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패권의 위기] ②끊임없이 도전받는 킹달러…"제국은 아직 건재" 주장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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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5-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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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미국 채권투매 카드로 이용…달러의 높은 위상 꺽기 쉽지 않아

미국의 달러의 향방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의견이 갈린다. 장기간 동안 제위를 유지해온 달러 패권이 쉽게 깨질 수 없다는 주장에 아직까지는 무게가 실린다.

그러나 국제 경제는 물론 외교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달러 패권이 끊임없는 도전을 받게 되리라는 데는 별다른 이견은 없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후 중국을 향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신냉전'으로 불릴만큼 악화했다. 무역전쟁으로 냉각됐던 관계는 코로나19 확산이후 양국 간 책임 공방이 거세지면서 빠르게 틀어지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을 무소불위로 만드는 가장 큰 무기인 달러가 눈엣가시일 수 밖에 없다. 

◆中 미국 채권 비중 줄이기 목소리···"미국이 경제위기 다른 나라에 떠넘겨" 비난 ↑

중국은 무려 1조 달러가 넘는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다. 겉으로만 보자면 미국은 채무자, 중국은 채권자다. 때문에 중국이 미국 국채를 팔아버리는 카드로 미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위기 때마다 나온다. 

실제로 무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5월 중국이 미국 국채 투매를 고려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중국 관영언론 글로벌 타임스의 후시진 편집장은 당시 트위터를 통해  "많은 중국 학자가 미국 국채를 투매할 가능성과 구체적으로 이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  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역시 전문가 진단을 인용해 미·중 무역 긴장 재고조와 코로나19 책임론 등으로 중국이 향후 몇개월 안에 미국 국채 보유를 줄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대규모 투매에는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본다. 중국이 투매에 나설 경우 미국 국채 가격은 급락하면서 달러에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다만 이는 중국에게도 자해 행위다. 국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산이 상당한 손실을 입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을 수 없는 것도 문제다. 독일이나 일본의 국채는 이미 수익률이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보유할 수록 손해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 미국 국채의 비중을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샤오강 전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회)는 최근 중국 관영 인민정협보를 통해 전 세계 주요 무역과 투자 거래가 달러화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통해 자국의 경제 위기를 전 세계로 떠넘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 저명한 경제학자인 런쩌핑도 미국의 양적 완화에 대해 비판하면서 "중국은 미국 국채를 팔고 달러화 자산 보유량을 줄여야 한다"며 "대신 금, 석유, 천연가스, 철광석, 토지, 농산품 등은 물론, 글로벌 하이테크 기업 지분을 대규모로 매입해야 한다"고 전했다.

중국의 미국 국채보유량도 줄면서 지난해 6월엔 미국의 최대 국채보유국 지위를 일본에 넘겨줬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기존 국채 만기가 돌아올 때 신규 국채를 매입하지 않는 방식 등으로 점차적으로 미국 정부 국채 보유를 줄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여전히 강력한 달러···"제국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다만 달러의 강점은 여전히 차고넘칠 정도로 많다. 특히 코로나19 속 달러는 강력한 안전자산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글로벌 생산체인이 멈춰서면서 다급해진 전세계 투자자들과 기업은 달러 쓸어모으기에 나섰다.

전세계 제조업을 굴러가게 만드는 기반이 바로 달러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팬데믹으로 위기를 감지한 기업들은 자산을 팔아 달러 현금 확보에 나섰다. 

지난 3월 중순에는 달러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의 불안이 가중되는 와중에도 미국 국채가격이 하락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이 미국 국채를 팔아 달러 사재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보통 미국 국채는 달러와 동일하게 여기질 만큼 가장 유동성이 좋은 안전자산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당시 시장 유동성 급감하면서 공포가 최고조로 치솟았기에 이런 일까지 발생한 것이다. 국제금융 시장에서 달러의 위력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물론 시장의 혼란을 우려한 연준이 유동성 공급 조치에 나서면서 상황은 진정됐고, 이제 시장에 달러는 엄청나게 풀리고 있다. 

무엇보다 달러는 전세계 경제를 굴러가게 하는 원유, 철광석, 곡물 등 대부분 원자재의 결제 수단이다. 중국의 경우 원유 소비의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달러가 가장 필요한 국가 중 하나인 셈이다. 

연준의 대차대조표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중국의 국채 투매가 달러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현재 연준의 대차대조표는 미국 GDP의 30% 수준을 넘나들고 있다. 이는 일본의 80~90%보다 훨씬 비중이 낮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실탄이 모자랄 일이 없다고 단언한 것도 이때문이다. 

때문에 중국이 미국 국채의 비중을 줄인다고 할 지라도 달러는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이며, 대부분의 결제 수단으로 사용되는 위상이 단기간 내에 무너지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한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레이 달리오 회장마저 “달러가 기축통화 지위를 가지고 있으며 신흥국 등이 달러 표시 채무를 상환하고 달러에 의한 물건 구입이 계속되는 한 미국은 패권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이 위안화가 기축통화의 위치를 노린다면, 달러 결제라는 국제시스템을 깨야한다는 것이다. 어렵고 먼 길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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