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블록체인, 차세대 인터넷이 아니라 현실의 기술임을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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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19-12-15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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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비트코인의 가격 급상승으로 탈중앙화 암호화폐를 관리하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늘어났지만, 3년이 흐른 지금 블록체인은 여전히 유망기술에 머무르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국내 기업들의 블록체인 파일럿 프로젝트(사전 테스트)는 하나둘씩 자취를 감췄고, 한때 유망 직업 1위로 꼽히던 블록체인 개발자는 인공지능(AI) 개발자에 밀려 존재감이 사라졌다. 이를 두고 블록체인이 제2의 인터넷이 될 수 있는 꿈의 기술이 아닌 장점만큼 단점이 산재한 현실의 기술임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인력관리(HR) 소셜서비스 링크드인과 인디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유망 직종 1위로 꼽혔던 블록체인 개발자는 올해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그 자리를 채운 것은 AI 개발자였다. 이는 지난해 불었던 암호화폐·블록체인 거품이 사그라지면서 많은 블록체인 개발사가 문을 닫아 업계 수요가 감소한 것에 따른 여파로 분석된다.

가이 버거 링크드인 수석 분석가는 "블록체인의 인기는 화려했지만, 매우 빠르게 사라졌다. 구직 관련 데이터를 통해 블록체인이 일시적인 호황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블록체인과 AI 업계의 차이는 시장 활성화의 척도인 유니콘(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의 수만 비교해 봐도 확연히 드러난다. 전 세계에서 10여개가 넘는 유니콘을 보유한 AI 업계와 달리 블록체인 업계에는 유니콘이 없다. 후오비나 바이낸스가 유니콘을 자처할 규모는 갖추고 있지만, 이들은 엄밀히 말해 암호화폐 거래소지 블록체인 기업이 아니다.

블록체인앱(Dapp)의 상황은 더 암울하다. 앱의 인기도를 보여주는 일일실사용자수(DAU)의 경우 전 세계 1위 블록체인앱은 1000명 단위에서 머무르고 있지만, 일반 앱 전 세계 1위인 페이스북은 약 16억명에 달한다. 결국 블록체인은 기술일 뿐 이용자들을 끌어당길 매력을 갖춘 사용자경험(UX)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이제 블록체인 기술을 냉정히 바라볼 필요성이 있다고 주문했다. 제2의 인터넷이 될 것이라는 허황된 주장을 쫓지 말고 기술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해 기업 활동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냉정히 파악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블록체인 업계는 클라우드와 같은 중앙화 서비스의 강점인 강력한 성능과 다양한 기능을 흉내내려하지 말고, 탈중앙화의 강점인 위변조 불가와 보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더리움의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은 "이더리움 등 현재 블록체인의 처리 능력은 아마존웹서비스(AWS) 클라우드와 비교해 수백만분의 일 수준에 불과하다"며 "기업은 블록체인 도입에 앞서 이것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명확히 파악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품이 꺼지면 그 속에서 진주가 드러나기 마련이다. 내년부터 블록체인 업계에서 옥석을 가리려는 움직임이 한층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

 

[사진=강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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