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人⑫] 보험, 헬스케어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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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훈 기자
입력 2020-09-21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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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류준우 보맵 대표 인터뷰

  • 서울보증보험 직원→컵케이크집 사장→스타트업 취직

  • 보맵 창업해 국내 인슈어테크 1위 기업으로

  • 보험, IT 기술‧빅데이터 활용해 헬스케어로 발전

  • 글로벌 보험사와 협업...동남아 시장 적극 공략

지금 이 순간, 수많은 스타트업이 세상에 등장했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제2의 배달의민족을 꿈꾸며 열정을 불태우는 젊은 창업가부터,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조용히 퇴장하는 기업까지. 법인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시간은 그들 ‘인생’의 전부지만, 대부분 시간은 관심조차 받지 못한 채 조용히 흘러갑니다. ‘스타트人’에서는 숫자가 아닌 속살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소리소문없이 창업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스타트업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편집자 주]

 
보맵, 보험을 넘어

국내 1위 인슈어테크 기업 ‘보맵’ 류준우 대표가 첫 번째로 선정한 창업 아이템은 컵케이크였다. 당시 베이커리 사업은 수익성이 대단했다. 파리바게트와 뚜레쥬르는 중국에 진출해 대박이 났다. 대형 베이커리는 일반 케이크 매출 영향을 걱정해 컵케이크를 판매하지 않았다. 류 대표는 틈새시장을 노려 친구들과 함께 매장을 냈다. 서울보증보험에 몸을 담고 있던 때였다. 제과 관련 자격증도 없이 사업에 뛰어들었으니 나름 과감한 결단이었다.

초기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예쁜 컵케이크가 여성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고, 바이럴 마케팅에 성공하자 매출도 올랐다. 문제는 대형 베이커리도 컵케이크 시장의 가능성을 알아봤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이 제품을 판매하자마자 게임은 끝났다.

류 대표는 컵케이크 사업을 통해 세 가지를 배웠다. 첫째, 직장생활보다는 사업이 적성에 맞다. 둘째, 잘 알지도 못하는 영역에 호기심만 갖고 도전하면 안 된다. 초기 자본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 사업도 위험하다. 셋째, 이미 대세는 온라인으로 넘어갔다. 컵케이크 사업을 정리하기 전에는 모바일 마케팅 스타트업에 들어가 컴퍼니 빌더와 자회사 대표를 맡으며 1년 가까이 스타트업 문화를 익혔다. 보맵 창업 전 본격적으로 준비의 시기였다.
 

 


경영학을 전공해 금융권 취업을 준비했던 경험, 서울보증보험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선택한 두 번째 창업 아이템은 보험이었다. IT 기술을 접목해 보맵 어플리케이션을 만들었다. 2017년 2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60명 가까운 직원을 채용했는데, 이 중 개발 관련 직종을 70%나 배정하며 ‘테크’를 강조한 것도 같은 이유다.

보맵은 출시 후 3년 뒤 누적 다운로드 220만 건을 기록했다. 회원 수는 170만 명. 국내 인슈어테크 선두 기업으로 자리 잡으면서 올해 초에는 하나금융 계열 3사에서 8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215억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디지털 완결형 보험관리 솔루션 ‘보장핏팅’도 론칭했다. 이 서비스는 질병·상해 발생 시 필요한 최소 비용, 적정한 보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준다. 통합, 실손, 암, 뇌, 심장, 사망, 어린이보험 등 건강보험도 디지털 상품으로 출시했다.

 
보맵의 진화, 보험업의 발전

보맵은 온라인에 최적화된 보험 추천과 구매, 관리를 동시에 서비스하는 보험 통합 플랫폼이다. 자신에게 필요한 보험 상품은 무엇인지, 어떤 보험사를 선택해야 하는지 비교 가입할 수 있다. 첫 서비스는 보험 상품 조회로 시작했지만, 단계별로 진화를 모색하는 단계다.

보수적인 보험업계에서 ‘메기’의 영향력은 작지 않았다. 부모님이나 지인 추천으로 상품에 가입하던 이들이 직접 가격대비 보장내역을 따져보고, 자신에게 맞는 보험사를 선택하기 시작했다. 디지털로의 변화를 인식했지만, 변화하지 못하던 보험사들도 보맵 등장 이후 플랫폼의 파급효과를 몸으로 느꼈다.

