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모네’...수조원대 명품 ‘이건희 컬렉션’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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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기자
입력 2021-03-0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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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급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 지론

  • 소장품 1만점 가치는 2조∼3조원대...오는 4월 말 향방 결정

고(故) 이건희 회장 [사진=삼성전자 제공]

 
“이건희 회장은 값을 따지지 않고 별로 묻지도 않았다. 좋다는 전문가의 확인만 있으면 별말 없이 결론을 내고 구입했다. 그래서 ‘리움 컬렉션’에는 명품이 상당히 많다. 어느 개인도 이보다 많지 않다. 그의 명품주의는 ‘특급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덩달아 올라간다’는 지론에 따른 결과였다.”

이종선 전 호암미술관 부관장은 2016년 펴낸 <리 컬렉션>에서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에 대한 철학을 전했다. 그는 1976년 특별 채용돼 20여 년간 고 이병철 회장과 이건희 회장 가까이서 삼성가의 명품 컬렉션을 주도하고 박물관의 건립과 성장 등을 이끌었다.

‘특급 명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뜨겁다. 2020년 10월 타계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남긴 미술품과 문화재에 대한 감정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상속법에 따라 사후 6개월 이내에 전체 자산을 평가해 신고하고 납부해야하기 때문에 4월 말 전에 미술품과 문화재의 향방이 결정된다.

고 이 회장의 소장품은 1만 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가치는 2조∼3조원대에 달한다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모네, 피카소, 샤갈, 마크 로스코 등 서양미술 거장들의 걸작과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 등 국내 대표 작가의 걸작들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제작된 지 50년이 지난 고미술품은 해외로 반출할 수 없다. 고미술품은 호암미술관, 리움 등을 담당하는 삼성문화재단과 국립중앙박물관 등에 기증할 가능성이 있다.

서양 작품의 경우 여러 가능성이 열려 있다. 하나에 1000억원을 웃도는 자코메티의 조각상 등을 해외 컬렉터가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는 이 작품을 살 수 있는 기관이나 컬렉터가 없기 때문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 미술품 구입 예산은 48억원이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미술협회·한국박물관협회 등 문화계 단체와 인사들은 지난 3일 대국민 건의문을 발표하고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호소했다.

물납은 현금이 아닌 다른 자산을 정부에 넘기고 해당 자산의 가치만큼을 세금 납부로 인정받는 제도다. 현재는 물납 대상이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 한정돼 있다.

단체들은 “수집가의 열정과 희생으로 지켜낸 귀중한 문화재나 뛰어난 작품 중 상당수가 재산 상속 과정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급히 처분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현재 주요 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상속세 물납제도’의 도입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역사적·예술적·학술적·지역적 가치가 높은 문화유산이나 미술품을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의 물납 대상에 포함 시키는 것이다”며 “ 물납제를 도입할 경우 개인이 보유한 문화재와 미술품이 국가 소유로 전환되어 국공립 박물관과 미술관의 소장품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고 전성우 전 간송미술관 이사장 별세 이후 유족들이 지난해 고인의 보물급 불상 2점을 경매에 부친 사례도 있다.

일본의 경우 법률상 등록된 특정 등록미술품에 한해 상속세 물납 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영국과 독일, 프랑스에서는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있는 특정 재산의 물납을 허용한다.

최고의 작품들을 놓고 고민 중인 삼성가,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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