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차상균 교수 "앞서가는 AI? 사람을 키우는 게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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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환 기자
입력 2019-11-11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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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년에 7억달러 투자하는 딥마인드…우린 못해도 2천억~3천억 써야하는데…"

  • "해외 인재 연봉만 8억 넘어...한국 교수 연봉으론 불가능해 사회적 지원 필요"

  • "미.중 디지털 패권 경쟁 중...우린 제3세계 동맹에 빠르게 참여해야"

지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만난 차상균 서울대 교수(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는 인공지능(AI) 분야에 있어서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다른 나라보다 앞서가기 위해선 사람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구글 딥마인드 이야기를 꺼냈다.

차상균 교수는 "딥마인드는 알파고를 선보인 이후 3년 반 동안 직원을 1000명까지 확대하며 기존보다 100배 늘렸고, 이 가운데 연구개발을 담당하는 박사급만 400명에 달한다"면서 "딥마인드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을 해낸 것은 사람에 투자했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딥마인드가 1년에 7억 달러(약 8088억원)를 쓰는데 1인당 평균 연봉이 50만 달러(5억8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딥마인드는 지난 2010년 영국 런던에서 기계학습과 신경과학 시스템을 연구·개발하는 직원 50여명이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구글은 2014년 4억 달러를 들여 이 회사를 인수했다. 딥마인드는 지난 2016년 AI 프로그램 알파고를 선보였고, 세계 최고 바둑 기사 가운데 한 명인 이세돌 9단을 꺾으며 전 세계를 놀라게 했다. 또 실시간 전략 게임(RTS) '스타크래프트2'를 위해 개발한 AI '알파스타'가 최근 세계 최고 게이머의 수준까지 올라섰다.

차 교수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이런 성과로 이어졌다고 봤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현실에 대해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는 "딥마인드가 규모를 키울 동안 우리는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글로벌 스케일로 생각하지 못했고, 사람을 키우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캐치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딥마인드가 1년에 7억 달러를 쓰는 상황에서 우리는 못해도 2000억~3000억원을 써야 하는데 전체적으로 투자가 부족하다"고 이야기했다.

AI 분야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인재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앞서가는 상황에서 독일, 프랑스, 일본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차 교수는 정부 주도의 AI 산업 환경에서는 앞서가는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쫓아가는 AI가 아닌 치고 나가는 AI를 만들어야 하는데, 우리는 치고 나가는 연구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I는 규모, 스피드, 타이밍이 제일 중요한데 정부 주도의 환경에선 결과에 대해 책임을 묻기에 과감한 결정을 못 한다"면서 "민간 형태의 연구소를 만들어 정부 주도가 아닌 민간 주도로 산업을 이끌어가야 한다"고 했다.

서울대는 내년 3월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의 문을 연다. 차 교수는 설립준비단장을 맞고 있다. 대학원은 데이터사이언스를 위한 프로그래밍·통계기초, 빅데이터·지식관리 시스템을 학습한 뒤 심화 과정인 머신러닝, 딥러닝, 영상 빅데이터 분석 방법론 등을 교육한다. 다양한 분야 전문성을 기르기 위해 인문, 사회, 의학, 바이오, 로보틱스, 교통, 도시 등 응용 분야도 가르친다.

다만 대학원 정원은 55명에 불과하다. 교원 15명이 배정되고 교원 인건비, 교육 과정 개발비, 기자재 확보 등에 22억6000만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턱없이 모자라는 수준이다.

차 교수는 "대학원에 영입하려던 교수 중에서 스탠퍼드대에서 응용 연구를 하는 친구가 있는데 4~5년간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연봉 70만 달러(8억1000만원)를 받았다"며 "우리가 해외에서 우수한 인재를 데려오려면 연구비·생활비를 충분히 지원해야 하는데 국내 교수 연봉은 7000만~800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실적 이유로 교수를 뽑는 것이 힘들다"면서 "아무나 데려올 수는 있지만, 우리가 이끌어가는 위치로 가지 못한다. 이끌어가는 위치로 가려면 사회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차 교수는 '양손잡이 교육'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경제학, 인문학 등 기존 전공 분야를 바탕으로 데이터사이언스와 AI를 새롭게 배우는 교육이다. 인재가 중요하다는 그의 소신과 이어지는 말이다.

그는 "공무원, 교수, 대학을 갓 졸업한 사람, 문과 출신 등 대학원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지원하고 있다"면서 "자기 분야의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데이터사이언스를 공부하면 문제와 답을 더욱더 빠르게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양손잡이 교육을 과감하게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사회학을 이해한 사람, 경제학을 이해한 사람, 생물학을 이해한 사람 등을 다양하게 뽑아서 데이터 분야를 가르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며 "언론사와 방송국 PD 출신도 있는데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사람이 기술을 배우면 오히려 혁신적인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우리나라가 AI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들과 손을 잡고 제3세력을 형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전까지 유럽 국가들이 AI 분야에서 움직임이 늦었지만 최근 독일, 프랑스를 중심으로 과감하고 빠르게 치고 나가고 있다"면서 "바깥세상에선 새로운 힘, 연합체가 만들어지고 있는데 정부 당국자들은 국내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차 교수는 "AI 공동체들은 반도체 분야에서 강점이 없다 보니 한국이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다"면서 "미국과 중국이 디지털 패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제3세력이 형성될 때 우리도 빠르게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차피 우리 혼자서 규모의 싸움을 하기는 어렵다"면서 "인력·자원 부족 등 같은 문제를 느끼는 국가와 함께 치고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차 교수는 또 국내 에너지 기업들이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이뤄내 세계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 교수는 "미국 전력 시장은 다 쪼개져 있어 연구개발도 부족하고 수시로 블랙아웃이 발생한다"면서 "실리콘밸리에 현지 업체와 합작 벤처를 세우고 한국전력 등 에너지 기업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솔루션을 내놓는다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미국에선 이러한 에너지 분야 스타트업들이 생기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이 지금이라도 집중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아직 에너지 분야는 디지털 전환 수준이 가장 낮은 산업이다. 테슬라를 제외하면 에너지 분야에 눈에 띄는 회사가 없다. 테슬라조차도 시장을 크게 확대하지 못했다"면서 "우리에겐 네트워크, 인터넷, 5G, 반도체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디지털 전환에 집중하면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6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9 빛가람국제전력기술엑스포(BIXPO 2019)'에서 차상균 교수가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전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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