류 대표는 “보험 산업에서 신뢰가 가장 무너진 영역은 사후관리 부분이다. 가입자는 자신이 무슨 보험에 들었는지 잘 모르고, 보험금 청구 혜택도 못 누리고 있다. 기존 보험사가 (보험을 가입시키는) 앞단에서 어떻게 돈을 더 벌까를 고민했다면, 우리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고민했다”며 “보험을 관리하는 이슈를 해결하니, 소비자들이 다른 부족한 점의 해결책을 요구했다. 단순히 보험을 보여주는 데서 그치지 않고, 비대면으로 보험을 직접 설계하고 가입할 수 있는 채널로 확장하기 위해 변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류준우 보맵 대표.(사진=보맵)]


보험은 수익률이 떨어지는 사양산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수명이 늘면서 아픈 상태로 오래 사는 사람들이 증가하는 반면, 출생률은 줄어들면서 신규 가입자를 모집하기 어려워지는 분위기다. 보험사도 더 이상 손해율(보험료 수입에서 보험금 지급액 등 손해액이 차지하는 비율) 계산으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 류 대표는 “건강보험과 헬스케어를 접목한 사전 예방 역할에 미래 먹거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보험은 미래에 닥쳐올 위험을 분산하는 개념이다. (보험료를 미리 납부하고, 보험사는 그 돈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금융 영역 안에 있지만, 사실 헬스케어와 접점이 많다. 보험사도 이제 손해율 장사가 아닌 예방과 건강관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건강보험과 헬스케어 접목이 생존을 위한 유일한 방향”이라며 “보험설계사 중 상당수는 보험 전문가라기보다 네트워크를 활용한 푸쉬 영업이 많다. 이제는 은행 PB(프라이빗 뱅커)처럼 보험의 PB가 돼서 전문성을 갖고 컨설팅을 해줘야 한다. 전문가 컨설팅과 비대면 상품 가입이 두 방향의 큰 축이다”고 말했다.

 
빅데이터와 헬스케어, 글로벌 진출의 초석
 

[보맵이 최근 론칭한 고객맞춤형 보장핏팅 서비스.(사진=보맵)]


보험은 사후 성격이 강한 상품이다. 질병이 발생하면 보험금을 수령하고, 사망보험은 남겨진 가족을 위한 상품으로 역할 한다. 류 대표는 향후 보험의 주체가 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개인 건강 데이터를 활용해 질병 예방 영역까지 확장하면 남겨진 가족이 아닌 자기 자신을 위한 상품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혈압, 당료 등 측정 툴을 보맵에 적용하면 플랫폼 안에서 보험사와 헬스케어 관련 업체, 소비자가 유기적으로 데이터 기반 상품을 개발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암 보험을 가입할 때 가족력과 나이, 사는 곳, 가처분소득 등 데이터를 활용해 병이 걸릴 확률과 병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자금 등을 산정한 뒤 상품을 설계한다. 이때 건강검진 데이터, 당뇨 수치 등 기준을 세우고, 더 나아가 유전자 분석 데이터까지 활용해 모두가 똑같은 조건의 상품이 아닌 레고처럼 블록화 된 보험 상품 설계가 가능진다.

보맵은 최근 빅데이터랩도 신설했다. 데이터분석 전문가 이승윤 박사를 영입해 데이터를 분석해 유의미한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보험 상품과 연계하는 알고리즘을 짜고 있다. 이 같은 실험이 성공하면, 글로벌 보험사와 함께 동남아 시장에 진출해 블루오션을 개척할 계획이다.

류 대표는 “건강보험은 뭉뚱그린 종합보험 아닌 개인에게 최적화된 보험으로 설계돼 건강관리 영역까지 확장될 거다. 지금은 보험료 상당 부분을 마케팅에 사용하지만, 앞으로는 고객이 찾아와 자신에게 맞는 보험에 가입하는 흐름으로 바뀔 것”이라며 “글로벌로 봐도 보험업계 마지막 남은 시장은 아시아다. 특히, 동남아시아는 온 국민이 스마트폰을 쓰지만, 금융이 약해 기회가 있다. 디지털화된 보험을 들고 글로벌 보험사와 진출하는 방향을 생각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보맵은 보험사와 설계사, 고객 생태계 안에서 중간에 위치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다. 누구에게도 치우지지 않은 중립자적 역할을 통해 고객이 보험의 경험을 좋게 느낄 수 있는 글로벌 인슈어테크 기업이 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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