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은 하세월"…거세게 부는 리모델링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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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람 기자
입력 2021-07-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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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경기 90곳서 추진 중…"강남 등 고급 주거권역 관심 높아질듯"

16일 오후 북서울꿈의숲에서 바라본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 모습.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서울과 수도권 주택 시장에 '리모델링' 바람이 불고 있다. 각종 규제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을 택한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고, 건설사들도 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경기 90곳서 추진 중…"강남 등 고급 주거권역 관심 높아질듯"
25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올해 1분기 기준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공동주택 단지는 총 90곳으로, 서울과 경기가 각각 51곳, 39곳이다.

서울의 경우 강남구 청담동 '건영'(240가구), 개포동 '대치2단지'(1753가구), 대치동 '현대1차'(120가구), 서초구 잠원동 '잠원동아'(991가구), 반포동 '반포푸르지오'(237가구), 송파구 문정동 '문정시영'(1316가구), 가락동 '쌍용2차'(492가구) 등 강남3구에서 리모델링을 택한 단지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비강남권에선 주로 대규모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강서구 가양동 '강변3단지'(1556가구), 성동구 금호동1가 '벽산'(2921가구), 양천구 신정동 '목동우성2차'(1140가구),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건영2차'(2036가구), 이촌동 '강촌'(1001가구),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5150가구) 등이다.

경기도에서는 안양시 관양동 '한가람신라'(1068가구), 광명시 철산동 '철산한신'(1568가구), 성남시 정자동 '느티공무원4단지'(1006가구), 야탑동 '매화공무원2단지'(1185가구), 수원시 정자동 '동신1차'(1548가구), 안양시 평촌동 '초원부영'(1743가구), 용인시 풍덕천동 '신정8단지현대성우'(1239가구) 등이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재건축 연한을 훌쩍 넘은 재건축 단지조차도 각종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으면서 일찌감치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리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라는 강력한 허들을 피하려고 들면서 리모델링이 틈새시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일종의 재건축 규제 회피를 위한 대안"이라면서 "과거보다는 리모델링으로 돌아서는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재건축과 비교하면 리모델링은 완벽한 신축이라고 보긴 어렵다. 때문에 지역 별로 선호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축 자체가 주는 가격상승 효과를 크게 받는 서울 강남·용산·여의도·목동 등 고급 주거시장은 리모델링에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반면, 서울 강북권역이나 지방 등 지역에서는 고급주거 개념이 아니면 리모델링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성남 분당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

대형건설사, '블루오션' 리모델링 시장에 속속 참전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하면서 관련 시장도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 리모델링 시장 규모가 지난해 17조3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37조원, 2030년에는 44조원 등 폭발적으로 성장한다고 예상했다.

이에 건설사들도 속속 리모델링 시장으로 뛰어들고 있다.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인해 사업 자체가 없는 데다 노후화 아파트가 늘면서 리모델링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리모델링 사업의 강자는 쌍용건설과 포스코건설로 불렸다. 다른 대형건설사들은 리모델링은 사업성이 떨어진다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최근 시장이 점점 커지자 전담팀을 만들고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13일 건축·주택 부문 도시정비사업 그룹의 조직개편을 통해 도시정비2담당 산하에 리모델링팀을 신설했다. 삼성물산은 지난 3월 서울 성동구 금호벽산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며 복귀를 알린 후 소규모 조직개편을 단행해 리모델링팀을 신설했다. 

대우건설도 지난 3월 리모델링 사업팀을 신설했고, 현대건설도 지난해 말 리모델링 태스크포스(TF)를 정식 부서로 개편했다. DL이앤씨는 지난 5월 초 산본 우륵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하며 리모델링 시장으로 복귀했다. 

이에 건설사 내부에서는 시장 트렌드에 맞춘 선택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A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각종 규제로 재건축이 늘어지다 보니 리모델링을 추진하려는 단지가 많아지는 추세"라면서 "수도권뿐만 아니라 지방 여러 단지에서도 리모델링을 추진한다고 예상해 회사 차원에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B건설사 관계자는 "기존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타깃으로 삼던 시공사들도 부동산 시장의 변화에 따라 대응 전략을 짤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발주가 늘어나는 리모델링 사업에도 담당 부서나 인력을 편성하는 식으로 전담팀을 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아주경제 DB]

'재건축 대안' 리모델링, 내력벽·수직증축 과제 여전
재건축은 준공 30년 이상, 안전진단 D등급 이하여야 추진할 수 있지만,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 안전진단 B(수직 증축)·C(수평 증축)등급 이하면 되기 때문에 재건축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리모델링에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재건축보다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은 있지만, 기본 골격을 남기고 면적을 넓히거나 층수를 올려 사업 난이도가 높은 데도 재건축만큼 일반 분양분이 나오지 않아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통상 리모델링은 동을 더 짓는 별동 증축, 면적을 늘리는 수평증축, 층수를 높이는 수직 증축으로 구분된다. 수직증축을 하면 최대 3층까지 늘릴 수 있어 분양 수익을 낼 수 있고 수익성도 개선되지만, 추가로 받아야 하는 안전성 검토가 까다로워 지금껏 수직증축이 적용된 사례는 단 한 건에 불과하다.

그나마 국토교통부에서 신기술·신공법 검증이 용이하도록 부분 규제 완화에 나서면서 반영이 가능해진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다른 과제로 꼽히는 세대 간 내력벽 철거 완화는 기약이 없다. 내력벽을 철거하면 좌우 확장을 통해 2~3베이 아파트를 신축 아파트처럼 3~4베이로 바꿀 수 있어 상품성을 높일 수 있지만, 아직 규제가 완화되지 않아 조합원간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허들이 낮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조합원들 간의 부침이 더욱 큰 사업이라 추진이 어렵다"면서 "2013년쯤에도 1기 신도시인 분당에서 리모델링 시범사업을 시도했지만, 결국은 다 무산됐다. 리모델링 사업의 어려움에 대한 반증"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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