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사유재산 침해 vs 공적규제 당연...정비사업장 '일반분양 통매각'에 쏠린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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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연 기자
입력 2019-11-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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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양가상한제 두고 갈등 폭발한 조합과 정부의 첫 법리갈등

  • 정부 "정비사업장은 공공 배려로 추진되는 사업...청약 질서 왜곡하지 마라"

  • 조합 "강남 로또 단지 들어오는 사람이 정책 보호 대상이냐...조합원들 주머니 털어 현금부자 챙겨주지 마라"

서울 강남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아주경제DB]


분양가상한제를 둘러싼 서울 강남의 정비사업장과 행정 당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재건축(래미안 원베일리) 조합이 일반분양 물량 전체를 임대사업자에게 매각하는 방안에 난색을 표하는 지자체를 상대로 법적분쟁에 돌입한 것. 개인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하는 가혹한 조치라는 주장과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는 반대 의견이 동시에 나오는 가운데, 정부의 재건축 적정 규제 수준에 대한 논란도 확산되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신반포 3차·경남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대형로펌인 광장과 재건축 전문 채필호 변호사를 동시에 선임하고 서울행정법원에 서초구청을 상대로 '조합 정관 및 관리처분계획 변경 신고에 대한 반려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조합이 일반분양 물량 346가구를 임대사업자에 매각하기 위해 '정관 및 관리처분계획' 변경사항을 신고했는데 서초구청이 이를 반려했기 때문이다. 사실상 사업 초기단계로 돌아가 정비계획을 다시 쓰라는 의미로, 구청 판단에 따르면 이 조합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조합이 행정당국과 법적 다툼을 벌이는 이유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사업성이 지나치게 떨어져 조합원들이 추가 부담해야할 분담금 규모가 커지기 때문이다. 래미안 원베일리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분양가 상한선은 3.3㎡당 4891만원이지만,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면 3000만원대까지 떨어져 가구당 추가 분담금 규모가 수억원 늘어난다. 반면 일반분양대신 임대관리업체에 넘기면 3.3㎡당 6000만원 수준에 매각이 가능해 84㎡기준 약 5억원 상당의 이익이 생긴다.

조합은 정부의 사유재산 침해가 도를 넘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조합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서 강남 아파트 일반분양 당첨자들이 어떻게 평범한 중산층이냐"며 "분양가상한제는 조합원들의 주머니를 털어 일반분양자들에게 넘겨주는 것이며, 추가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가구들은 집을 팔 수밖에 없는 상황에 떠밀린다"고 주장했다.

실제 래미안 원베일리가 들어설 서울 고속터미널 인근에는 래미안퍼스티지, 아크로리버파크 등 실거래가가 25억~30억원대에 달하는 아파트가 대다수다. 특히 최근 아크로리버파크는 3.3㎡당 1억원대에 실거래됐다. 일반분양자 입장에서는 청약 당첨 순간 수억원의 현찰이 필요하지만, 동시에 약 10억~15억원(84㎡기준)에 달하는 시세차익도 생긴다. 

조합은 소송주체는 서초구청이지만 뒤에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부동산 규제에 대한 법리논쟁을 끝까지 겨뤄본다는 입장이다. 소송의 쟁점은 임대사업자에 일반분양 전체를 매각하는 계획이 정비계획상에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지, 서초구청과 서울시의 유권해석과 반려조치가 적절했는지 여부다.

채필호 변호사는 "정비사업계획 변경과 정관 변경 중 누가 선행인지 행정절차의 적법성만 법률적으로 따질 예정이라 매우 간단한 소송"이라며 "관련 판례가 없지만 불리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은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피로감을 느끼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행정명령 불복 소송 성격이 짙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재개발 임대주택 의무건립비율 상향 조정, 분양가상한제 도입 등 정비사업장의 수익성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조치가 도를 넘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조합은 "상징적인 단지이고, 이해관계가 얽힌 전문가도 많이 포진한 만큼 (정부에) 가만히 앉아서 뺏기지만은 않겠다"고 했다.

정비업계도 소송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만약 소송이 조합의 승리로 끝나면 앞으로 일반분양 통매각이 분양가상한제를 피해갈 새로운 수단으로 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초구청과 서울시 측은 "정부의 정책 기조에 반하는 이들을 가만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조합이 국가가 국민들에게 약속한 청약질서를 어지럽히고 있다"며 "정비사업은 일반적인 사유재산과 성격이 다르고, 공공의 배려를 받아 추진되는 사업이기 때문에 이들이 주장하는 사유재산 침해 주장은 가당치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이 정부의 당연한 행정처분을 들먹이며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일부 조합원들의 선동으로 대다수의 조합원들이 부담해야할 소송비용과 시간, 고통부담만 커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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