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중국의 원전 굴기...2030년 원자력 최강국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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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지 기자
입력 2019-09-1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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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발주자임에도 6월 기준 47기 운영...세계 3위로 급성장

  • 수년간 독자 개발로 국산화율 85%...무역전쟁 속 자신감

  •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 신규 에너지원 확보 절실

  • 전문가들은 회의적..."베테랑 日도 실패...관리 체계 의문"

중국이 '원전 굴기(崛起·우뚝 섬)'에 무서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은 원자력 발전 분야 후발주자지만, 올해 6월 현재 운영하고 있는 원전이 모두 47기로 세계 3위를 차지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이 계획대로 원자력 발전소를 완공한다면 앞으로 2년 안에 세계 2위 원자력 발전국인 프랑스를 뛰어넘고, 2030년엔 세계 1위인 미국을 제쳐 명실상부한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할 전망이다.

무역전쟁 중인 미국의 원자력 제재에 중국의 원전 굴기가 잠시 주춤하는 듯한 모습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모양새다. 
 

[사진=웨이보 캡처]


◆中, '중국 혁신' 더한 독자 원전 개발...美 공세 영향 없어

지난 16일 중국 공산주의청년단 기관지인 중국청년보는 "미·중 무역전쟁이 격화·장기화하는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이 '원자력 산업 이슈'라는 다른 화약고를 건드렸다"며 "중국이 미국의 원자력 제재에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전방위적인 공세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연구개발, 인재양성 등을 통해 원자력의 수입 의존도를 낮췄고, 자체 원전 설비가 기본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는 주장이다.

앞서 중국과 무역전쟁 중인 미국은 중국의 원전 발전을 의식해 지난달 중국 최대 원전업체 중국광핵그룹(中國廣核集團· CGN)을 비롯한 중국 원전기업 4곳을 블랙리스트인 '거래제한기업명단'에 추가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미국 기업들의 기술·부품 수출이 제한된다. 미국은 중국이 자국 원자력 기술을 군사 목적으로 전용할 우려가 있다는 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미국의 제재에 중국광핵그룹의 신형 원전 건설 계획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중국광핵그룹은 신형 원전에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토대로 자체 개발했다고 주장하는 원자로를 들일 계획이다. 중국광핵그룹은 저장성 싼먼(三門) 원전 1호기와 2호기에도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제3세대 플러스 가압수형 경수로(PWR) 'AP1000'을 채용했다. 

중국청년보는 "중국이 독자 설계·개발한 3세대 원자로 화룽(華龍) 1호와 궈화(國和)1호가 85%의 국산화율을 자랑한다"고 밝혔다. 특히 궈화 1호는 2007년 도입한 AP1000 기술의 135만kW의 발전 한도를 깨고 150만kW까지 끌어올려 독자 지식재산권을 확보했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중국 핵심 원전 설비의 초기 설계와 장비 생산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중국 내에서 개발돼 외국의 규제가 중국 원전 능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中, 신규 에너지 확보 위해 원전 개발 박차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원전 사업을 '중국제조 2025' 계획에 포함시키는 등 집중 육성해왔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사고로 원전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자 중국은 신규 발전소 건설 및 수주를 중단했다. 그러다가 여론이 잠잠해지자 중국은 원전 사업을 재개했다. 지난해까지 약 37개국과 원자력 협력 협정을 체결하고 원전 설비를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세계 원전시장 장악을 노리고 있다.

여론의 반발에도 중국이 원전을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신규 에너지원 확보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미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으로 성장한 중국은 그동안 공장 등 산업생산에만 막대한 전력을 사용한다. 하지만 갈수록 전력 수요가 늘어나면서 2040년에는 가계 전력 소비량도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비전력 에너지원의 60%를 차지하는 석탄이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을 일으키자 중국 당국은 석탄이 아닌 대체 에너지원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시 주석은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 제조 2025'의 중점 분야로 원전을 내세우면서 천연가스·원자력·신재생에너지에 막대한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2017년만 해도 중국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한 액수는 전 세계 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였다. 중국은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전을 늘려 충당할 계획이다.
 

[그래픽=아주경제]

◆中, 거침없는 원전 굴기...산둥성 앞바다에 부유식 해상원전 

중국 국무원은 지난 3일 원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원자력 안전백서를 발간하고 중국 내 원전 운영 및 건설 현황을 밝혔다. 백서에 따르면 6월 13일 기준, 중국이 상업 운영 중인 원전은 모두 47기다. 대부분 한국 서해와 남해로 연결되는 동부 연안에 몰려 있다. 또 스다오완(石島灣) 원전을 포함해 신규 건설 중인 원전은 11기다. 단일 국가에서 신규로 한꺼번에 건설하는 원전 수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공사 중인 원전 11기의 총 발전용량은 1218만kW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중국에서 가동하는 원자로 47기의 총 발전용량은 4873만kW에 달한다.

중국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해상 원전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국영기업인 중국핵공업집단(CNNC)의 자회사인 중국핵동력연구설계원(NPI)은 산둥성 앞바다에서 부유식 해상 원전을 연내 착공한다고 밝혔다. 부유식 해상 원전은 발전설비를 바지선에 탑재해 바다 위 특정한 장소의 방파제에 계류시키고 발전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육상 원전에 비해 출력은 10%로 작지만 부지 확보 문제가 없고, 이동이 자유로워 시추선, 오지나 낙도에 전력 공급하는 데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 지난달엔 약 4년 만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가동을 멈췄던 신규 원자력 발전소 건설 사업도 승인하면서 '원전 굴기'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중국은 2030년까지 발전 용량을 현재의 4배 가까운 1억5000만kW까지 확충할 계획이다.
 

[사진=웨이보 캡처]


◆전문가 "中 원전 개발 회의적...베테랑 日도 실패"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를 의식한 듯 중국은 백서를 통해 "IAEA가 2000∼2016년 총 4차례에 걸쳐 중국의 관리감독이 양호하다고 평가했다"며 "국제원자력평가척도(INES)의 2급 이상(방사성물질에 의한 오염이 있는 수준)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INES는 안전에 문제가 없는 '0단계'부터 가장 심각한 '7단계'까지 원자력 사고 정도를 분류하고 있다. 중국은 자국 내 중저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2곳이 있고 향후 5곳을 더 지을 것이라고도 밝혔다. 다만 아직 고준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은 없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원전 개발에 대해 회의적이다. CNN방송에 따르면 마크 힙스 카네기재단 분석가는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갖추고, 숙련된 일본도 원전 관리에 실패했다"면서 "중국의 관리 체계에도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2050년까지 중국이 400개 이상의 원자력 발전소를 보유할 것이라는 예상도 예전과 달리 절반 이상으로 줄었다며, 중국의 원전 사업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제임스마틴센터의 핵전문가인 마틴 폼퍼도 "중국이 안전 수칙과 관련해 다른 분야에서 보여준 것을 감안한다면 원전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중국에서 매일 134명이 산업재해 관련 사고로 사망하는 등 다른 국가에 비해 산재 사고 비율이 높은 편이고, 중국은 다른 국가보다 안전 문화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자력 발전소 규모와 개수를 늘리는 데 급급하면 위험이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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