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중개 플랫폼 가시밭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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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승주 기자
입력 2019-08-0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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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분 변호사법 위반 논란 겪어

변호사·의뢰인 중개 플랫폼 운영 업체들은 변호사법의 규제로 인해 가시밭길을 걸으며 사업을 하고 있다.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을 운영 중인 로앤컴퍼니(대표 김본환)는 최근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변호사법 위반 논란이 있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유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온라인 일자리 중개업체 ‘크몽’은 같은 혐의로 고발당했다가 얼마 뒤 취하된 것으로 알려졌다.

로앤컴퍼니는 지난 2014년 변호사·의뢰인 중개 서비스인 ‘로톡’을 출시해 6년째 운영 중이다. 2015년 수십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에 이어 14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척박한 국내 리걸테크 시장에서 이 정도 액수가 투자된 건 처음이다. 시리즈B는 스타트업이 서비스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인력 증원 등에 필요한 자금을 본격적으로 투자받는 단계를 말한다.

크몽은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박종우)에 의해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지난 6월 서울중앙지검에 고발당했다. 서울회는 크몽이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이용자들에게 변호사를 소개하고 수수료를 받은 것으로 봤다.

변호사법 제34조 제1항은 ‘누구든지 법률사건이나 법률사무의 수임에 관해 당사자 또는 그 밖의 관계인을 특정한 변호사나 그 사무직원에게 소개·알선 또는 유인한 후 그 대가로 금품·향응 또는 그 밖의 이익을 받거나 요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같은 법 제109조에 의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크몽 관계자는 “법률상담 카테고리의 수수료가 0%이고, 변호사와 의뢰인 간 중개 개입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라는 입장을 서울회 측에 전달했다고 한다. 크몽은 디자이너, 번역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를 고객에게 소개하고 수익의 5~20%를 수수료로 가져가는 온라인 중개업체다.

서울회가 크몽에 대한 고발을 지난 7월 25일 취하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변호사 단체가 변호사 중개 서비스 업체를 고발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에는 대한변호사협회가 변호사 소개 사이트 4곳의 대표들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당시 대한변협 관계자는 “해당 업체들이 의뢰인과 변호사를 이어준 대가로 직접적인 이익을 취득한 것은 아니다”면서도 “변호사들로부터 서비스 이용료를 받고 있는데, 이는 결국 중개사이트를 통해 사건을 수임하고 그 대가로 수수료를 수수한 것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당시 조사 받은 업체들은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와 의뢰인을 중개하는 법률서비스는 2000년대 초반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도 이런 서비스가 변호사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한 변호사들의 고발이 있었다. 대부분 업체들은 오랫동안 조사, 소송에 시달리다 문을 닫았다. 변호사 승소율과 전문성지수, 인맥지수 등을 공개하며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켰던 ‘로마켓’이 대표적이다.

그러다 2013년 변호사 중개 서비스를 어느 정도 적법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최초의 중개 플랫폼인 로시컴을 운영하다 고발당한 김태정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당시 검찰은 “온라인 법률 서비스 업체인 로시컴은 사건 당사자가 어떤 변호사를 선택하고 상담을 신청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특정 변호사에게 사건을 넘겨주는 불법알선 행위로 볼 수 없고, 시스템 운영비 이상의 돈을 받았다고도 보기 어렵다”며 불기소 이유를 밝혔다.

이후 O2O(온·오프라인 연결 마케팅) 바람을 타고 법조계에 등장한 업체들은 △특정 당사자와 변호사 간 중개에 개입하지 않고,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

이번 대규모 투자유치에 성공한 로앤컴퍼니의 김본환 대표도 지난 2016년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처분을 받은 이후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한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변호사와 의뢰인 사이의 중개 서비스를 적법하게 할 수는 있다. 특정 당사자와 변호사 간 중개에 개입하지 않고, 중개수수료도 받지 않으면 된다”면서도 “하지만 변호사법에 막혀 중개수수료를 수익으로 가져갈 수 없기 때문에 수익을 낼 수 없다. 수익을 낼 수 없으면 지속가능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리걸테크 시장은 각종 규제에 막혀 척박하기 그지없다. 이런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업체들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볼 일이다”고 덧붙였다.
 

[화면캡쳐= 크몽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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