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 "부동산P2P 쏠림 탓 과다 규제땐 중금리 수요 막는 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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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 기자
입력 2020-02-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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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금리 활성화 차원 도입한 P2P금융 8월 제도권 금융에 진입

  • 부동산 P2P가 60% 차지…규제 필요하나 과도하면 업계 고사

  • 대출환경 나라마다 달라…스웨덴·한국은 부동산대출 많은 편

오는 8월 새로운 금융업이 탄생한다.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자금을 대출자에게 대출해주는 P2P금융업이다. 투자자는 저금리 시대에 연 10% 안팎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고, 대출자는 중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P2P 누적대출액은 2015년 말 373억원에서 지난해 말 8조6000억원으로, 4년 만에 230배 이상 급증했다.

P2P금융업에 기대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국내 P2P금융시장이 부동산 부문에 쏠려 있는 탓에 우려가 적지 않다. 정부가 시행령을 통해 부동산P2P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이유다.

지난 10일 한국P2P금융협회장이면서 테라핀테크(서비스명 '테라펀딩')를 이끌고 있는 양태영 대표를 서울 강남구 테라펀딩 본사에서 만나 현안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그는 "부동산P2P가 급증한 것은 우리나라 금융 환경에 따른 것"이라며 "나쁘게만 볼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부동산P2P 규제에 대해서는 "당연히 따라야 한다"면서도 "과도한 규제 시 업체들이 줄도산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양태영 테라펀딩 대표가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테라펀딩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테라펀딩]


◇"부동산P2P 한국 상황에 따른 것...연체율보다 '손실률' 봐야"

국내 P2P금융 시장은 부동산 부문에 집중돼 있다. 부동산담보 및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투자 상품이 다수를 차지한다.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45개 회원사의 총 대출잔액(1조5727억원) 가운데 부동산담보(4816억원)와 부동산PF(5050억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0.6%, 32.1%를 차지한다. P2P금융시장의 60% 이상이 부동산부문인 셈이다.

이를 두고 국내 P2P금융 업체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 개인신용부문 대출을 취급하지 않고, 담보를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며 상환기간도 짧은 부동산 부문에 집중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른바 '손쉬운 영업'에만 치중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양 대표는 "중요한 것은 중금리 대출을 얼마나 취급하느냐"라고 강조했다.

"P2P금융의 취지를 개인신용이냐 부동산이냐로 나누기보다 중금리로 대출을 취급하느냐로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P2P금융 탄생 배경이 중금리에 대한 수요였습니다. 시중은행을 이용하지 못하면 2금융 및 3금융권으로 가야하는데, 은행과의 금리 간극이 너무 크다는 것이죠. P2P금융이 이 사이를 파고든 거였습니다. 부동산 P2P 역시 서민의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P2P금융이 일찍이 발달한 영국과 미국이 개인신용부문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들며 국내 시장이 P2P금융의 탄생 취지와 다르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양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나라별 금융시장 특성에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국가별로 금융환경이 달라요. 뉴질랜드나 미국은 신용대출이 활성화됐습니다. 칠레나 네덜란드는 소상공인 대출이, 덴마크나 한국은 부동산대출이 많죠. 우리나라의 경우 P2P뿐 아니라 시중은행 대출도 부동산 부문에 집중돼 있습니다. 이건 가계자산에서 부동산 비율이 70%가 넘기 때문이에요. 당연히 중저소득층의 서민들은 신용대출을 받는 것보다 담보대출을 받는 게 유리하죠. 금리가 싸니까요. 단순히 신용대출은 좋고 부동산대출은 나쁘다고 봐선 안된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국가별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해요."

부동산 P2P상품의 연체율이 개인신용상품에 비해 유독 높은 데 대해 양 대표는 연체율이 아닌 '손실률'을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용대출을 받은 차입자가 돈을 오랜 기간 연체할 경우 업체는 이 채권을 정기적으로 매각하는데, 당연히 낮은 연체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부동산상품은 경매나 공매와 같이 담보물을 환매하는 절차가 있어 연체 채권을 더 오랜 기간 보유하고 연체율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 대표는 "채권이 얼마나 연체했는지도 봐야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손실률"이라며 "협회가 발족할 당시 연체율만 공시하기 시작해서 현재 손실률 공시는 업체 자율에 맡기고 있는데, 손실 정도를 따지면 부동산부문이 다른 상품들보다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대출규제 시 도산 가능성 커"

국내 P2P금융시장은 오는 8월부터 단일 제도금융으로 편입된다. P2P금융법이라고 불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지난해 10월 말 국회를 통과하고, 오는 8월 시행에 들어가면서다. 정부가 허용하는 새 금융업이 탄생한 것은 2002년 대부업법이 신설된 이후 17년 만이다. 특히 P2P금융 제정법이 마련된 것은 전세계에서도 첫 사례다.

양 대표는 "P2P금융 제정법에 따라 투자자는 물론 대출자까지 동시에 보호받을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국회에 발의된 P2P금융법은 총 5개였어요. 이 중 3개가 제정법안, 하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 나머지 하나는 대부업법 개정안이었죠. 그런데 자본시장법이나 대부업법 테두리에서 P2P금융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었어요. 대부업법은 고금리로 대부업을 영위하는 업체를 관리감독하기 위한 법으로, 차입자를 보호하는 목적이 크죠. 자본시장법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입니다. 그러나 P2P금융은 대출자와 투자자를 동시에 보호해야 해요. 대부업법에 넣으면 투자자 보호가, 자본시장법의 경우 차입자 보호가 소홀해질 수 있어요. 해외 모든 나라가 P2P금융을 기존 법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러한 한계를 떠안고 있는 셈이죠.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는 P2P금융 역사의 한 획을 그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위는 최근 P2P금융법 시행령 초안을 입법예고했다. P2P대출상품에 대한 투자 한도를 마련하고 부동산 P2P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시행령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는 P2P상품에 5000만원(동일 상품에는 500만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다. 그런데 부동산상품에는 3000만원까지만 가능하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로부터 대출채권의 40%까지 투자받을 수 있지만, 부동산의 경우 20%가 한도다.

이에 대해 양 대표는 "정부가 부동산 P2P금융만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금융업권에서 부동산 대출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P2P업계도 제도권 금융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당연히 같은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아직 다른 금융업권처럼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기존 금융업권은 대출규제로 영업이익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흑자가 적자로 바뀌진 않는다. 하지만 P2P금융에 과도한 규제가 적용될 경우 도산 가능성이 큰데, 이 부분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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