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 매물에 M&A 큰 장 서나...사모펀드들 매물 탐색 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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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준호 기자
입력 2021-10-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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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강화된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시행을 앞두고 사모펀드(PEF) 업계에서도 매물 탐색이 한창이다. 시장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가운데 규제 강화로 인한 매물이 나올 경우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규제 강화를 의식한 대기업의 계열사 정리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입법 초기부터 있었다. 특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2018년 이후 다수 대기업이 계열사를 국내외 경쟁사나 PEF에 매각했다. 구광모 회장 취임과 함께 사업구조를 대거 재편했던 LG그룹은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LG그룹은 2018년 그룹 내 소모성자재(MRO)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설립한 서브원을 글로벌 사모펀드인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에 6042억원에 매각했다. 이전 서브원은 그룹 지주사인 ㈜LG가 100% 지분을 보유했으며 계열사를 통한 내부거래 비중은 약 74%에 달했다. 같은 해 구 회장은 물류계열사 판토스 보유 지분 19.9% 역시 미래에셋대우에 전량 매각했다.

LG그룹은 2019년에도 수처리 관리회사인 하이엔텍과 환경시설 시공회사인 LG히타치워터솔루션을 부방그룹 관계사인 테크로스에 약 2279억원에 매각했다. 두 회사는 규제의 직접 대상은 아니었지만 내부거래 비중이 각각 50%, 80%에 달했다. 매각 당시부터 계열사 '옥석 가리기'라는 의견과 함께 규제 시행 이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작업이라는 평가가 동시에 나왔다.

GS그룹 역시 2018년 시스템 통합(SI) 업체인 GS ITM을 매각했다. 당시 GS ITM은 오너 일가 4세들이 지분 80%가량을 보유하고 있었다. 사모펀드인 IMM인베스트먼트-JKL파트너스 컨소시엄이 이들 지분을 약 1000억원에 인수했다. GS ITM의 매각 당시 내부거래 비중은 70%가량에 달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인해 대기업 계열사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경우 투자 매력이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대폭 증가한 유동성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지며 PE(프라이빗 에쿼티)들도 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 멀티플이 10배 미만인 딜을 찾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멀티플 20배가 넘는 매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PE 입장에서는 오히려 투자 매력이 높지 않은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 회피를 위한 매각의 경우 가격적 측면에서 장점이 있을 수 있다. 매각 시점이 정해져 있어 인수자 입장에서 협상 여지가 더 크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GS리테일과 어피너티, 퍼미라 컨소시엄에 매각된 배달업체 요기요의 경우 매각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 때문에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딜이 성사됐다. 매각 작업 초기에는 2조원 전후의 가격이 거론됐지만 실제로는 8000억원에 인수가 결정됐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대형 PE들은 대기업의 특정 사업부를 분할해 인수하는 카브아웃(Carve-Out) 딜에 관심이 많다"며 "그런 점에서 보면 사업 일부를 떼어내 PE들이 인수하고 이후 대기업들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회피하는 일종의 수요와 공급이 생겨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기업인수합병(M&A) 시장 매물들의 밸류에이션이 굉장히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로 공급이 생겨난다면 거래가 활성화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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