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아오른 PB전쟁 (中)] 무조건 싸구려? 백화점은 ‘럭셔리 PB경쟁’ 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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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19-08-20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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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는 싸구려 아닌가요?’

대형마트에서 제품 차별화와 마진율을 높이기 위해 활성화한 ‘PB(Private Brand·자체브랜드)’의 실체를 반만 알고 하는 말이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대형마트 3사가 사활을 걸고 비중을 키우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PB는 이제 유년기에 접어든 상태다.

매년 2배 이상 PB 시장이 커지고 있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업체별로 적게는 20%, 많게는 30% 비중에 불과하다. 아직도 10개 중 7개는 개별 제조사가 출시하는 NB(National Brand·내셔널 브랜드)가 팔리고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브랜드값에 만족하기보다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중시하는 합리적인 소비층이 늘면서 PB의 면면도 다양해지고 있다.

중간 유통마진이나 광고·홍보비가 절감되는 이점이 큰 덕분이다. 특히 제작은 중소협력업체에 맡기되, 유통업체는 브랜드의 통일성·지향점·적정가격 등을 관리에 용이한 시스템이 다양한 PB제품을 가능케 하고 있다. 이를 통해 PB를 한층 고급화 한 럭셔리 브랜드 개발도 한창이다. 
 

신세계백화점의 보석 PB '아디르'[사진=신세계백화점 제공]


대표적인 것이 신세계백화점이 캐시미어 PB ‘델라라나’와 보석PB ‘아디르’다. 델라라나는 최상급 캐시미어 브랜드인 로로피아나 원사를 사용하되, 가격은 기존 브랜드의 60~70% 수준으로 낮췄다.

2017년 2월 출시한 아디르는 미국 보석감정위원회(GIA() 감정서를 내건 고품질 다이아몬드지만 가격을 해외 럭셔리 브랜드 대비 20% 저렴하게 판매해 인기를 누렸다. 아디르의 누적매출은 당초 목표치 20%를 초과했고, 재구매율도 20%에 달한다.

롯데백화점은 기존 5개 직매입 PB 패션 편집숍을 통합한 ‘엘리든’을 2017년 8월 출범, 이후 매장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만 가능한 통일된 매장 인테리어와 로고를 활용해 고객 인지도를 높여, 지난해만 평균 15.7% 이상 신장했다.

다른 품목들과 달리 명품의 경우 ‘오프 프라이스 스토어’(Off Price Store) 형식으로 PB 편집숍을 만들었다. 해외명품 직매입 편집숍인 ‘롯데탑스’는 2017년 190억원, 2018년 370억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이에 힘입어 롯데백화점의 전체 PB 매출은 지난해 전년 대비 16% 신장했다.
 

현대백화점의 패션브랜드 PB ‘1온스’가 첫 상품으로 내놓은 캐시미어 머플러. [사진=현대백화점 제공]



현대백화점은 프리미엄 가정간편식 ‘원테이블’로 고급화를 꾀했다. 2017년 11월 출시 이후 이듬해 3월까지 누적 매출 중 VIP 고객 매출 비중은 절반 이상인 51.2%를 기록했다. 제품 가격은 타제품보다 평균 5~10% 높지만 신선한 식재료를 사용한다는 고급 이미지가 적중한 결과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지난해 9월 여성복 PB ‘슬로우 이너프’를 내놨다. 울·라쿤·캐시미어 등 고급 소재를 사용한 프리미엄 니트웨어로, 소재를 미리 사들여 가격을 낮췄다.

지난해 10월 선보인 캐시미어 머플러 PB ‘1온스’는 현지 공장에서 바로 생산해 절반값으로 판매해 인기를 끌었다. 머플러(5만9000원) 한 개만 파는 데도 월평균 5000개씩 팔렸다. 

갤러리아백화점은 올해 1월 백화점 업계 최초로 기념품 PB ‘갤러리아 수버니어 컬렉션’을 선보여, 일부 상품이 완판되는 등 소소한 재미를 봤다. 의류·식품 중심 PB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갤러리아만의 차별화를 꾀한 것.

갤러리아 관계자는 “일부 기업에서 사내 VIP 초청 행사 증정경품으로 대량 구매하고 싶다는 문의가 많았다”면서 “F/W 시즌을 앞두고 상품 구색을 늘릴 계획”이라고 전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PB 상품이 ‘싸구려’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최근 백화점 등에서도 프리미엄, 럭셔리 제품을 내놓으며 PB에 대한 편견이 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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