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지연→경쟁력 하락→입찰 실패'... 악순환 빠진 노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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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섭 기자
입력 2020-04-0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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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中 최대 이통사 차이나모바일 장비 수주 실패

  • 5G 시대 접어들자 통신장비 점유율 3위→4위로 하락

  • R&D 지출도 3년째 감소... 대형 M&A로 내부 불안정, 5G 기술력 하락으로 이어져

핀란드의 글로벌 통신장비업체 노키아에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최대 이동통신사 차이나모바일의 5G 장비 계약을 따내는 데 실패하고, 5G 상용화 이후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점유율 3위 자리도 내줬다. 연구개발(R&D) 비용도 매년 감소 추세다. 지난 몇 년간 대형 인수합병(M&A)으로 어수선한 사이에 5G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차이나모바일은 최근 5G 장비 공급사로 화웨이, ZTE, 에릭슨(스웨덴), 다탕네트워크를 선정했다. 화웨이가 공급하게 될 5G 무선망 설비 점유율은 57.3%이며, ZTE(28.7%), 에릭슨(11.5%), 다탕네트워크(2.6%)가 뒤를 이었다.

노키아는 지난해 6월 중국 50개 도시의 5G 상용화를 진행하기 위한 1기 5G 장비 수주전에선 점유율 10.2% 분량을 수주했으나, 이번 두 번째 입찰에선 제외됐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노키아의 5G 장비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입찰에 실패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5G 상용화 이후 노키아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2018년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화웨이 31%, 에릭슨 27%, 노키아 22%, ZTE 11%, 삼성전자 5% 순이었다. 그러나 5G 장비 시장 점유율에선 화웨이 26.2%, 에릭슨 23.4%, 삼성전자 23.3%, 노키아 16.6%, ZTE 7.5% 순으로, 노키아는 3위 자리도 빼앗겼다. 화웨이는 현재까지 총 91건의 5G 상용화 계약을 체결했는데, 노키아는 67건에 그쳤다.

노키아에 대한 시장의 평가도 회의적이다. 지난 1년간 노키아 주가는 실적 부진으로 30%가량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노키아가 에릭슨, 화웨이 등과 치열한 경쟁으로 인한 이익 감소 부담을 타개하기 위해 여러 관계자와 자산 매각, 합병과 같은 전략적 대책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노키아 로고 [사진=연합/로이터]

노키아의 5G 장비 경쟁력 약화는 최근 몇 년간 진행된 M&A와 연관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키아는 지멘스와 합작해 설립한 ‘노키아·지멘스 네트웍스’의 지멘스 지분 절반을 26억 달러(약 3조2000억원)에 인수한 2013년부터 글로벌 통신장비사로 거듭났다.

무선이 강점이었던 노키아는 2015년 프랑스의 알카텔루슨트를 156억 유로(약 18조1000억원)에 인수, 유선 경쟁력까지 확보했다. 당시 노키아의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 순위는 3위(17%)에서 2위(27%)로 껑충 뛰었다.

그러나 노키아가 M&A로 회사 규모 키우기에 치중한 사이 5G 기술 개발에 집중할 시기를 놓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노키아가 지난해 R&D에 투자한 금액은 약 44억 유로(약 5조9643억원)로, 3년동안 매년 감소세를 이어왔다. 화웨이가 지난해 R&D에 지출한 금액(1317억 위안, 약 22조6919억원)과 비교하면 크게 뒤처진다.

업계 관계자는 "노키아는 합병 이후 내부 정리를 하느라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면서 개발이 늦어지고 경쟁력이 떨어져 입찰을 따내지 못하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전했다.

노키아의 불안정한 상황은 국내 통신업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4월 세계 최초로 5G 상용화에 성공한 한국에선 국내 이동통신 3사가 5G 망 구축, 서비스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통사들은 5G 기지국 구축 초기에 노키아의 5G 3.5GHz 장비를 제때 공급받지 못해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KT는 5G망 구축 당시 노키아 장비 수급이 늦어지자 충청‧전라 지역 일부에 삼성전자의 5G 기지국을 설치했을 정도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당시 "KT뿐만 아니라 SK텔레콤, LG유플러스 모두 노키아 대신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사 장비로 대체하는 것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안다"며 "테스트 결과 노키아 장비의 품질이 만족스럽지 않고, 공급도 늦어지고 있어 한국 시장에 큰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노키아 관계자는 “고객사의 만족을 위해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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