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정권의 실체]'아베 4선론' 띄우는 자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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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입력 2019-08-23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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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⑤(끝)포스트 아베는

  • "아베만한 인물 없다"...청년층이 4연임에 더 호의적

  • 이시바, 자위권 해석 논쟁서 정부입장 대변 '매파'

  • 신지로, 고이즈미 전 총리 차남...당내 30대 젊은피

  • 스가, 자수성가 2인자...아베와 극우성향 공통분모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 도발에 곳곳에서 '극일(克日)'의 함성이 울려퍼지고 있다. 일본을 이기려면 먼저 상대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아베 정권과 이를 떠받치고 있는 극우세력의 뿌리와 실체부터 짚는 게 급선무다. 앞으로 5회에 걸쳐 이를 집중 분석해본다. <편집자주>

일본 정치에 대한 평가는 경제에 비해 꽤나 박한 편이다. 사실상 자유민주당(자민당)의 일당독재 체제 아래 고착된 일본인들의 정치 무관심이 주요 배경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지난달 치른 참의원(상원) 선거만 해도 투표율이 24년 만에 처음 50%를 밑돌았을 정도다. 현지 언론들은 유권자들이 변화에 관심이 없었다고 꼬집었다.

일본 유권자들이 선거에 관심을 두지 않게 된 건 일본 선거가 전후 수십년간 자민당의 적수 없는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선거는 대부분 '정권교체'가 아닌 '자민당 총재(총리) 교체'의 수단에 불과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보수세력이 이합집산하던 일본에서 1955년 11월 자유당과 일본민주당이 합당해 탄생한 첫 단일 보수정당이 바로 자민당이다. 이때부터 60여년에 걸쳐 자민당이 집권하지 않은 기간은 1993년 8월~1996년 1월, 2009년 9월~2012년 12월로 6년이 채 안 된다. 자민당 세력이 사실상 메이지유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파벌·세습정치의 악습은 19세기 말부터 지속됐다고 볼 수 있다. 현재 일본 중의원 5명 가운데 1명, 자민당 내에서는 3명 가운데 1명 이상이 세습 의원이다. 아베 총리 자신도 3대째 세습 정치인이다.

아베 내각의 면면은 민주주의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제4차 아베 내각 20명 가운데 집권 자민당과 연립한 공명당의 이시이 게이이치 국토교통부 장관을 제외한 19명이 모두 일본 대표 극우조직 소속이다. 아베 총리부터 일본 최대 극우단체인 '일본회의' 산하 '일본회의 국회의원 간담회'의 특별고문이다. '신도정치연맹 국회의원 간담회' 회장이기도 하다. 신도정치연맹은 일본 내 신사를 포괄하는 종교법인 '신사본청'을 모태로 설립됐다.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 역시 민간종교법인인 신사본청 관할이다. 아베 총리는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다함께)'에도 속해 있다.

일본회의에는 아베 총리와 함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장관 등 15명이, 신도정치연맹과 '다함께'에는 이시이 장관을 제외한 19명이 모두 속했다. 일본회의는 1997년 '일본을 지키는 국민회'와 '일본을 지키는 모임'을 통합해 출범한 임의단체다. '아름다운 일본의 재건과 자부심 있는 나라 만들기'를 설립 목표로 내세웠다. 천황제 고수, 강요된 평화헌법 개정, 총리의 야스쿠니신사 공식 참배, 외국인 지방참정권 반대, '사과외교' 중단, 대동아전쟁 긍정론, 자학적 역사 교육 및 지나친 권리 편중 교육 시정 등을 주장한다. 신도정치연맹과 '다함께'의 주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일 갈등 배후에 일본 극우단체가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아베 총리가 9월 초에 단행할 것으로 보이는 개각을 통해 새로 짤 내각 인사들의 성향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아베가 물러나 총리가 바뀌어도 결국 자민당 총재가 바뀌는 것에 불과하기 때문에 아베 자민당의 우경화 노선은 크게 바뀌지 않을 전망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해 임기를 2021년 9월까지 연장했다. 오는 11월이면 일본 최장수 총리로 등극한다. 주목할 건 자민당 당규상 3선에 그쳐야 하는 아베 총리의 4선론이 최근 부쩍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비해 '포스트 아베' 하마평은 오히려 잦아들고 있는 분위기다.

◆'구관이 명관' 아베 4선론

아베 4선론이 급부상한 건 지난달 참의원 선거 이후다. 아베 총리는 당규를 들어 자신의 4선론을 일축했지만, 자민당 내부에서는 이미 구체적인 논의 조짐이 일기 시작했다. 니카이 도시히로 자민당 간사장은 지난달 21일 참의원 선거 뒤 자민·공명당 연합의 과반 승리가 유력하다는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마자 "지금부터 당내에서 (아베 4선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자민당이 당규를 고쳐 총재 4선이 가능해지면, 아베의 임기는 2024년 9월까지 연장될 수 있다.

자민당에서 아베 4선론이 제기되는 건 무엇보다 아베 만한 인물이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06년 아베 총리가 처음 집권해 불과 1년 만에 실각한 뒤 자민당은 정권 기반이 흔들렸다. 후쿠다 야스오, 아소 다로가 뒤이어 각각 1년간 집권한 뒤, 아베 총리가 2012년 다시 정권을 잡기까지 민주당에 총리 자리를 내줬다. 이런 자민당으로서는 아베 이후 또다시 약체 총리의 단명, 야당으로 전락하는 일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젊은 층일수록 아베 총리의 4선론에 더 호의적이라는 사실도 자민당의 당규 개정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과 TV도쿄가 지난 3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54%가 아베 4선론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주목할 건 18~39세에선 53%가 아베 4선론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일본 청년층은 아베 총리가 '디플레이션 탈출'을 목표로 추진해온 경제정책(아베노믹스)을 전폭 지지하기 때문에 아베 자민당 정권의 탄탄한 기반이다.

