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할까] ‘인류 일시정지’...코로나 고찰하는 강이연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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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7-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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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성연 개인전,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

강이연 작가의 ‘유한’ [사진=PKM 갤러리 제공]

 
코로나19는 일상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사람들은 왜 이런 변화가 생겼는지 또 앞으로는 어떤 비슷한 일들이 생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일상의 소중함과 재발견이 중요해졌다. 

다양한 작품을 통해 이런 생각들을 함께 나누는 전시가 열린다. 

◆ ‘인류 일시정지’에 대한 생각...강이연 개인전 ‘앤트로포즈’

PKM 갤러리는 오는 8월 21일까지 한국의 미디어 예술가로서 최근 국내외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는 강이연 작가의 작품전을 개최한다.

‘앤트로포즈(Anthropause)’라는 제목의 이번 개인전에서는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현시점을 고찰하는 최신작 2점 ‘무한(Infinite)’과 ‘유한(Finite)’ 및 해당 작품들의 설계 과정을 담은 드로잉들이 전시된다.

강이연은 영상과 사운드로 공간을 빚어내는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방식의 작업을 발표해 왔다. 이번 개인전에서 작가는 끝없이 팽창하는 디지털 자료(데이터)처럼 삶도 양과 질의 측면에서 무한대로 증가할 수 있다는 환상에 사로잡힌 채 모든 존재가 유한하다는 진실을 망각해온 인류에 대해 말한다.

이러한 망각에 따르는 무분별한 행위의 결과로 세계적 유행 현상을 맞이하고 있다. 작가는 ‘인류 일시정지(anthropause)’, 즉 인간의 활동이 일시적으로 둔화 되는 현상이 발생한 것에 주목하고 있다.

동시에 그와 같은 정지가 소모적이거나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멈춤(productive pause)’으로 치환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출품작들을 통해 담아내고 있다.

‘무한’은 정밀하게 설계된 스크린에 영상이 투사되는 작업으로, 빛은 원형 스크린에 부분적으로 투과, 흡수, 반사되어 공간 전체로 확장된다.

무한히 회전하는 스크린에 투사되는 영상은 1880년부터 현재까지, 총 150년 간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량을 반영하여 변화한다.

1분, 30초, 15초로 점점 가속화 되는 영상은 인류 역사에 따라 급증해 온 탄소 배출량을 표현하고, 이에 따라 시시각각 달라지는 전시장 내부는 변화하는 환경의 모습을 암시한다.

작가는 이처럼 인류의 행위와 기후 변동의 인과 관계를 작업을 통해 드러내며, 그 영원한 상호 작용 속에 유한한 인간이 위치한다는 사실을 환기한다.

한편, ‘유한’은 전시장을 가득 채우는 압도적인 규모의 영상과 소리(사운드) 작업이다. 타오르는 숲을 덮는 고층 빌딩,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산맥 등 디지털 공정으로 제작된 장면들에 숲의 파동, 도시 소음, 제 1·2차 세계대전 당시 녹음된 소리, 그리고 현악 이중주의 소리가 더해져 현장감을 더한다.

작업은 지구의 제한적인 자원이 인류의 영속을 목적으로 빠르게 고갈되는 현상을 공감각적으로 풀어내며, 그 불편한 진실을 직시하고 느끼게 한다.

이와 같이 강이연이 창조한 두 인공 환경, ‘무한’과 ‘유한’은 전시라는 큰 맥락 안에서 공명하면서 우리로 하여금 현재의 인류 ‘일시정지’가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또 다른 시작점이 될 수 있음을 사유하게 한다.

강이연은 서울대에서 서양화 학사를, 캘리포니아대학교 UCLA 에서 디자인·미디어 아트 석사를, 영국 왕립예술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마쳤다. 서울시립미술관, 영국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을 포함한 국내외 유명 미술기관의 전시와 베니스 건축 비엔날레,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등 주요 국제 행사에 작품을 선보였다.

2020년에는 ‘커넥트 비티에스’(CONNECT, BTS) 글로벌 현대미술 프로젝트에 유일한 한국 작가로 참여했으며, 2017년에는 막스마라(Max Mara) 커미션 전시 ‘Deep Surface’로 ‘레드 닷 어워드’(Red Dot Award)를 수상했다.

최근에는 서울 롯데 타워의 유니버스 환기 미디어 프로젝트, 파라다이스시티의 ‘드로잉 소셜 버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조성연 개인전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 전경 [사진=스페이스 소 제공]


◆ 일상의 재발견...조성연 개인전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

‘스페이스 소’는 오는 8월 22일까지 조성연 개인전 ‘우연한 때에 예기치 않았던(A Complete Coincidence)’을 개최한다. 2014년부터 진행해온 ‘스틸 얼라이브 프로젝트(still alive project)’의 결과물이었던 ‘지고맺다’와 ‘still alive’ 연작과 맥을 같이하는 신작 총 22점을 소개한다.

이번 신작은 그가 산책을 하거나 길을 걷다 예기치 않게 포착한 풍경과 정물,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수집하고 채집한 대상을 다시 해석하여 연출한 사진으로 작업의 과정과 결과가 서로 호응하며 이루어진다.

산책을 하다 포착한 ‘골목 안 회색 대문과 벽돌’이 그가 직접 쌓아 올린 ‘불안정한 균형’으로 이어지며, ‘날카로운 붉은 철문’은 ‘무대 위 레코드 판, 극락조, 공’의 참고자료가 되기도 한다.

그는 자신의 일상 속 환경과 풍경에서 대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일상과 작업 안으로 ‘끌어들이고’, 화면 안에 ‘매만져’ 자신과 대상 사이에 잠재되어 있던 ‘교감’으로 형상을 출현시킨다. 이러한 작업 과정을 통해 알 수 있듯 삶과 분리되지 않은 그의 작품은 바라보는 행위, 찍는 행위, 만드는 행위가 중첩되고 긴밀하게 얽혀 완성된다.

관객은 사진 속에 등장하는 대상인 돌, 시든 꽃과 마른 가지, 페트병, 비닐봉투, 모호한 질감 그리고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사진 속 대상과 장면은 그에 의해 기록되고 관객은 다른 맥락에서 그 대상과 장면을 고민해볼 수 있다.

또한 그는 ‘불안정한 균형’, ‘마른가지, 실, 마치 거미줄처럼’, ‘붉은 공 나무토막, 삼각형, 식물의 기묘한 만남’과 같이 레코드판, 공, 돌에서 일반적으로 연상되는 역할이나 기능에 주목하지 않은 채 새로운 그만의 형식을 만들어 낸다. 관객은 그가 해석한 형식 그리고 그가 사진에 접근하는 방식을 살펴보며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새로운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조성연은 상명대 사진학과 학사와 동대학원 석사를 졸업했다. 1999년 첫 개인전 ‘기시감’(담 갤러리)를 시작으로 총 12회의 개인전과 ‘감각의 숲’(2021·우양미술관), ‘일상의 향유’(2020·온양미술관), ‘6인의 시선, 국립광주박물관 소장 명품 사진’(2020·국립광주박물관) ‘예술가의 정원’(2018·닻미술관) 등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정부 미술은행, 닻 미술관, (주)센다이 한국 총영사관, 삼성카드, 파라다이스 호텔 등에서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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