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잇자①-한복편] '상의원' '관상' 영화로 보는 전통 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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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20-11-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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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의 매력을 담아낸 사극 영화들[사진=각 영화 포스터]

"오직 한없이 갖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그럴듯한 자원 하나 없이 수많은 약탈과 전쟁을 겪으며 한없이 위축됐던 대한민국이, 백범 김구 선생이 그토록 꿈꿨던 '문화강국'을 실현했다.

올해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아카데미 4관왕 석권과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핫 100 차트 3주 연속 1위 소식은 코로나19로 힘든 나날을 보내는 국민에게 자긍심을 안겼다. 독보적인 진단검사 방법 '드라이브 스루'와 한국형 진단키트 등을 통한 'K방역 문화'는 국격을 드높이는 계기가 됐다.

제대로 갈고 닦아 지구촌에 퍼뜨린 K-문화의 향기는 오래 지속할 것이다. 은은한 한국문화의 내음이 한층 짙어질 미래를 생각하며 시리즈를 이어가기로 한다. <편집자 주>


영화 '왕의 남자'부터 '광해' '명량' '관상' 등 역대 박스오피스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를 살펴보면 사극 장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만큼 한국 관객들이 사랑하는 장르 중 하나라는 이야기다. 사극 장르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역사를 철저하게 고증하거나, 상상력을 발휘해 뒤집는 등 다양한 재미를 안겨주며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특히 사극의 매력 중 하나는 빼어난 영상미와 볼거리. 그중에서도 아름다운 한복들을 십분 즐길 수 있어 관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최근 중국이 한국의 전통 의상인 '한복'을 두고, 중국 명나라 복식을 개량한 것이라며 떼쓰기를 벌이는 가운데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담은 전통 의상인 '한복'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즐길 수 있는 사극 영화들을 톺아보았다.

10억원 이상 의상 제작비에 투자한 '상의원' [사진=영화 '상의원' 스틸컷]


먼저 지난 2014년 개봉한 영화 '상의원'(감독 이원석)은 국내 영화 중 최초로 왕실 의복을 만들던 상의원을 소재로 했다. 순제작비 72억이 투입된 이 작품은 의상 제작비에만 약 10억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왕비로 변신한 박신혜를 위해 제작된 궁중의상들은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화려함을 자랑한다. 보통 사극에서 쓰이는 가체의 무게가 5kg가량인 것에 비해 박신혜가 착용한 가체의 무게는 20kg에 달하는 것이었다.

영화 '상의원'에서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길 연회 장면에서는 대한민국 영화 역사상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왕비의 진연복이 등장한다. 새하얀 원단이 드레스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진연복은 약 15겹의 원단을 겹쳐 만들었으며 그 무게는 40kg이나 된다. 그리고 진연복을 장식한 3000여개의 진주와 비즈가 눈부시게 빛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이처럼 각고의 노력 끝에 가격을 따질 수 없는 명품의복이 탄생했다.

'상의원'에서는 궁극의 아름다움을 창조하기 위해 사극과 현대극을 넘나들며 작품성과 흥행성을 인정받았던 최고의 스태프들이 한데 뭉쳤다. '신세계' '후궁: 제왕의 첩'의 조상경 의상 디자이너는 고증과 창작을 조화롭게 오가며 명품의복을 제작했다.

당시 조상경 의상 디자이너는 "최대한 제대로 된 한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평소에 다른 한복들을 보면서 가졌던 아쉬움을 '상의원'을 통해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의상 제작에 심혈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철저한 고증에 힘쓴 '광해' 속 한복 [사진=영화 '광해' 스틸컷]


2012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감독 추창민)도 아름다운 한복으로 화제를 모았던 작품이다.

영화는 조선 광해군 8년, 독살 위기에 놓인 왕 '광해'를 대신하여 왕 노릇을 하게 된 천민 '하선'이 왕의 대역을 맡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역사에서 사라진 15일간의 숨겨진 이야기를 상상력으로 재구성했다.

'길소뜸'(1985)으로 의상감독에 데뷔, '청연'(2005) '웰컴 투 동막골'(2005)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최종병기 활'(2011) '명량'(2014) 등 현대극과 사극을 오가며 활약한 권유진 의상 감독이 의상을 도맡았다.

권유진 의상 감독은 극 중 광해가 입는 조선시대 국왕 의상인 곤룡포, 옥대, 화(왕의 긴 신발), 옥좌를 비롯해 기품 있고 우아한 중전의 한복을 섬세하게 완성해냈고 영화의 무게감을 더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권유진 감독은 이번 작품으로 그해 대종상 의상상을 거머쥐었다.

당시 트로피를 품에 안은 권유진·김승희 의상감독은 "오늘 어머니가 '광해'를 보셨다. 어머니가 의상 만드느라고 고생했다는 말을 처음 하셨다. 어머니에게 유일하게 칭찬을 들은 영화였다"라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상상력이 돋보이는 '관상' 속 한복 [사진=영화 '관상' 스틸컷]


한복이 돋보였던 영화로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작품 중 하나가 바로 '관상'(감독 한재림)이다.

영화 '관상'은 한복의 미적 상상력을 최대한 살린 작품. 등장인물 계급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살렸고 인물들의 심리 상태까지도 의상으로 표현했다. 극 중 김혜수가 맡은 연홍의 시스루 한복이나 이정재가 연기한 수양대군의 가죽 자켓과 퍼로 만든 의상은 아직까지도 회자할 정도로 높은 완성도를 자랑했다.

의상은 '왕의 남자' '궁녀' '평양성' '연가시' '점쟁이들' '소원' 등에 의상팀으로 참여한 심현섭 의상 실장의 작품. 그는 그해 열린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에서 기존 사극에서는 볼 수 없던, 과감한 스타일로 의상상을 거머쥐기도 했다.

이 외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사극 영화들이 한복의 아름다움을 담고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의상은 영화의 퀄리티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기 때문에 영화 제작진도 각별히 신경 쓰는 부분. 영화 속 등장하는 한복과 의상에 담긴 이야기들을 살펴본다면 영화를 200% 즐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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