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동빈의 ‘케미컬 드림’...대산공장 폭발로 ‘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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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3-06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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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통 구조조정...석유화학 새 먹거리 천명

  • 미국 공장 건설 이어 일본기업 인수 계획에 찬물

  • 복구에만 6개월 소요…잇단 사고에 영업익 급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창립 이래 처음으로 유통부문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과거 오프라인 매장에서의 ‘성공 체험’을 모두 버리고 롯데가 새롭게 태어나도록 하겠다는 각오다. 주목되는 것은 유통부문의 부진을 메울 반전 카드다. 그는 석유화학과 호텔부문 투자 확대를 천명했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잇단 사고와 실적 부진이 악재로 작용할지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언론과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롯데지주 제공]


◆롯데 유통부문 구조조정·디지털화, 호텔사업 해외지점 확대

신 회장은 5일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경영 비전을 밝혔다. 신 회장은 “주력인 국내 대형마트와 가전양판점, 백화점 중 채산성이 없는 약 20%, 총 200개의 점포를 연내 폐쇄하겠다”면서 “인터넷 사업을 일원화하고 모든 제품을 가까운 롯데 매장에서 받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5년간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추락한 롯데쇼핑의 구조조정을 공식화한 동시에 통합이커머스 플랫폼 ‘롯데ON’과 옴니채널 활성화 등 디지털화 전략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해외 시장에선 석유화학·호텔 사업에 역량을 쏟겠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닛케이는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향후 성장전략을 유통-석유화학-호텔 등 3개의 기둥으로 짜고 있다고 분석했다.

호텔부문의 경우, 신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포함해 향후 5년간 현재의 2배인 전 세계 3만 객실 체제로 확충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6월에는 미국 시애틀에 고급 호텔을 열고 영국에도 검토 중”이라며 “일본에는 도쿄 긴시쵸와 니가타현 아라이리조트 밖에 없지만 3~4년 내 도쿄 등에 호텔을 적극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주목되는 것은 석유화학 분야다. 실제로 그간 롯데그룹의 실적은 롯데쇼핑(유통)과 롯데케미칼(석유화학)이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롯데 한 관계자는 “그간 쇼핑이 영업이익이 떨어지면 케미칼이 메우는 식으로 균형을 유지했지만, 이젠 케미칼도 새 먹거리를 찾을 때”라고 전했다.

◆신동빈 “미국 진출 이어 日화학기업 매물 찾는 중”

신 회장은 화학분야의 새로운 활로 역시 해외에서 찾겠다는 생각이다. 이미 지난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셰일가스 기반 에틸렌 생산공장을 건설했다. 그는 약 10억 달러 규모의 대규모 투자를 한 공로로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접견한 유일무이한 국내 재계 총수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의 다음 타깃은 일본이다. 신 회장은 현지 화학 기업을 인수할 계획이다 그는 “히타치 제작소의 히타치 케미칼 매각 입찰에 참여해 고액을 제시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면서 “이 외에도 유력한 기술을 가진 일본 회사들이 많아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4일 오전 폭발사고가 발생한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소방대원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신 회장의 이런 ‘케미컬 드림(Chemical Dream)’에 찬물을 끼얹는 사건이 발생했다. 4일 새벽 3시께 충남 서산시 롯데케미칼 대산공장에서 대형 폭발사고가 일어난 것. 이 사고로 근로자와 주민 등 56명이 중경상을 입었고, 대산공장 9개 생산라인 가동이 중단됐다.

특히 사고 발생 지점인 나프타((Naptha·납사) 분해센터(NCC) 복구에만 6개월 이상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대산 NCC 기준 4분기 영업이익은 500억원으로 추정돼 회사 측 피해액도 상당할 전망이다. 대산공장은 롯데케미칼 전체 매출액의 21.8%를 차지한다.

앞서 이 공장에선 2018년 4월 수소이온 배관시설 화재가 발생했고, 같은 해 1월 대산 BTX 공장에서 발암성 물질인 벤젠 누출 사고도 있었다. 2017년 10월엔 울산공장 폭발사고로 총 10명의 인명 피해를 냈다. 롯데케미칼의 ‘안전 불감증’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고가 잇따르면서 영업이익도 급감했다. 최근 3년간 가장 영업이익이 좋았던 2017년 2조9297억원 이후 추락세다. 2018년 영업이익은 1조9686억원으로 전년 대비 33%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076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43.1%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에틸렌 공장 건설을 기점으로 신동빈 회장의 글로벌 야심이 커진 상황에서 4일 대산공장 폭발사고는 뼈아플 것”이라면서 “최근 롯데케미칼 실적이 여의치 않은 것도 변수”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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