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한류 1백년의 조건과 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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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입력 2019-08-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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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민 교수]


SM엔터테인먼트와 행동주의 펀드 사이의 ‘대결’에 자본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갈등은 SM엔터테인먼트 지분 7.9%를 보유한 KB자산운용이 경영 쇄신을 요구하는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KB자산운용은 라이크기획 합병, SM USA 산하 자회사와 F&B 매각 혹은 청산, 배당성향 개선 등을 요구했고, SM 측은 한 달 숙고 끝에 이를 대부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후 주총에서 국민연금공단(10.01%), KB자산운용,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등 지분율 32.74%의 기관투자가 연합이 최대주주인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19.04%)측과 표 대결을 불사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냉철한 옥석 가리기가 긴요하다. 무엇보다 한류 1백년을 지향하며 디즈니와도 겨룰만한, 콘텐츠계의 삼성전자와 같은 초일류 기업을 대망해야 하는 지금 무엇이 중한지 따져봐야 할 일이다. 이를 위해 혁신의 갈등 3가지를 알려준 한국 벤처의 시조 이민화 전 카이스트 교수의 생각을 대입해본다.

고(故) 이민화 회장은 지난 6월 페이스북에 올린 유고에서 ‘혁신의 3대 갈등’을 정리했다. 첫째는 실패와의 갈등이다. 그는 “미국의 벤처 투자가 확대되는 이유는 위험한 벤처 투자의 수익성이 높기 때문이다. 개별적으로 위험하나, 다수의 법칙에 의거하여 포트폴리오로 구성하면 위험도는 제로에 수렴하게 된다....혁신은 실패의 갈등 속에서 탄생한다”고 말했다. SM도 예외없이 이러한 혹독한 과정을 거쳤다.

둘째는 산업과의 갈등이다. “혁신에 성공하면 기존 산업과 갈등이 빚어진다”는 교훈이다. KB자산운용과 SM의 갈등은 전통의 ‘하드 파워’ 중심 당위론으로 무장한 금융자본과 성공한 ‘소프트 파워’ 한류 콘텐츠의 자유분방함이 격돌하는 양상 그대로다.

셋째는 지속성의 갈등이다. 이민화 회장은 “혁신가가 취득한 더 많은 부는 대중의 질시의 대상이 된다. 여기에서 혁신가와 대중 사이에 지속성의 갈등이 초래된다. 대중에게 혁신가가 부를 분배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을 통해 표를 획득하는 세력이 등장, 혁신가를 옥죄게 된다. 지금 해외에서 대한민국의 부를 창출한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겪는 질시가 대표적인 사례다. 혁신가가 되기도 어렵지만 지속하기는 더욱 힘들고 큰 갈등으로 인해 위기와 고통을 겪게 마련이다. SM을 창업하고 글로벌 한류 콘텐츠 산업을 일으킨 이수만 프로듀서에게도 똑같은 혁신가의 운명이 가로놓여 있다.

다시 이민화 회장 유지를 기려본다. “모든 혁신은 이러한 3개 갈등 속에서 피는 꽃이다. 혁신이 없는 사회는 갈등도 없으나 발전도 없다...시장 경제는 갈등으로 점철된 혁신으로 발전해왔다. 갈등 없는 정체를 선택할 것인가, 갈등 속의 발전을 선택할 것인가?”

오래 전 월트 디즈니는 노조를 싫어하는 경영주로 유명했지만 만화-영화-테마파크로 가는 콘텐츠 혁신 성취를 통해 백년의 기업, 수백 년도 더 갈 캐릭터 사업을 다졌다. 주주 반란, 인수 합병, 케이블 TV나 넷플릭스 OTT 등 뉴미디어의 공격, 위기 및 갈등으로 범벅이 된 1백년이었다.

디즈니가 걸어온 갈등의 구비 구비마다 할리우드와 미국 사회는 어느 한 쪽을 편애하지 않았다. 혁신가에게 때로는 박수, 때로는 야유로 애정을 표시했다. 경쟁자와 비평가, 적대적 공격자들에게도 응원과 외면으로 한결같은 긴장감을 유지해 왔다.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디즈니 1백년, 할리우드 2백년 혁신의 고비와 갈등이 맹렬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러한 갈등이 악화일로를 걷거나, 갈등을 위한 갈등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균형감을 바탕으로 갈등 속 발전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디즈니에 비견할 1백년의 문화콘텐츠 기업들이 많이 나타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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