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으로 끝난 中 민영기업 성공신화... 안방보험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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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예지, 양성모, 김형석 기자
입력 2020-09-1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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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보감회 위탁경영 종료 발표 6개월만에 청산

  • 과거 광폭 M&A 행보로 中 거대 보험사로 성장

  • 우샤오후이 체포 이후 쇠락... 완전히 역사 속으로

  • 동양생명·ABL생명 모회사…미래에셋과 '소송전'도

2014년 10월 중국 보험사가 미국 뉴욕 맨해튼의 랜드마크로 럭셔리 호텔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각국 정상들이 방문해 묵을 만큼 미국을 대표할 만한 전통있는 대형 호텔을 사들인 주인공은 안방(安邦)보험. 설립된 지 10년밖에 되지 않은 기업이었다. 안방보험은 이를 시작으로 글로벌 대형 호텔과 금융사들을 공격적으로 매입했다. 중국 민영기업의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성공 신화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2017년 우샤오후이(吳小暉) 안방보험 회장이 경제사범으로 체포된 이후 쇠락의 길을 걸었고, 모든 경영권은 중국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 결국 안방보험은 우 회장 체포 3년 만에 그룹 해체를 결정했다. 한때 자산이 최대 2조 위안(약 348조원)에 달했던 ‘중국판 버크셔 해서웨이’가 역사 속으로 완전히 사라지게 된 것이다.
 

[사진=안방보험]

◆'공중분해'된 안방보험 '국유화' 작업 마무리··· 청산 수순 밟는다

안방보험은 지난 14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법인을 청산하기로 결정했다는 입장문을 밝혔다. 중국경제망 등 다수 언론은 "안방보험이 이날 중국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은보감회)에 해산을 신청하고 청산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금융당국의 위탁경영 종료선언 약 6개월 만이다. 은보감회는 2018년 2월 23일 보험법 위반과 회사 상환 능력 악화를 이유로 안방보험에 위탁 경영을 맡기로 했다.

사실상 이때부터 안방보험 해체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일단 은보감회는 인수·합병(M&A) 광폭 행보로 크게 불어난 안방보험의 몸집부터 줄여 나갔다. 안방보험이 2014년부터 약 3년에 걸쳐 매입한 각종 호텔·리조트, 부동산, 기업들을 내다파는 방식으로다.

안방보험이 그동안 인수한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뉴욕 센트럴파크의 제이더블유(JW)매리어트 에식스하우스 호텔, 로스산타모니카비치호텔, 샌프란시스코 리츠칼튼 하프문베이 리조트 등 미국 유수의 호텔·리조트와 거액의 부동산, 중국 국내 상장사, 한국의 동양생명과 ABL생명(옛 알리안츠생명)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오거나 잠재 매물로 거론됐다.

은보감회는 2018년에만 스지(世紀)증권, 방인금융리스(邦銀金融租賃), 민생(民生)은행, 자오상(招商)은행, 퉁런탕(同仁堂), 완커(萬科)A 등 다수 상장사 지분은 물론, 부동산 자산도 모두 매각했다.

지난해 9월에는 안방보험이 소유하고 있던 미국 내 15개 고급호텔을 모두 한국 기업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하 미래에셋)에 팔기로 한 바 있다.

대대적인 구조조정도 진행됐다. 중국 정부가 세운 다자(大家)보험그룹에 안방보험이 편입된 것이다. 은보감회는 지난해 6월 안방보험의 사업을 인계할 다자보험그룹을 신규 설립했다. 총 203억6000만 위안의 자본금은 중국보험보장기금과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상하이자동차 등 국유 자본 및 기업이 충당했다. 안방보험이 사실상 국유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안방생명과 안방양로보험·안방화재의 지분은 다자보험으로 넘어갔고, 안방보험은 보험법에 따라 등록이 취소돼 청산 절차를 밟았다. 이후 은보감회는 지난 2월 다자보험이 정상적인 경영능력을 갖추었다고 판단, 안방보험에 대한 위탁경영을 끝낸다고 발표했다.

◆우샤오후이 회장, 덩샤오핑 외손녀 사위에서 ‘몰락한 사업가’로

중국 민영기업의 ‘파워’를 보여줬던 안방보험이 이처럼 짧은 역사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안방보험 창업자이자 전 회장인 우샤오후이가 체포된 게 결정적인 계기였다. 우 회장은 지난해 5월 18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현재 상하이 바오산 감옥에 수감돼 있다.

