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균 칼럼] 문재인정부에서 벌어지는 하극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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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입력 2020-03-2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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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경제환경의 악화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진단되고 있다. 게오르기에바 신임 IMF 총재는 "2009년 금융위기 때보다 나쁜"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진단했다. 지난 30, 40년간 세계경제를 각인했던 ‘세계화’, ‘글로벌 소싱’에 대한 전면적인 재고가 이루어지면서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전면적인 변화에 대응하는 경제정책에서도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 위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경제학자는 하버드대학의 그레고리 맨큐 교수이다. 그는 부시 행정부에서 대통령경제자문회의 의장을 맡았었고, 2009년 금융위기가 발발할 당시에는 ‘부자를 위한 경제학’을 가르친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경제원론 강의를 집단적으로 보이콧당했던 경제학자이다. 이 골수 신자유주의 경제학교수마저 작금의 코로나 국면에서는 모든 미국인에게 1인당 1000달러를 지급할 것을 제안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인당 2000달러 지급할 방침을 발표했다.

이에 반해 한국정부의 대응은 너무 느리고 소심하고 매끄럽지 못하다. 대통령은 이미 2월 18일 국무회의에서 ‘비상한 시국에 비상한 대책’을 요구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런저런 핑계로 11조7000억원의 추경에만 매달렸다. 대통령은 3월 13일 홍남기 경제부총리도 참석한 ‘경제·금융 상황 특별 점검회의’에서 ‘메르스, 사스와 비교가 안 되는 비상경제시국’에 대응하는 ‘특단의 대책과 조치’를 요구했다. 3월 17일 국무회의에서도 경제와 관련하여 동일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두 차례에 걸친 ‘비상경제회의’에서는 50조원 규모의 중소기업,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대책과 금융시장 안정화대책이 각각 발표되었다. 대통령이 1차회의에서 보완하도록 지시한,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을 잃거나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위한 지원 대책’은 3차 회의에서 비로소 마련되었다. 대통령의 의중은 늦어도 이미 2월에 확고했지만 경기도형 보편적 지급방식과 서울시형 선별적 지급방식을 놓고 고민하다가 결국 후자로 결정된 모양새이다. 그리고 절차도 전주시, 경상남도, 부산시, 서울시, 경기도 등 자치단체가 앞서가고 중앙정부가 여론의 흐름을 보면서 뒤따라가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과정에서 기재부는 한결같이 가계에 대한 지원(수요 진작)보다 소상공인을 포함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공급 활성화)을 우선하는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의 행태를 보였다. 이러한 행태는 오히려 야당인 통합당의 ‘코로나 국민채권’ 제안과 맞닿는다. 통합당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재난기본소득이 ‘경제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점에서 기재부와 같은 입장이다. 차이가 있다면 40조원을 세금이 아니라 국채발행으로 조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국민채권’을 살 만큼 여유 있는 ‘국민’이 얼마나 있을지, 그리고 이자 2.5%와 은행수수료 0.5%를 부담하는 것과 정부가 주는 이자감면 혜택을 받는 것 중 어느 것이 소공인에게 유리할지이다. 부자를 위한 ‘꼼수’가 잔뜩 담긴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 ‘내로남불’이다.

코로나 사태에 직면하여 모든 선진국이 전대미문의 팽창정책을 펴는 동안 한국만 ‘재정건전성’을 고수하다가 세계경제의 회복에만 편승하려 한다면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에서 왕따당할 것이다. 코로나19 퇴치뿐만 아니라 세계경제 회복도 국제 공조에 달려 있다. 더욱이 일부 전문가가 예상하듯이 코로나 백신이 개발되어 상용화되는 데 2년이 걸린다면 자칫 세계경제 회복국면에 편승할 기력마저 상실할 우려가 있다. 세계경제의 침체가 그 길이와 깊이를 가늠할 수는 없지만, 신속한 재정투입이 효과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재정건전성의 ‘신조’를 지키려는 신자유주의 안에는 ‘비상경제시국’에 대처할 ‘비상대책’을 강구할 그릇이 없다. 장관은 신조를 지켜야 하는 '선비'가 아니다. 이견이 있다면 자리를 비우든지, 대통령을 설득하려면 장관회의에서 할 일이지 언론플레이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경제정책의 전환을 두고 대통령과 경제부총리 사이에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자리를 비워야 하는 쪽은 당연히 후자이다. 대통령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더 넓은 안목으로 정책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이유는 더 간단하다. 국민이 뽑은 사람은 대통령이지 부총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뜻은 국민의 뜻이다. 부총리의 사견에 지나지 않는 '굳은 심지'로 국민의 뜻을 뒤집으려는 오만한 행태가 계속되는 동안에도 생존의 위협을 받는 ‘국민’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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