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인사이드]베트남 정책은 삼성전자에 물어보라고?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김태언 기자
입력 2019-08-22 06: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말로만 신남방정책, 정보 컨트롤타워 부재...지자체는 현지 진출만 골몰

  • 현지정보 일원화 필요성, 日JETRO·대사관 기업지원 창구 등 참고해야

지난 6월 서울 롯데호텔에서 브엉 딘 후에 베트남 경제부총리가 주관한 한국 기업간담회가 열렸다.[사진=김태언 기자]


"베트남 정부 정책은 삼성전자 베트남에 물어보길 바란다."

지난 6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 기업 조찬간담회에서 베트남 경제사령탑인 브엉딘후에 경제부총리가 한 말이다.

당시 간담회에서는 베트남 현지 진출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졌다. 한 기업 참가자는 신규 투자방안에 대해 물었고,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베트남 기업과의 합작 방안에 대해 질문했다. 현지 사옥을 구매하는 방법과 사옥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구체적인 질의도 있었다.

물론 한국 기업들의 질문에 브엉딘후에 부총리가 삼성전자를 거론한 건 베트남식 유머를 곁들인 것이다. 그만큼 베트남에서 위상이 독보적인 삼성전자가 초기에 진출해 베트남 정부의 각종 정책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각 기업들은 쉽게 얻지 못하는 외국 경제 부총리와의 만남에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 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부총리의 이 한마디는 삼성전자 정도의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일반 기업들은 핵심정책 관련 정보를 얻기 힘든 현실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했다.

구호만 가득한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냉담했다. 정부기관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공식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 베트남 정보에 대한 한국 기업들의 갈증이 얼마나 심각한지 드러내주는 장면이었다.

◆현실 못 따라가는 정부기관 자료··· 수년 전 통계 태반··· 기업들 "도움 안 된다"

최근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이 제조업뿐 아니라 금융, 부동산, 정보기술(IT), 서비스 등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베트남 관련 진출 정보도 다양한 분야에서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관계부처인 외교부, 현지 무역관 등은 여전히 수년 전 자료를 제공하고 현지 매체에 의존한 뉴스를 제공하는 등 부실투성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기존 제조업 진출 가이드나 단순 가공한 현지 정보들이 기업들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 업체 관계자는 “자동차 필름 재질을 수출하기 위해 현지 무역관에 문의했지만 받아든 건 일반 카탈로그와 수년이 지난 바이어 목록이었다”면서 “바이어 자료는 주최 측 자료를 찾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것들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호찌민 무역관과 하노이 무역관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면 매일같이 업데이트되는 정보는 사실상 뉴스레터 정도다. 최근에야 오퍼 정보를 추가해 구색을 갖추었지만 이마저도 누적된 정보는 두어 달에 불과하다. 상무관이 주재하는 대사관 및 총영사관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지난해 현지 개황정보만 있을 뿐 특별한 현지 비즈니스 정보가 없다. 

현지 한 기업 관계자는 “현지 정보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결국 베트남에 주재한 상공회의소(코참)나 세계한인무역협회(옥타) 등에 직접 회원가입을 하고 자료를 구매해야 하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핵심 정보 제공, 정보일원화 구축의 필요성

기업들은 ‘신남방정책특별위원회’ 같은 거창한 정부 컨트롤타워보다 진출기업들에 실질적이고 정확한 통계와 최신 정보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일원화된 조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기업들이 원하는 것은 국내 책상에서 지원하는 전략이 아닌 현지에서 발로 뛰며 발굴한 ‘진짜’ 정보라는 것이다.

 


수많은 지자체들과 유관기관들도 너도나도 베트남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민간에서는 부정적인 평가가 대부분이다. 호찌민의 경우 각 지자체, 연구원 등 대부분의 기관이 나와 있지만 각 사무소가 기업들과 공유하는 특별한 현지정보는 없다.

호찌민의 한 제약회사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매번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지만 이 같은 문제로 국내 관련 기관에서 도움을 받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 지난해 베트남 정부가 전격적으로 한국 의약품의 입찰등급을 낮추겠다고 발표했을 때도 기업들의 문의가 빗발치자 식품의약품안전처 베트남 사무소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부랴부랴 문제 해결에 나선 바 있다.

◆정부가 밀고 기업이 끄는 일본의 아세안 정책

일본무역진흥회(JETRO·제트로)는 전 세계적으로 탁월한 경제정보망을 갖춘 기관으로 유명하다. 제트로는 다양한 사업을 벌이기보다는 현장에 기반한 경제정보망을 통해 집중화된 기업지원정책을 우선한다. 태국 방콕 등 일부 제트로무역관은 자체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토대로 현지정보를 제공할 만큼 분석력도 돋보인다.

일본 외무성 또한 우리나라의 상무관 제도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일본 기업의 해외 진출 지원' 코너다. 우리나라 외교부 홈페이지 전면이 각종 정부정책을 홍보하는 문구로 가득찬 것과 대비된다.

 

제트로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창구를 통해 기업들의 문의를 접수하고 있다.[사진=제트로 홈페이지 캡처]


호찌민의 한 교민은 “일본은 네트워크 및 공적개발기금(ODA) 등 각종 이점을 활용해 일본 기업을 백업(지원)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이것이 우리와는 크게 다른 현실”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일본의 거의 모든 현지기관에서는 "일본 기업 지원 창구'를 설치하고 상시 운영 중이다. 각 홈페이지에는 해외 지사가 없는 중소기업이더라도 쉽게 현지 정보를 알 수 있도록 일목요연하게 구분되어 있다.

예컨대 홈페이지 질문 예시에서 ‘현지 공무원 등으로부터 받은 금전 등의 요구에 대해 상담하고 싶다’, ‘현지의 행정기관에서 벌칙을 부과한 경우 상담을 하고 싶다’ 등의 구체적인 질문에 응답을 하고 있는 식이다.

한 기업 관계자는 “말로만 신남방을 외치는 것이 아니라 구제적으로 인수·합병(M&A)을 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통관상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등 구체적인 고충에 대한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공공부문 자원의 '적시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자체별로 방대하게 나뉘어 있는 공공부문의 해외자원을 차라리 한 기관에 집중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베트남 내 일본계 기업에 근무한다는 한 교민은 “일본이 아세안에서 우리보다 앞서가고 있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지만 베트남만큼은 역량이 비슷한 것으로 안다. 이러한 점에서는 한국이 정보적 우월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일본은 정부가 이끌고 기업이 미는 협업체제를 잘 갖추고 있다”며 “삼성전자에 좋은 정보망이 있다면,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구매해 다른 기업들에 나눠주는 '정보에이전시'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늘어난 인력으로 실제 사례와 고충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정보가 발굴되고 이를 일부 기업만이 아닌 중소기업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우선 아세안 지역이 넓은 만큼 베트남 등 일부 국가만이라도 체계적인 정보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