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휴가…의료인에게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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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림 기자
입력 2021-03-30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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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화이자 백신 2차 접종 모습. [사진=연합뉴스]

#. 서울 소재 한 중소 병원에서 근무하는 A씨(30대)는 이달 중순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 다음날 새벽 열이 38.5도 이상 올라 잠이 깬 A씨는 고민 끝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올랐다. A씨를 대체할 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 국내 대형 병원에서 근무하는 B씨(20대·여)는 이달 중순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이틀간 고열에 시달렸다. B씨는 10개 이상의 열 패치를 온몸에 붙이고 타이레놀을 복용한 후에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출근날인 월요일 아침 신기하게도 열은 뚝 떨어졌다. B씨는 "운이 좋아 금요일에 백신을 접종했다. 주말이 끼어 있지 않았으면 큰일 날 뻔했다"며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다른 병원 동료가 부러워했다"고 말했다.

내달부터 시행하는 코로나19 백신휴가 방안이 권고 형태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의견이 나온다. 영세 병원과 사업장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사실상 무용론에 그친 방안이라는 지적이다.

3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나타난 접종자는 의사 소견서 없이도 신청만으로 휴가를 받을 수 있다. 이상반응이 지속되면 최대 이틀까지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이는 '권고' 형태에 불과하다. 민간기업이나 의료기관 등에 강제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현재 접종이 시행되고 있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먼저 반발하고 나섰다. 민간병원의 경우 백신휴가 권고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병원 노동자들이 접종 후 근무하기 힘들어 단체협약 병가 기준에 의거해 휴가를 신청해도 정부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당하기 일쑤인 상황이다. 대부분 의료기관은 대체 인력이 없는 만성적인 인력 부족 상황이기 때문이다.

보건의료 단체들도 강한 반발에 나섰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는 지난 29일 성명을 통해 "대부분 영리를 위해 민간이 운영하는 사회복지시설과 민간 기업들이 백신휴가를 줄지 의문"이라며 "정부가 의무로 강제하지 않으면 심한 이상반응이 있어도 기업들은 휴가 요구를 거부할 것"이라고 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도 권고안으로 결정된 백신 휴가 도입에 대해 하나마나한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성명을 통해 "노조가 자체 조사한 결과 백신 접종 후 60~70% 노동자들이 일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으나 교대 근무 스케줄로 쉴 수 없었다"고 지적하며 "의료기관마저도 이윤을 이유로 권고안을 무시하는 마당에 비정규직이나 특수고용 노동자들에게 강제조항이나 법제화 없는 유급 휴가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정부가 백신 접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유급병가 제도를 즉각 도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백신 휴가는 유급병가여야 한다. 무급병가는 택배, 플랫폼 등 노동자들에게 쉬지 말라는 것"이라며 "특히 5인 이하 사업장과 플랫폼 노동자, 자영업자에 대해선 국가가 지원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백신 휴가를 단순히 접종자에게 휴식을 준다는 식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코로나의 터널을 빨리 끝내기 위해선 백신이 답인데, 백신 접종에 대한 유급휴가는 논란 속에서 수용성을 높일 수 있는 장치"라며 "일상을 찾기 위해 지금은 (정부가) 돈을 써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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