아베가 공들여온 대미 외교정책도 아베 4선론을 뒷받침한다. 아베 총리와 끈끈한 '브로맨스'를 과시해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재선에 성공하면 아베 만한 '카운터파트'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미 장기집권 기반을 마련해 놓은 상태에서 트럼프 대통령까지 재선에 성공하면, 아베 총리만 그만둘 이유가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아베 총리 자신이 개헌이라는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4선을 노릴 가능성도 있다. 아베는 당초 "2020년에 개정헌법을 시행하는 게 목표"라고 했지만, 지난달 참의원 선거 뒤에는 자신의 임기인 2021년 9월까지 헌법개정안 국회 발의와 국민투표를 실시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개헌은) 내 사명으로 남은 임기에 개헌에 당연히 도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아베의 임기 내 개헌이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가 4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본다. 아베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개헌안 발의를 위한 3분의2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포스트 아베'는 누구? 

아베 총리 외에 차기 총리로 자주 거론되는 인사로는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62), 기시다 후미오 자민당 정조회장(62),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70),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후생노동부 회장(38) 등이 있다. 지난달 문예춘추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차기 총리로 ①이시바 전 간사장 ②신지로 회장 ③아베 총리 ④스가 장관 ⑤기시다 회장·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1957년생으로 아베 총리보다 3살 어린 이시바는 돗토리현 출신의 세습 2세 의원이다. 부친이 돗토리현 지사와 자치대신(현 총무상)을 지낸 이시바 지로다. 1981년 부친의 급사로 당시 자민당 최대 파벌 보스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권유로 정치권에 발을 디뎠다. 28세 나이로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 기록을 세웠다.

이시바는 매파(강경파) 이미지가 짙다. 방위상 출신으로 자위대 해외파병, 집단적 자위권 해석 등을 둘러싼 논쟁에서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면서 매파 이미지를 굳혔다. 동시에 농수산업과 방위정책에 식견이 풍부한 정책통으로 꼽히기도 한다. 게이오대 법학부 시절에는 전국 대학생 법률 토론회에서 대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연설에 뛰어나다. 투박한 외모와는 전혀 다른 면모다. 

이시바는 2012년에 이어 지난해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모두 아베 총리에게 패한 전력이 있다. 그가 자민당 내에서 세를 규합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이유로 꼽히는 게 탈당 전력이다. 그는 1993년 자민당이 야당으로 전락했을 때, 당내 분규를 틈타 자민당을 탈당해 배신자라는 낙인을 안고 있다.

이시바는 독도 문제에는 강경한 입장이지만 일본군 위안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에는 전향적인 입장이다. 

신지로는 자민당의 '30대 젊은 피'다. 1981년생으로 올해 38살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의 둘째 아들이기도 하다. 배우 고이즈미 고타로가 형이다. 4대 세습 의원인 고이즈미가 아버지의 정계은퇴와 함께 지역구를 물려받아 처음 당선된 것이 2009년, 그가 28살 때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고이즈미 부자 총리가 탄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본다. 다만 아직 정치가로서의 경험이 일천한 게 약점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스가 장관은 아베 정권 2인자지만, 사실상 그가 아베 위에 있다는 얘기가 돌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스가가 지난 5월 관방장관으로는 드물게 미국을 방문했을 때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패트릭 섀너핸 당시 국방장관 대행 등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핵심인사들이 잇따라 그를 만났을 정도다.

스가는 일본 주류 세습 정치인들과 달리 자수성가로 2인자까지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1948년 아키타현에서 빈농의 장남으로 태어나 고교 졸업 후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 막노동 등을 하며 호세이대 법학부를 졸업했다. 오코노기 히코사부로 중의원 의원 비서를 거쳐 1988년 요코하마 시의원 의원으로 처음 선출직에 진출했다. 중의원에 오른 건 1996년, 47살 때다. 극과 극의 환경에서 성장한 스가와 아베는 2000년대 초반 대북 강경론을 함께 펼치면서 가까워졌다. 스가는 평화헌법 개정, 일본군의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한 고노담화 부정 등 극우성향에서 아베와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시바 전 간사장과 동갑인 기시다는 세습 3세 의원이다. 와세다대 법학부를 나와 한때 은행에서 근무하기도 했지만, 중의원 의원으로 중소기업청 장관을 지낸 아버지 기시다 후미타케의 비서관을 거쳐 1993년 중의원 의원에 당선됐다. 2012년 2차 아베 내각부터 2017년 11월 4차 아베 내각에서 고노에게 자리를 내주기까지 약 5년간 외무상을 지냈다. 논란이 되고 있는 2015년 말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를 이끌어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역대 자민당의 역사를 돌아보면 과격하고 개성이 강한 총재 다음에는 비교적 온화하고 무난한 총재가 투입돼 '진정기간'을 가졌던 경우가 종종 있었다. 당내에서도 비둘기파로 알려진 온화한 이미지의 기시다가 아베의 후임으로 등극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시다가 정치가로서, 일국의 총리로서 배짱과 비전을 갖춘 그릇이 아니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는 전부터 포스트 아베를 노리고 스스로 경쟁하고 싸워서 총재직을 쟁취하기보다, 이른바 아베의 '양위'를 통한 정권교체를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는 지난해 총재선거에서도 결전을 두 달 앞두고 불출마를 선언하고 아베 지지를 표명했다.

◆참고문헌
▲도쿄 30년, 일본 정치를 꿰뚫다(효형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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