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기자는 진실 찾는 사람”…10년 전 인터뷰와 뭐가 달라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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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철 기자
입력 2020-09-22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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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 기념 서면 인터뷰

  • 2011년엔 ‘언론의 자유’…이번엔 ‘언론의 책임’

  • 보수언론 대한 불신 여전…‘권력화→정당(政黨)’

  • 현직 대통령으론 1999년 DJ 이어 두 번째 사례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영상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지금 이 순간입니다. 실제로 지금 코로나 상황 때문에 가장 힘들지만,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의 처지에서는 매 순간이 어렵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가장 기뻤던 일은 취임 이후 2017년 하반기까지 높아졌던 전쟁의 위기를 해소하고 대화국면으로 전환시켜낸 것이었습니다. 지금 남북과 북·미 대화가 중단되어 매우 안타깝습니다. 평화는 단지 무력충돌이 없는 상황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며 협력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루어진다고 믿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기자협회보 지령 2000호를 맞아 진행된 서면 인터뷰에서 취임 후 3년 4개월 동안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기뻤던 순간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문 대통령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이후 현직 대통령으로선 두 번째로 기자협회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과의 인터뷰는 1999년 5월 10일 지령 1000호를 기념해 성사됐다.

문 대통령은 법무법인 부산의 변호사 겸 노무현재단 이사장 시절인 2011년 이후 10년 만에 기자협회보와의 인터뷰다.

10년 전 인터뷰에서 ‘언론의 자유’를 강조했던 문 대통령은 이번에는 ‘언론의 책임’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른바 ‘조중동(조선·중앙·동아)’ 등 보수언론에 대한 반감은 변함이 없었다. 이들 언론에 대한 표현만 각각 ‘권력화’와 ‘정당(政黨)’으로 달라졌을 뿐이다.

법무법인 부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했던 문 대통령은 지역언론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여전했다.

다만 첫 인터뷰에서 삼성 광고 등 언론을 경영하는 자본 및 사주로부터의 자유에 대해 거침없이 자신의 의견을 쏟아냈던 반면, 이번에는 서울신문 지분 매각, YTN 지분 매각설 등 언론계 첨예한 현안에 대해선 빗겨갔다.
 
‘10년 전’ 文 “언론자유, 민주주의 기본 토대…MB정부, 언론 개념 없다”
 

문재인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2011년 11월 23일 부산 거제동 법무법인 부산 사무실에서 기자협회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기자협회보 DB]


문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2011년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기자의 이미지에 대한 질문에 ‘사회의 목탁’과 ‘펜이 칼보다 강하다’라고 표현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학생운동할 때 언론도 투쟁하던 시기였다. 진실을 직접 표현하지 못하면 행간에라도 전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면서 “변호사도 마찬가지지만, 그런 정신들이 점점 사라지고 월급쟁이가 돼 간다고 할까”라고 말했다.

기자협회와 회원들에 대해선 “정치권력과 자본의 억압을 뚫고 진실을 전하고 언론자유를 지키는 것이 기자들의 본분”이라며 “그 맛에 기자하는 거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문 대통령은 “안 그러면 그냥 봉급 받는 직장인이다. 적어도 기자를 처음 시작 할 때 마음가짐은 그랬을 것”이라며 기자정신을 수차례 강조 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토대다. 언론자유 없는 민주주의는 없다”면서 “민주주의의의 모든 것이 나온다고 생각할 수 있는 권리”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자유의 출발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자유”라면서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서는 거의 해결된 것으로 판단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당시 이명박(MB) 정부에 대해선 “언론에 대한 개념 자체가 없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유관 기관 가운데는 개혁적이고 경영능력이 있는 분이 맡아야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언론사 못지않게 정치적 중립이 보장돼야 하는 기관도 있다. 전자라면 국정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이 갈수 있겠지만, 정치적 중립이 필요한 기관에 보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을 경영하는 자본, 사주로부터의 자유가 그것”이라며 “보수언론은 그게 안 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문 대통령은 “고스란히 사주의 이념과 이해관계를 대변한다”면서 “광고주로부터의 자유, 자본일반으로부터의 자유도 중요하다. 진보언론 가운데도 삼성 같은 광고주를 거스르는 기사들에 자기검열이 생기지 않느냐”고 했다.

