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섭 칼럼] 超변화 시대, 사람 변화가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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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입력 2021-06-1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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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前 중소기업청장]


작년 초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는 여전히 전대미문의 엄청난 충격과 혼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백신의 보급이 늘어나며 정상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커지고 있으나 그 시기는 아직 안갯속이다. 돌이켜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도 세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크고 빠른 변화 속에 휘말려 들어가고 있었다.

세계금융위기가 일단락된 2010년경부터 세계 경제는 대변혁을 시작하게 되는데, 그 변화의 크기·범위·속도가 과거에 경험해 보지 않은, 문자 그대로 초변화 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세계경제 환경의 변화로, 4차 산업혁명과 저성장 뉴노멀이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데이터, 로봇 등 기술혁신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은 비즈니스 모델을 대량 생산·소비에서 개인화 및 맞춤화 생산·소비로 전환하는 등 산업·기업은 물론 우리 생활에 일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바뀌는 저성장 뉴노멀로 세계는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일자리 제로섬 상황에 빠지게 되며, 자국우선주의·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게 되고 급기야 미·중 패권경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기술의 변화도 광속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최대의 기술전시회인 CES에서는 향후 10년을 ‘데이터의 시대’라 칭하며, IoT 및 5G 통신 기반의 초연결로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AI의 초지능이 분석하여 새로운 가치와 성장동력을 만드는 사물지능이 데이터 시대의 핵심역량이 될 것으로 전망하였다. 여기에 MZ 세대의 부상 등 세대의 변화로 소비자, 직원 및 이해관계자에게 대변화가 생기고 있다. 아울러 포용적 자본주의라 불리는 자본주의 4.0의 부상 등 경제의 근간인 자본주의의 변화에 따라 정부 정책기조가 바뀌고 있고, ESG와 사회적 가치 등 기업의 경영철학에도 대변화가 생기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변화에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초변화가 가속되고, 여기에 세계적 관심이 커지고 있는 기후위기 등 새로운 변화가 예견되며 작금의 초변화 시대에 대한 국가적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초변화 시대에 대응하는 기업혁신 전략으로 비즈니스 모델 혁신, 시스템 혁신, 기술 혁신, 인재 혁신, 시장 혁신 등 5대 혁신이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인재 혁신, 즉 사람 혁신이 최우선 과제이다. 모든 일은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특히, 초변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과 함께 기업가정신에 투철한 인재의 육성이 시급하다.

사람 혁신에 있어 무엇보다 먼저 기업가정신의 회복이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을 꼽으라면 내부적으로 기업가정신의 퇴보라 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이란 ‘새로운 가치 창출로 업을 일으키는 정신’으로,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려는 도전과 혁신의 정신이다. 여기서 기업가란 기업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직업과 무관하게 업을 일으키는 모든 사람을 의미한다. 불과 반세기 만에 국민소득 100달러 미만의 빈국에서 3만 달러를 돌파하며 선진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전 세계 유례없는 ‘한강의 기적’은 ‘우리 자식 세대에 가난을 물려줄 수 없다’,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전 국민의 염원이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으로 표출된 결과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 사회는 성공의 원동력이던 도전과 혁신보다 안정과 안주로 흐르면서 기업가정신이 심각하게 퇴보로 이어지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게다가, 요즘 수십만의 젊은이들이 안정을 좇아 공무원시험 준비에 매달리고, 많은 국민들이 부동산·주식·코인 등에 영끌하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현상은 우리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있다. 이러한 기업가정신의 퇴보가 지속되면 선진국 문턱에서 ‘중진국의 함정’에 빠지는 우를 범하게 됨은 자명하다.

기업가정신을 회복하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시급하다. 특히, 제2의 벤처붐을 일으키고 있는 정부의 스타트업 육성을 중심으로 한 혁신성장 정책의 성공적 추진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비전과 목표를 추구하는 창업벤처기업의 성공 사례를 많이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경제성장에 기여하고, 우리 사회가 다시 도전과 혁신의 새로운 기업가정신이 충만한 나라로 재도약해야 한다. 벤처는 위험한 것이 아니라 모두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도록 대출 중심에서 투자 중심으로 전환하는 등 스타트업 생태계를 혁신해야 한다.

우리 기업 생태계에 성과공유 문화의 확산도 시급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성과공유를 통한 동반 성장도 중요하나, 무엇보다 먼저 회사와 직원 간 성과공유를 통해 직원의 몰입과 헌신을 높이는 것이 기업가정신의 회복, 더 나아가 사람의 혁신에 큰 기여를 할 것이다. 성과공유로 회사의 발전이 곧 직원의 발전이 되게 하면, 직원들의 몰입도나 헌신도가 대폭 상승하는 것은 자명하다. 최근 갤럽 등 국제적 연구에 따르면 직원 중 회사의 발전과 자신의 발전의 동기화로 회사에 몰입하는 직원의 비율이 세계 평균은 13%이고, 미국 32%, 한국 11%, 중국 9%라는 매우 충격적 결과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직원 몰입도가 미국의 3분의1에 불과하고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은 우리 기업인들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점이다. 우리나라 회사에 가보면 직원들이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를 ‘우리 회사’가 아니라 ‘이 회사’라 부르는 걸 흔히 보게 된다. 연봉 등 조건을 좇아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이 회사’가 아니라 회사의 발전이 나의 발전이 되는 ‘우리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이 많아질수록 직원 개개인은 물론, 회사도 나라도 발전할 것이다.

이러한 몰입과 헌신이 도전과 혁신의 기업가정신으로 이어지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회사와 직원 간 성과공유를 위해 기업 오너를 비롯한 경영자의 결단이 급선무이다. 직원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보고, 지시와 복종의 주종 관계가 아니라 공유와 협력의 파트너 관계로 인식 전환을 하는 게 시급하다. 이는 자아실현을 중시하는 MZ 세대의 경우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인식 전환과 함께 이익배분, 우리사주, 스톡옵션, 직무발명 보상 등 다양한 회사-직원 성과공유제의 도입 및 확산이 필요하다. 여기에 과거 필자가 정부정책으로 도입한 미래성과공유제는 특히 중소기업에 효과적이다. 현재의 이익이 아니라 직원들의 헌신으로 창출될 미래이익의 일부를 직원에게 배분하는 것을 제도화하는 미래성과공유제를 도입한 기업에서 많은 성공사례가 나오고 있다. 한 중소기업의 경우 회사가 심각한 적자로 대규모 감원이 불가피해졌는데, 고심 끝에 감원 없이 회사가 이익이 나면 이익의 50%는 미래를 위해 재투자하고, 25%는 주주, 25%는 직원에게 배분하겠다는 미래성과공유제를 공개 서약하였다. 이후 직원의 업무 몰입도나 회사 헌신도가 몰라보게 달라지며 불과 2~3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좋은 사례가 되었다.

작금의 초변화 시대에는 사람이 시작이고 끝이다. 사람 혁신, 인재 혁신으로 초변화 시대에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


주영섭 필자 주요 이력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산업공학박사 △현대오토넷 대표이사 사장 △대통령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중소기업청장 △한국디지털혁신협회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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