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동기부여의 마법사"…잡스 10주기 기업가 발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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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민철 기자
입력 2021-10-10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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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론 머스크 "잡스와 얘기 나눠 보는 것이 내 소원"

  • 디즈니 CEO "소중한 친구, 발명의 원천…슬픔 여전"

고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지난 5일 팀 쿡 애플 CEO가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10주기를 맞아 트위터에 게재한 영상 속 한 장면. [사진=팀 쿡 애플 CEO 트위터 갈무리]


지난주 미국 IT기업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10주기를 맞아 미국에서 그의 생전 동료·경쟁자·후배 기업가들이 잡스를 추모·회고한 발언과, 과거 그의 생전 사업적 성취와 창의성에 영감을 받았다고 고백한 장면들이 재조명되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9일(현지시간) "10년 전 스티브 잡스는 56세의 나이로 암투병 끝에 사망했는데 이는 기술업계에서 영향력이 큰 인물 중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라며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부터 빌 게이츠와 일론 머스크에 이르기까지, 협력자와 경쟁자 모두 자신의 성취에 애플 공동창업자의 공이 있었다고 말한다"라고 보도했다.

기술업계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스티브 잡스와 가장 잘 알려진 '프레너미(frenemies, 시장에서 경쟁하면서도 사업적 필요에 따라 협력하는 관계)'다. MS와 애플이 30년에 걸쳐 싸우는 동안 두 기업의 창업자는 친구가 됐다. 잡스의 사망 후 게이츠는 트위터에 "스티브와 함께 일할 만큼 운이 좋았던 우리에게 그건 믿을 수 없이 큰 영광이었다"라며 "스티브가 무척 그리울 것"이라고 썼다.

이후 게이츠는 동기부여 대중강연 자리에서 라이벌이었던 잡스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는 '암체어 익스퍼트'라는 팟캐스트에서 "그(잡스)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동기를 불어넣는 데 뛰어난 마법사였다"라며 "나는 이류마법사(a minor wizard)라 그의 주문에 넘어가진 않았지만 그가 주문을 외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이어서 사람들이 그에게 매료되는 것을 보곤 했다"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지난 2019년 9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잡스가 설득력이 떨어지는 제품을 선보일 때조차 그가 항상 청중을 사로잡는 타고난 재능을 갖고 있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게이츠는 "스티브 잡스는 언제나 (대중연설에) 더 자연스러웠다"라며 "그는 '넥스트컴퓨터(NeXT Computer)에 있을 때 어떤 기계가 그다지 좋은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었지만, (제품을 시연하기 위해) 강당에 있는 사람들의 넋을 잃게 하곤 했다"라고 회고했다. 넥스트컴퓨터는 잡스가 애플에서 해고당한 뒤 1985년 설립한 개인용 워크스테이션 제조 회사다. 애플에 있을 때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함께 개발한 제품을 출시했으나, 초기 모델은 비싼 가격 때문에 사업적으로는 실패했다.

테슬라의 공동창업자 겸 CEO인 일론 머스크는 지난주 트위터를 통해 "그(잡스)와 얘기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이 소원"이라고 밝혔다.

머스크는 2013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컴퓨터역사박물관(CHM)에서 열린 한 행사 연회에서, 구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가 자신을 잡스에게 소개해 주려고 했지만 냉대를 받았던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티에서 그에게 말을 걸려고 했는데, 엄청 무례했다"라며 농담한 뒤 "(나를 무시해서) 내게 그랬다기보다는 그 상황에 합당한 대처였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오토빌드(Autobild.tv)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오랫동안 잡스를 존경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고의 인재를 끌어모아 애플을 성장시키고 직원들의 충성도를 높이는 잡스의 능력을 자신이 이끄는 테슬라에서 CEO로서 본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들이 때때로 사업의 기본적인 진실을 잊곤 한다면서 "회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집단이기 때문에, 위대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동기를 부여하는 능력은 회사의 성공에 결정적으로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디즈니 CEO인 밥 아이거는 지난 2005년 자신이 디즈니 수장이 됐을 때 자신의 가족, 전 상사, 스티브 잡스에게 이 소식을 알렸다고 했다. 그는 2011년 잡스의 사망 후 "그는 우리보다 앞서서 픽사가 될 수 있는 것의 잠재력을 봤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것을 봤다"라고 회고했다. 그는 잡스가 설립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픽사'를 디즈니가 2006년 74억 달러에 인수한 일이 디즈니를 "구했다"고 말했던 인물이다.

아이거는 또 2019년 배니티페어 기사에서 잡스가 디즈니 이사진에게 픽사 인수를 제안하는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는 디즈니가 해온 일과 처한 위치와 해야 할 일에 대해, 그리고 경로를 급진적으로 바꾸기 위해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얘기했다"라며 "이런 야심찬 일을 더 잘해낼 수 있는 세일즈맨을 상상하기는 어렵다"라고 평했다.

그는 지난주 잡스의 10주기를 맞아 "시간의 흐름이 아무리 길고 짧든, 그건 우리가 소중한 친구와 동료, 그런 상상력, 발명, 호기심, 비전의 강력한 원천을 잃었을 때 생기는 상실감과 슬픔과 공허감을 지워 주지 않는다"고 말했다.

잡스가 사망 직전에 자신의 후계자로 세운 팀 쿡 애플 CEO는 자신이 잡스의 뒤를 이을 CEO로서 대비(prepare)해왔지만, 경험적으로 잡스를 대신할 준비(ready)는 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쿡은 2019년 스탠퍼드대학 졸업 연설에서 "14년 전 스티브는 이 연단에서 여러분 선배들에게 '여러분의 시간은 제한돼 있으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사는 데 낭비하지 말라'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분의 멘토는 여러분이 대비할 수 있게 하고 떠나더라도, 준비하게 하고 떠날 수는 없다"라며 "뜻밖의 일에서 희망을, 도전에서 용기를 외딴 길에서 비전을 찾으라"고 말했다. 졸업생들에게 그간의 대학생활은 사회생활을 위한 대비일 뿐이고 앞으로 실제 경험을 통해 더 성숙돼야 하는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 것이다.

미국 IT전문매체 씨넷 보도에 따르면 델테크놀러지 창업자이자 CEO인 마이클 델은 "규칙을 따르면서도 놀라운 일을 일어나게 할 수는 없다"며 "그런 면에서 보면 스티브는 정말로 예외적인 존재였다"고 평했다.

잡스는 지난 2011년 8월 애플 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팀 쿡 CEO를 후임자로 지명했다. 이후 두 달 만인 그해 10월 5일 췌장암으로 별세했다. 아이폰1을 선보인 지 4년 만이다. 애플은 지난 5일 홈페이지에 잡스의 생애를 담은 추모 영상과 잡스 가족들의 10주기 성명을 함께 게재했다. 가족들은 성명을 통해 "그는 우리에게 언제나 세상의 아름다움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에 호기심을 갖고 눈앞에 보이는 것 저 너머에 주목하며, 초심을 유지하고 겸손하라고 가르쳤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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