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안에 매각된 中 '국민차'…로컬 자동차 줄도산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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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이재호 특파원
입력 2020-09-23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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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8년 판매 1위 신화 '이치샤리' 매각

  • 지난해 생산중단, 누적 손실 1.7조원

  • 바이튼·보쥔 등 전기차 경영난 심각

  • 코로나 여파 주요 브랜드도 적자행진

  • 공급과잉 해소 위한 구조조정 가속화

1990년 베이징 거리를 가득 메웠던 붉은색의 이치샤리 택시들. [사진=바이두 ]


한때 중국에서 '국민차' 대접을 받던 자동차 기업이 단돈 1위안(약 171원)에 매각되는 수모를 당했다.

위기에 처한 중국 자동차 산업의 단면이다. 이 밖에도 경영난에 신음하는 업체가 많아 줄도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8년 연속 적자 행진, 결국 '백기'

23일 중국신문망 등에 따르면 로컬 자동차 브랜드 이치샤리(一汽夏利)가 모든 자산과 부채를 모기업인 이치그룹에 넘기고 완성차 제조업과 결별했다.

매각 대금은 단돈 1위안. 껍데기밖에 안 남은 회사라는 의미다.

향후 이치샤리는 국유기업인 중국철로물자 등과 손잡고 철도 물류업을 영위하게 된다.

이 소식에 많은 중국인들이 아쉬움을 토했다. 1986년 일본 다이하쓰의 기술로 경차 생산을 시작한 이치샤리는 홀로서기에 성공한 뒤 2004년 중국 최초로 생산량 100만대를 돌파하며 국민차로 불렸다.

1990년대 베이징을 상징하는 풍경 중 하나가 거리를 가득 메운 붉은색 샤리 택시였다. 1996년에는 중국 전체 택시의 80% 이상이 샤리 브랜드였다.

2005년 중국 최초로 판매량 20만대를 돌파했으며, 2011년에는 100억 위안에 육박하는 매출(99억5400만 위안)을 달성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치샤리가 기록한 18년 연속 국내 판매 1위는 전무후무하다.

하지만 글로벌 브랜드와의 합작이 성행하고 수입차에 대한 관세도 인하되면서 눈이 높아진 소비자들은 이치샤리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2012~2015년 판매량이 18만5000대, 13만5000대, 7만2000대, 6만4000대 등으로 줄어들다가 2016년 3만7000대로 급감했다.

도요타와 함께 설립한 내연기관 제조 합작사를 처분하는 등의 자구 노력에도 불구하고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순손실을 기록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난에 이치샤리는 지난해 6월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해 판매량은 4023대, 순손실액은 14억8100만 위안이다. 2012년부터 누적된 손실 규모가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을 넘어섰다.
 

중국판 테슬라를 꿈꾸다 파산 위기에 내몰린 바이튼의 전기차 모델. [사진=중국신문망 ]


◆우군 자처한 업체도 줄줄이 경영난

활로를 모색하던 이치샤리는 2018년 자회사 톈진이치화리(華利) 지분 100%를 전기차 스타트업 바이튼에 넘기는 계약을 맺었다.

당시 톈진이치화리는 자본잠식 상태였고 자산가치는 마이너스(-) 9억6000만 위안이었다. 다만 승용차 생산라인은 건재했다.

바이튼은 톈진이치화리의 부채 8억 위안과 임직원 급여 5462만 위안을 책임지기로 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이치샤리는 바이튼을 압박해 올해 6월 30일까지 잔액 2억3500만 위안을 완납한다는 내용의 새로운 계약을 체결했다.

그로부터 한 달도 되지 않아 바이튼의 파산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6월 말 바이튼은 중국 내 모든 사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북미와 독일 법인도 현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다.

이치샤리는 지난해 또 다른 전기차 스타트업 보쥔(博郡)과의 합작사 설립도 추진했다. 이치샤리와 보쥔은 각각 5억500만 위안과 20억3400만 위안을 출자해 지분을 19.9%, 80.1%씩 나눠 갖기로 했다.

그러나 보쥔이 지난해 상하이 모터쇼에서 선보이기로 했던 첫 전기차 모델을 내놓지 못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금 유치에 실패한 보쥔은 지난 1월부터 대출 미납 상태에 빠졌다. 임금 체불도 이어졌다. 보쥔이 겨우 1400만 위안만 출자한 뒤 손을 들면서 합작사 설립은 무산됐다.

◆중타이는 '기업회생' 신청···올 상반기 車 상장사 65% 적자

이치샤리뿐만이 아니다. 중국 또 다른 자동차 업체 중타이(衆泰)자동차도 최근 공시를 통해 "채권단이 신청한 기업회생 절차를 법원이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저장융캉농촌상업은행 등 채권단은 중타이자동차가 지난해 빌린 1억5000만 위안 규모의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자 최근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중타이자동차는 당장 도산을 면했지만 올 상반기 매출이 전년보다 77% 급감한 7억7000만 위안에 그치는 등 경영난이 심각하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로 공장 가동이 멈추면서 상반기 생산량이 574대에 불과했다. 생산 중단에 따른 손실만 1억4000만 위안이다.

로컬 브랜드 난립으로 공급 과잉이 심화한 가운데 글로벌 경기 침체와 미·중 무역전쟁, 코로나19 사태 등 악재까지 잇따르면서 중국 자동차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올 상반기 중국 증시에 상장된 26개 자동차 기업 중 17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둥펑(東風), 푸톈(福田), 창안(長安) 등 굵직한 브랜드들조차 4년 연속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 중이다.

과거 철강 산업처럼 강제 구조조정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완성차 업체만 해도 포화 상태인데 전기차 업체까지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코로나19 위기까지 닥친 만큼 줄도산 사태가 야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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