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토종 OTT가 성공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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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두리 기자
입력 2019-09-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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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희 숭실대 교수

최근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는 OTT시장은 전세계적인 넷플릭스의 성공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유통하는 전통적인 콘텐츠 플랫폼 사업자를 넘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고 유통하는 콘텐츠 사업자로서 영역을 확대한 성공 사례이다. 세계 최고의 콘텐츠 기업인 디즈니는 넷플릭스에 대응하기 위해 넷플릭스 서비스와 유사한 '디즈니+'를 11월 12일에 미국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며, 캐나다, 네덜란드, 호주, 뉴질랜드로 그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콘텐츠 사업자의 플랫폼 진출사례이다. 두 사업자의 경우 시작은 다르지만, 이와 같은 콘텐츠와 플랫폼 사업자의 혁신적 결합이 활발히 진행 중이다. 스마트폰 사업자인 애플 역시 '애플TV+'를 선보이면서 콘텐츠와 플랫폼이 결합된 형태의 서비스를 하반기에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밥 아이거 디즈니 CEO가 애플 이사회를 떠났다. 이는 OTT시장의 경쟁 때문이라고 예상된다. 현재 전 세계의 미디어 강자들은 콘텐츠와 플랫폼, 디바이스(하드웨어)의 영역에서 전 방위적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국내 OTT시장 역시 넷플릭스가 변화를 강하게 이끌고 있다.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과 긍정적인 인식이 모두 존재한다. 먼저, 부정적인 측면에서는 망 사용대가를 지불하지 않는 넷플릭스와 국내 사업자간의 불평등을 주장한다. 이와 함께 제작비(요소시장의 비용)를 높여 국내 OTT나 방송사업자의 콘텐츠 수급이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콘텐츠 제작비 투자가 활성화됨에 따라 싸드(Thaad) 등의 문제로 중국으로부터 콘텐츠 투자비가 급감한 부분을 메워주고, 콘텐츠 품질도 높여주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가지 주장 모두 틀린 주장은 아니며 어느 관점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 인식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주요 콘텐츠 사업자인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이 '웨이브(Wavve)'라고 하는 새로운 OTT를 내놓았다. 지난 몇 번의 컨퍼런스에서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 투자를 넷플릭스와 동등하거나 그 이상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같은 계획이 얼마나 성실하게 수행될지는 지켜봐야하겠으나, 그 계획만으로도 무척 고무적이다.

Wavve의 성공을 위해서는 유료 가입자 수를 극대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 국내 콘텐츠 시장은 플랫폼이 콘텐츠를 고르는 시장, 특히 유료방송사업자들이 채널 편성권을 통해 콘텐츠 사업자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해왔던 것에서 이제는 콘텐츠가 플랫폼을 고르는 시장으로 변화했다. 또한 지상파와 제작사간의 환경도 급변했다. 편성을 위해 갑질하던 문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제작환경이 변화했고, 유통환경이 변화한 것을 받아들이고 적응해야한다.

국내 시장에서 Wavve를 포함한 국내 OTT의 성공을 위해서는 크게 2가지 전략을 검토할 수 있다.

먼저, 일본의 훌루 사례를 살펴볼 수 있다. 훌루는 2014년에 일본 지상파 사업자인 니혼TV에 훌루 일본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이는 글로벌 사업자인 훌루가 일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시장 친화적 전략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훌루는 HBO가 제작한 드라마뿐만 아니라 일본 TV프로그램이나 애니메이션 등을 제공해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게 됐고, 실시간 방송 서비스를 제공했다. 특히 요미우리의 전 경기를 실시간으로 제공해여 큰 인기를 끌었다. Wavve도 이와 같은 해외 사업자와의 협력 모델 개발이 필요하다. Wavve 역시 이와 유사한 모델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동남아시아나 동유럽 등 신규 미디어 시장에 이런 합작 모델을 통한 진출도 고려해봄직 하다. 다만, 높아진 국내 콘텐츠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다른 전략으로는 중국이나 터키와 같이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델이다. 중국의 OTT시장은 중국정부의 OTT시장 보호정책으로 글로벌 OTT의 성장을 어느 정도 늦추는 한편 자국의 OTT사업자가 성장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방식이며, 터키는 넷플릭스에게 방송면허를 취득하게 강제함으로써 글로벌 OTT와 자국 OTT의 역차별 문제를 다소 완화할 수 있는 정책을 취했다.

어떤 전략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결국 국내 OTT의 성장을 위해서는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확대돼야 하고 이를 위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가 있어야 하다. 또한, 국내 OTT사업자 역시 서비스 경쟁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김용희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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