문 대통령은 보수언론에 대해 “언론은 정권과 유착하지 않고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감시하고 비판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비판이 공정하고 객관·중립적이어야 한다”면서 “언론 스스로 권력화되지 말아야 하지만 일부 언론기관들은 권력화 돼 있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조중동의 여론지배력과 영향력은 많이 약해졌다. 참여정부와 노대통령의 노력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렇다고 해도 조중동은 현실적으로 우리사회에서 많은 독자를 가지고 있는 신문들이다. 그런 식으로 갈등과 적대적 관계를 갖는 게 옳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2020년’의 文 “자유만큼 책임까지 성찰…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져”
 

한국기자협회 창립 56주년 기념식이 지난 8월 14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과 언론 관계자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됐다. [사진=기자협회보 제공]

문 대통령은 이번 기자협회보 2000호 지령 기념 인터뷰에서 10년과 같은 ‘기자’에 대한 질문에 “진실을 찾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문 대통령은 “진실이 필요한 곳, 진실이 있어야 할 모든 현장에 기자들이 있었다”면서 “언론의 사명을 잃지 않은 기자정신이 있었기에 한국의 언론은 오랜 권위주의 시대를 거치면서도 어느 나라 못지않게 언론의 자유를 신장시켜올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그 덕분에 한국의 민주주의도 크게 발전할 수 있었다”면서 “언론이 걸어온 가시밭길을 되돌아볼수록 늘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신장된 자유만큼 그에 따르는 책임까지 함께 성찰해준다면, 더 크고 넓을 뿐 아니라 더 신뢰받는 ‘언론자유의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언론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특정 언론을 ‘정당’ 비유하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언론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해 위기를 겪고 있다는 평가와 관련해 “우리 사회 전반에 만연한 정파성에 언론 신뢰도 하락의 큰 원인이 있다”면서 “정파적 관점이 앞서면서 진실이 뒷전이 되기도 하는 등 어떤 언론은 정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고 쓴소리를 날렸다.

문 대통령은 “특종경쟁에 매몰돼 충분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받아쓰기 보도 행태도 언론의 신뢰를 손상시킨다”면서 “과거 언론의 자유가 억압될 때 행간을 통해서라도 진실을 알리려 했던 노력이 언론을 신뢰받게 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비판의 자유가 만개한 시대에 거꾸로 신뢰가 떨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라고도 했다.

또한 언론 신뢰도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가짜뉴스’를 꼽았다. 문 대통령은 “올해 처음 코로나19가 확산됐을 당시에는 가짜뉴스가 그야말로 범람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며 “가짜뉴스는 당국의 방역 조치를 훼손하고 혼란과 공포를 야기한다”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은 ‘제2의 방역 당국’ 역할을 해주고 있다”라고 평가하면서도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국민들이 지치면서 다시 거짓 정보들이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는 언론의 지속적인 역할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기자회견 등 언론과의 접촉이 적다는 지적에 대해선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에 방점을 두고 SNS 메시지, 국민과의 대화, 간담회, 현장방문 등 더 많은 국민들을 직접 만나고 국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마련해왔다”면서 “누구보다 현장방문을 자주 하고, 경제계와 종교계 등 각계각층의 국민들과 직접 만나 소통해왔다”라고 항변했다.

문 대통령은 “주요 현안에 대해서도 과거와 달리 SNS 등 전달 방법이 다양해지고 기회가 많아졌다”면서도 “쌍방향 소통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 더 귀를 기울이겠다. 코로나 상황을 봐가면서 국민과의 소통이나 언론과의 접촉면이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감염병 보도준칙 제정 등 協 역할 평가…“올바른 언론 방향 위해 노력해달라”

문 대통령은 올해 사상 초유의 코로나 사태에서 기자협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과학기자협회가 함께 ‘감염병 보도준칙’을 제정한 것은 뜻깊은 일”이라면서 “5월 특정 신문의 코로나19 문제 보도에 대해 한국기자협회가 보도준칙준수를 호소하고 해당 신문사 노조 또한 문제를 지적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방역 위기와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노력과 성과에 대한 해외 언론들의 객관적인 비교 분석 보도 또한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었다”면서 “언론의 객관적인 보도를 통해 우리 국민들은 우리 자신의 역량을 재발견하게 됐고, 우리가 방역 선진국임을 자부할 수 있게 됐다”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와 함께 “기자협회보는 그간 우리 ‘저널리즘의 위기’에 대해 꾸준히 경종을 울려 왔다”면서 “지난 7월 우리 언론의 부동산 보도 문제점을 지적한 기자협회보의 기사는 우리 언론 모두가 되새겨 볼 가치가 있다고 느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을 언론답게 만드는 힘은 기자들에게서 나온다”면서 언론의 경쟁력 제고와 함께 기자협회의 역할을 당부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언론홍수의 시대, 언론이 나아갈 바른길을 제시하는 막중한 책임이 기자협회보에 있다”면서 “성찰과 비판을 통해 언론이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는 데 기자협회보가 계속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제도언론의 경쟁력을 위협하는 수많은 다양한 매체들이 생겨났다”면서 “‘진실의 깊이’만이 언론의 경쟁력을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는 1964년 8월 정부가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제정함으로 촉발된 이른바 ‘언론윤리위원회법’을 저지하기 위해 창립됐다. 현재 전국 170여개의 회원사에 1만여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언론 단체다.

기자협회보도 같은 해 11월 월간지로 창간, 주간지 바뀌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협회의 입장과 소식을 전하는 ‘기관지’의 성격과 ‘국내 최초 미디어전문 비평지’로서의 역할을 균형감 있게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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