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애당초 메기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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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9-08-13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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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금융부 기자.[사진=아주경제DB]

"인터넷전문은행은 원래부터 메기가 아니다."

지난 6월 말 본지는 '금융 메기의 실패'라는 기사 몇 꼭지를 보도했다. 해당 기사에서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최근 몇 년 동안 금융권에서 메기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던 신규 금융사가 어떤 이유로 그렇게 성장하지 못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취재·보도했다.

이후 금융권의 여러 관계자들이 다양한 의견과 반응을 보내줬다. 그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은 애초부터 메기일 수 없다는 금융권 관계자의 주장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이야기할 때 항상 언급되는 '메기 이론'은 노르웨이 어부들이 청어 수조 안에 천적인 메기를 넣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포식자인 메기가 청어를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도록 만들어 장기간 청어를 살려서 운송하는 방식을 산업 생태계에 적용한 이론이다.

강력한 경쟁자(메기)를 시장에 풀어놓아 타성에 젖은 기존 플레이어(청어)를 위협해 전체적인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조다. 이는 최소한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가 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기초로 한다. 기존 플레이어가 둔한 몸을 움직일 수밖에 없을 정도로 메기가 위협이 돼야 한다.

그러나 국내 금융시장에서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뛰는 것은 청어 역할인 기존 은행이 아니라 메기 역할인 인터넷전문은행이다. 메기가 전혀 위협을 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넘어 오히려 금융시장에 안착해 생존할 수 있을지조차 확실치 않다.

실제 한국카카오은행(카카오뱅크)과 케이뱅크은행의 자산총계는 둘이 합쳐 14조3114억원으로 신한은행(323조8755억원)의 4.42%에 불과하다. 규모로는 비교하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기대했던 신규 금융서비스도 신통치 않다. 카카오뱅크의 모임통장 등이 편의성 측면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기존 질서를 뒤흔들 만한 신규 서비스가 아니라 것이 중론이다.

결과적으로 메기라고 착각했던 인터넷전문은행은 철저히 약자였던 셈이다. 올해 상반기 제3인터넷전문은행 신규 인가전에서 유력한 정보통신기술(ICT)기업이 대거 불참을 선언한 것도 이 같은 현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이를 감안하면, 정부와 국회가 몇몇 규제를 풀어주는 것만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자동적으로 메기가 될 수는 없을 것 같다. 대주주 규제 완화로 그나마 자본 확충의 길이 열려 숨통이 트일지 모르나 여전히 수백조원의 자산을 보유한 기존 은행의 발끝도 따라잡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금융 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키려 했던 금융당국의 기대는 처음부터 이뤄지기 어려웠던 꿈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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