사실 그의 체포는 매우 갑작스러웠다. 우 회장은 2017년 6월 불법 경영 등을 이유로 기습 체포됐다. 당시 검찰은 우 회장이 당국 관리감독 규정을 무시한 채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해 약 652억 위안 규모의 사기를 저지르고, 100억 위안의 보험료를 횡령해 국가 금융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끼쳤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안방그룹의 지배구조는 매우 복잡하고, 자금 조달 출처도 불투명한 부분이 많았다. 안방보험은 2004년 자동차 보험사로 시작해 2010년 생명보험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는데, 이후 등록 자본금이 5억 위안에서 10여년 만에 619억 위안으로 급증했다. 그런데 이에 비해 중국 생보시장에서의 점유율은 4%로 미미했다.

안방보험의 막대한 자본이 우샤오후이 회장의 화려한 정치적 인맥에서 나왔다는 해석이 제기됐던 이유다. 1966년 저장성에서 태어난 우샤오후이는 공무원 생활을 하다 두번의 결혼을 거친 후 덩샤오핑(鄧小平)의 외손녀인 덩줘루이(鄧卓芮)와 재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 가문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어 그의 성공 배경에 태자당(太子黨, 당 고위간부 출신 자녀) 인맥이 있었다고도 알려져 있다.

또 중국 훙얼다이(紅二代, 원로 공산당 혁명가 2세)와의 긴밀한 교류가 안방보험 사업 확장의 원천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안방보험이 순식간에 전국 3000개 지점, 2000만명의 고객을 확보한 것은 권력층 인맥 없이는 불가능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우샤오후이 회장 체포가 정치적인 암투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인 권력 강화를 위해 태자당의 힘을 빼는 과정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는 것이다.

안방보험 해체로 우 회장의 재기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가 감옥에 있음에도 그와 관련된 인물에 대한 중국 정부의 감시가 지속되고 있어, 우 회장은 법률적인 차원에서도 구제를 받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호텔 인수건 놓고 미래에셋과 소송전도···

안방보험은 우리나라에서도 익숙한 보험사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미래에셋과 미국 호텔 매매 계약으로 얽혀 있고, 동양생명·ABL생명의 모회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미래에셋은 안방보험과 호텔 인수 건을 놓고 갈등을 빚으며 법적 분쟁을 벌이는 중이다.

미래에셋은 지난해 9월 안방보험이 소유하고 있던 미국 내 15개 고급 호텔을 58억 달러(약 7조원)를 투자해 인수하는 내용의 매매계약을 맺었다. 계약금으로 5억8000만 달러도 지급한 상태다.

그러나 일부 호텔 소유권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미래에셋은 지난 4월 잔금 납입 절차를 중단하고 매매계약 취소를 통보했다. 등기 권리를 보장해주는 미국 내 권원보험사로부터 안방보험과 제3자 간 소송에 대한 결과를 보장받지 못한 만큼 매매거래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게 미래에셋 측 입장이다.

안방보험은 계약을 이행할 것을 요구하며 소송에 돌입했고, 미래에셋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맞소송에 나선 상태다.

미래에셋 측은 "안방보험 측이 호텔 가치를 손상시키는 내역과 부채를 사전에 공개하지 않았고, 정상적 호텔 운영을 지속하지 못했다"며 안방보험의 과실로 계약 해지 사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당초 4월 17일까지 인수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두 회사 간 이견으로 계약이 미뤄져 왔다.

◆동양생명·ABL생명 매각 본격화할까···

안방보험이 청산 절차를 밟으면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거취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동양생명의 신임 이사회 의장인 뤄성의 주도로 매각이 추진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양생명은 지난달 중국 보험당국 출신으로 모그룹 다자보험그룹의 실세인 뤄성을 신임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했다.

뤄 의장은 중국 보험감독관리위원회(보감회) 발전개혁부 부주임, 보험정보기술관리유한책임회사 부총재 등을 거쳐 다자보험그룹에 재직하며 옛 안방보험이 투자한 주요 금융사 이사회 요직을 맡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다자보험그룹 인사이자 중국 보험당국 출신 인사가 새 의장으로 오는 만큼, 새 의장의 지휘 아래 매각 절차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다자보험그룹은 동양생명의 최대주주인 다자생명의 모회사다. 동양생명 지분은 다자생명이 42.01%, 다자생명의 자회사인 안방그룹홀딩스가 33.33%를 보유 중이다. 다자보험그룹은 현재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하는 등 민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은보감회는 다자보험그룹의 민영기업 성격을 유지하고 지배구조를 보완하기로 했다.

다자생명이 안방그룹홀딩스를 통해 지분 100%를 보유한 또 다른 국내 자회사 ABL생명과 묶어 패키지 매각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실제로 매물로 나올 경우, 유력한 인수 후보로는 4대 금융지주사 중 유일하게 생명보험 자회사가 없는 우리금융지주나 보험사 M&A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이 거론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두 보험사는 공식적으로 매각설을 부인하고 있지만 다자보험그룹의 해외 자산 분석 결과에 따라 향후 매각이 진행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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