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칼럼] 트럼프의 對中압박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약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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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중국자본시장연구회장
입력 2019-08-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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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최근 미국 경제는 클린턴 행정부 이래 122개월이라는 사상 최장의 경기호황기록을 갈아치우고 있고, 주가도 9년반 만에 4배 상승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만큼 자신이 있어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對中압박도 8월 들어서자마자, 4차 관세폭탄에다 환율조작국 지정, ‘홍콩의 평화적 해결압박’ 등 총체적 압력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對中압박도 대략 금년 말까지일 거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들 의견의 요인분석에는 정치적 요인도 있지만, 대부분 경제요인인 것 같다. 대표요인을 살펴보자.

첫째, 역시 작년 하반기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 ‘장단금리의 역전현상’을 꼽고 있다. 지난주 미국 국채시장에선 장기금리지표인 10년 국채수익률이 2년 국채수익률을 하회하는 장단금리의 역전(逆수익률곡선) 현상이 발생했다. 이러한 10년과 2년 국채수익률의 역전은 1990년 이후 세 번 발생했던 경기침체 국면 모두 침체 1년 또는 2년 전에 나타났기 때문에 일단 강력한 경기침체 신호라는 입장이다. 물론 이전의 장단금리 역전 때는 단기금리가 상승해서 장단금리가 역전된 반면, 이번엔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장단금리가 역전돼서 경우가 다르다는 의견도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상황이 ‘10년 주기설’을 뛰어넘은 데다, 장단금리 역전논란이 작년 하반기부터 이미 1년여 지속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둘째, 기업부채 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시장분석에 의하면 미국의 기업부채는 2018년 기준 6조2000억 달러(약 7400조원). 특히 그중 고위험 기업부채는 2조4000억 달러(약 2640조원)로 2008년 리먼사태 때의 1조1000억 달러(약 1210조원)의 2배 이상이라고 한다. 또한 기업부채와 가계부채를 합친 민간부채의 GDP대비 비중도 151%로 역대 최고수준이다. 기업부채 및 민간부채가 최고치면 그만큼 금융 레버리지가 커졌단 얘기고, 따라서 이 상황에서 경기가 둔화되면 부채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기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금리를 인하하는 것도 과거 경험상 되레 부채를 늘렸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 미연준의 선택 폭도 그만큼 넓지 않다는 얘기다. 제롬 파월 미연준의장도 지난 5월 애틀랜타 금융시장 콘퍼런스에서 미국 기업부채 수준에 대한 우려를 표했었다.

셋째, 역설적일 수도 있지만, 미국증시가 사상 최장(最長)의 강세장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점도 경제적 측면에서 부담요인으로 꼽고 있다. 미국주가는 2009년 3월부터 약 9년반 동안 한 번도 20% 이상 떨어지지 않고, 상승추세를 이어왔다. S&P500지수로 보면 이 최장의 강세장 중 무려 4배 이상이나 상승했다. 미국인 자산의 약 70%가 주식인 점을 고려하면, 4배 주가상승에 따른 자산효과(wealth effect)는 엄청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이런 상황에서 외생쇼크가 오게 되면 주가급락과 그에 따른 경기둔화압박이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경제요인들은 서로 영향을 주고 있으며, 정책변수인 금리와 환율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문제는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미연준에 대해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금리인하, 달러약세 유도’와 관련, 얼마나 여유가 있는가 여부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상적인 금리인하 요구에 대해 파월의장이 지난 7월 말 10년 만에 금리인하를 했지만, 인하폭은 0.25%포인트로 소폭이었다. 게다가 파월의 코멘트는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둔화방지를 위한 보험이지, 금리인하의 시작은 아니다'였다. 한마디로 시장이 은근히 기대했던 '향후 본격적 금리인하'를 부정하는 발언이었던 셈이다. 왜 그랬을까. 소비, 고용 등 경기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란 해석도 있지만, 지속적인 금리인하 신호를 줘서 경기침체 우려를 일으킨다든지, 또는 금리인하로 인한 기업부채 증가 부담 때문일 거라는 게 이들의 의견이다. 종합하면 미연준의 정책요인을 포함해서 미국경제의 여유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對中압박의 실질적 강도는 시간이 갈수록 약화될 거로 본다.

넷째, 정치적 요인도 내년부터 작동할 거로 보고 있다. 미국 대선은 51개주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마라톤게임과 같다고 한다. 대선 과정을 보면 민주·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을 위한 주(州)별 코커스(당원대회) 또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거쳐 대선후보 추대를 위한 전당대회, 대통령 선거의 순으로 진행된다. 연초부터 각 당의 프라이머리가 시작되기 때문에 사실상 내년 들어서면 바로 대선국면이다. 대선국면에 들어서면 설사 구호는 험하게 하더라도 상대방의 강력한 반발과 교란을 불러일으킬 구체적인 조치는 취하기가 만만치 않게 된다.

다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홍콩 사태는 금년 말까지 미·중 무역전쟁이 금융전쟁으로 본격적으로 확전될 것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분기점으로 생각된다. 만약 홍콩 사태가 중국 정부에 의해 무력 진압될 경우, 미·중관계가 더욱 악화되면서 미·중무역협상도 중단될 가능성이 있고, 또한 홍콩달러 급락, 위안화 급락 등 중국과 아시아 금융시장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이럴 경우는 중국당국에는 상당한 부담이고, 미국에겐 경우에 따라서 나쁘지 않은 패일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홍콩금융시장이 아시아는 물론 세계 금융허브의 하나이기도 하기 때문에 홍콩이 흔들릴 경우, 최고점에 있는 미국 주가의 급락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는 트럼프행정부에도 큰 부담요인이다. 또한 중국에 있어서의 홍콩은 1997년 7월 반환 당시만 해도 중국경제의 18.4%나 됐지만, 2018년의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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