시 전개될 시나리오 전망과 대응

첫째, 암호화폐(가상화폐)의 지위가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 금융당국은 암호화폐를 CBDC와 공존할 수 없는 대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미국의 디지털 화폐가 생긴다면 스테이블 코인도, 가상화폐도 필요 없어질 것”이라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2021년 5월 1만 달러 이상의 암호화폐 거래 시 국세청 신고를 의무화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암호화폐는 탈세나 자금세탁 등 불법 행위를 조장하고, 투자자에게도 위협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국 정부도 2021년 5월 비슷한 시기에 비트코인 채굴 및 거래를 일절 금지한다는 방침을 내렸다. 중국인민은행은 공상은행, 농업은행, 건설은행 등 최대 상업은행들과 알리바바그룹의 Alipay 등 빅테크 기업들까지 소집해 고객들의 암호화폐 거래를 전면 금지할 것을 지시했다.

둘째, ’디지털 지갑‘이 부상할 전망이다. 현금이 CBDC로 대체되듯, 현금을 보관하던 아날로그 지갑이 디지털 지갑인 지급결제 플랫폼으로 대체될 것이다. 지급결제 플랫폼이 유망 산업으로 성장할 것이다. 디지털 위안화가 법정통화인 현금을 대체하고, 위챗페이와 알리페이와 같은 지급결제 플랫폼은 지갑을 대체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들은 네트워크를 표준화하고, 다양한 유형의 오프라인 사업장에 활용할 수 있도록 상호호환성을 높이는 등 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와 대응이 경쟁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통상환경에 중요한 구조적 변화로 주목될 만하다. 기축통화를 보유한 국가가 누릴 수 있는 시뇨리지 효과(Seigniorage Effect) 때문이다. 즉, 미국은 1달러도 안되는 제조원가를 투입해, 100달러가 넘는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무역 적자국이자 재정 적자국이면서, 세계 최대의 소비국이 될 수 있는 배경이 된다. 세계적으로 CBDC 도입의 방향성이 1단계 지역 내 사용에서 2단계 지역 간 사용으로, 3단계 국경 간 사용으로 전개되고 있다. 통상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이 적극적으로 검토되어야 할 시점이다.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센터 본부장△한양대학교 겸임교수△(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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